드에커뮤

[내품커] 테네라스 쓰담

아카데미물 AU

* 참고 타래

“아, 씨발! 교수 개새끼야!”

“왜, 또 과제 늦었냐?”

“내가 늦으려고 늦은 게 아니거든?”

말은 참 잘해요. 마셸은 테네라스의 잔에 맥주를 콸콸 부어주었다. 잔을 든 테네라스가 벌컥벌컥 맥주잔 절반을 들이켰다.

“내가 분명 제출을 했거든? 근데 안 냈다고 연락이 오잖아! 이번에는 분명 일찍일찍 제출을 했는데! 이거 뭐 문제 있는 거 아냐?”

“그 5장짜리 수기 레포트?”

“그래, 그거! 다 다시 그린다고 얼마나 개고생했는지 알아?”

테네라스는 테다스 아카데미 의상학과의 학생이었다. 그 과는 레포트 작성 난이도가 높기로 악명이 높았다.

특히, 이번 전공 교수 하나가 자기는 마법이 싫다느니, 어쩌느니, 열심히 주절거린 다음, 모든 보고서는 손으로 작성하라는 미친 헛소리를 내뱉은 후, 테네라스의 안색은 날이 갈수록 창백해졌다.

“내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데! 그거 자료 찾는다고 도서관을 얼마나 뒤졌는지 아냐고!”

“그래, 그래. 너 밤 열심히 샜지.”

근데 그거 철학과 누구랑 데이트한다고 그랬던 거 아니었나? 다행스럽게도, 마셸은 친구의 헛소리를 흔쾌히 흘려넘겨줄 아량이 충분했다.

“그래서 그 레포트는 어떻게 된거야?”

“나도 몰라. 분명 조교에게 넘겼는데, 그 때 자기는 출장중이었대.”

“뭐래?”

“그니까.”

문제는 다음 날에도 일어났다. 얘가 갑자기 희여멀건한 얼굴로, 그것도 야밤에 제 집까지 달려온 것이다. 마셸은 다급히 달려오는 이 상또라이 친구의 안색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마셸, 너 마셸 맞지.”

“그럼 내가 누구로 보이냐?”

“너 끌어안아도 돼?”

“돌았니?”

그제야 테네라스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한참을 진정시킨 후에야 사정을 들어보니, 참으로 가관이었다. 술에 취한 마셸이 자신을 끌어안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야, 내가 술 취하는 거 본 적 있냐?”

“난 또 어디서 나 몰래 좋은 술이라도 마신 줄 알았지!”

“떼끼. 어디서 남의 술창고를 넘봐?”

그나저나, 애가 남의 얼굴 잘못 볼 애가 아닌데. 키 크고 잘생긴 엘프인 테네라스는 언제나 인기가 많았고, 이 자식은 지한테 다가오는 모든 애들의 이름과 번호를 외울만큼 머리가 좋았다.

뭔가 수상했다.

“야, 마셸. 너 어제 내 집 다녀갔냐?”

“응? 아니. 나 어제 대련 두 탕 뛰고 뻗었는데.”

“이상하다. 내가 문을 안 잠갔나?”

슬슬 낌새가 느껴졌다. 이건 우연히 겹칠만한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테네라스를 노리고 있었다.

“너 열쇠준 사람 나밖에 없잖아.”

“무슨 당연한 소리를. 잃어버린 적도 없어.”

“그럼 어떤 미친놈이…,”

마법까지 새겨놓은 마법자물쇠를 뚫고 들어오지? 마셸은 테네라스와 눈이 마주쳤다. 깨끗한 바이올렛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일단 내 집에서 자. 그리고 내일 경비대를 부르자.”

“어떤 미친 놈이 이 지랄을 하는 거야?”

“아이고….”

니 평소 행실을 생각해보라는 소리가 목끝까지 나왔지만, 마셸은 경이로운 인내심으로 그 말을 참아내는 데 성공했다.

“저 자물쇠 비싸게 주고 산 건데….”

“음…? 테네라스 군?”

테네라스가 미친듯이 투덜거리는 동안, 건너편에서 한 교수가 다가왔다. 엘프 특유의 튀어나온 눈이 반짝거리는 교수였다.

“아, 교수님! 여기서 뵙네요!”

테네라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에게 다가가려했지만, 마셸의 직감이 경종을 울렸다. 그는 지금 저를 죽이고 싶어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저희 테네라스 담당 교수시라죠?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자네는?”

“테네라스 여자친구에요. 마셸입니다.”

야, 무슨 여자친구. 닥치고 입맞춰. 뭔 개수작, 알겠다니까? 그만 찔러!

“테네라스의… 여자친구요….”

마셸은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이 또라이와 사귄다니 상상만해도 구역질이 날 것 같았지만, 친구 하나 살린다는 각오로 참아냈다.

“네. 맞아요. 며칠 전부터 사귀기로 했거든요.”

“아….”

퍼특. 눈가에 형형히 맴도는 살기. 그리고 쏘아지는 얼음화살. 마셸은 유연하게 몸을 젖혀 갑작스러운 공격을 피해냈다.

“교수님?”

“테네라스, 경비대!”

“으, 응!”

교수는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넘겼다. 얼굴은 이미 악귀처럼 일그러져있었다.

“이런, 테네라스 군에게는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데요.”

“미친. 얘는 왜 이딴 놈들에게 인기가 많은 건데?”

마셸은 연이어 이어지는 공격을 피해냈다. 이론파 마법사답게 공격 정밀도에 비해 속도가 느렸다. 그래도 기사학파 수석인 마셸쯤 되야 겨우 피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그대가 죽으면, 테네라스도 솔로가 되는 거겠지요?”

“미친 또라이야!”

그런다고 널 좋아할리가 없잖아! 마셸은 답답해서 돌아버릴 것 같았다. 이녀석은 대체 어디에서 뭘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야, 빨리 안 오냐!”

“왔다고!”

아, 씨발. 죽는 줄 알았네. 마셸은 경비대의 파란 제복을 보고, 그제야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미친놈 뭐냐. 너에게 꽃힌 것 같던데.”

“그 수기 레포트 교수…. 마법 싫다더니 지는 마법 쫙쫙 쓰고…. 개새끼….”

“아, 그 미친놈이구나.”

미친놈이 미친 짓한다는 데 도리가 있나. 이 소식은 순식간에 전교에 퍼졌고, 테네라스는 교수를 고소하지 않는 대가로 또 전액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였다.

“너 팔자 개구리다. 왜 그렇게 사냐?”

“나도 몰라….”

테네라스는 벌컥벌컥 맥주를 들이켰다.

“이 망할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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