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에커뮤

[내품커] 랄카라카 토닥1

붉은 머리 도련님의 전속 메이드가 되었습니다

*참고 타래

우거진 숲 옆을 빙 돌아가도록 다듬은 도로 위를 한 마차가 달리고 있었다. 워더링필드의 문양이 새겨진 마차는 모든 문을 꼭 걸어닫은 채 고요히 숲길을 지나갈 뿐ㅇ이었다.

“워더링필드야, 나 심심한데.”

“경. 그리고 기도나 하시오.”

“나 진짜 밖에 나가면 안 되냐? 아니면 문이라도 열자.”

“안 되오. 누님께서 무슨 연유로 그대를 부르셨는지 모르는 바, 보안은 지켜져야 하오.”

마셸은 심심함에 몸을 비틀었다. 저 도련님은 혈마법도 아닌, 혈마법 비스무리한 거 하나 썼다고 일정 내내 토라진 상태였다. 심문회에 도착해서 워더링필드 가의 전령을 만났을 때에도 미간은 더더욱 찌푸려지기만 했다.

‘지금 그 말이 참인가? 누님께서 친히 저 용병 나부랭이를 부르셨다고?’

‘네, 맞습니다. 마셸, 정확히 그 자를 불렀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안 되겠다. 내 친히 누님을 뵈어야겠다.’

’하지만 아가씨께서는 도련님을 호출하시지 아니하셨는데….‘

‘알게 뭐지? 나는 갈 것이다.’

고집은 또 얼마나 억센지, 안 된다는 하인의 말에도 기어코 마셸과 동승하겠다며 마차에 올라탄 랄카라카는 내내 미간을 찌푸린 채 인상만 팍팍 구기고 있을 뿐이었다.

“와, 심심하다.”

“그만 입 다무시오.”

“네 누님 손님은 나거든? 넌 불청객이라고.”

“불경하다!”

“응, 내려.”

말 타는 것도 아니고, 마차 여행이라니. 몸 쓰는 걸 좋하는 마셸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마음같아서는 마차가 멈출 때마다 운동이라도 한 판 하고 싶은데, 저 도련님이 필사적으로 말리니 원. 고용주가 될 지도 모르는 분께 향하는 입장에서는 과한 요구를 하기도 껄그러운 것이다.

“마셸!”

“응, 나 마셸이야.”

“…. 누님 앞에서도 이딴 태도를 취한다면 가만두지 않겠소.”

내가 미쳤니? 고용주 앞에서 꼴값떨게. 하지만 이 기나긴 마차 여행에서 낙이라고는 이 도련님 놀리는 것 뿐이었기에, 마셸은 일부러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랄카라카를 도발했다.

“흐음…?”

“이 천박한!”

“응, 덤빌래?”

랄카라카가 뒷목을 붙잡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마셸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마차가 도착한 곳은 워더링필드의 저택. 랄카라카는 익숙하게 하인의 시중을 받으며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마셸은 제 대검을 받으려는 시종의 손길을 거절하며 랄카라카를 뒤쫒았다.

“누님?”

“랄카라카? 네가 웬 일이니?”

“누님,어찌하여 저런 망측한 자를 접견하시려는 겁니까? 저자는,”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적발의 여인은 랄카라카를 보는 순간 낯빛을 굳이며 선언했다. 명백한 축객령이었다.

“랄카라카. 집에 돌아왔으면 아버지께 인사부터 드려야지.”

“누님!”

“랄카라카.”

랄카라카가 거칠게 소리쳤지만, 여인은 꿈쩍도 하지 않고 랄카라라를 응시했다. 결국, 물러난 것은 랄카라카였다. 그 랄카라카조자 어릴 때부터 새겨진 위계질서를 어길 수는 없었는지, 그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하인을 따라 사라졌다.

“못 볼 꼴을 보여서 미안하오. 저 애가 워낙 고집이 센 지라.”

“괜찮습니다. 실례지만, 워터링필드 경의 누님 되십니까?”

“그래. 내가 지니브 워터링필드라오.”

지니브는 응접실 중앙에 위치한 소파 상석에 앉았다. 마셸은 익숙하게 그의 오른편 의자에 앉았다. 응접실이야 용병생활하면서 단장 대리로 몇 번 방문했던 적이 있어, 그나마 익숙하게 예법을 따를 수 있었다.

“내가 왜 당신을 불렀는지 궁금하리라 추측되는데.”

“아마 의뢰 때문으로 추측됩니다.”

“맞다. 오는 길에 습격 같은 건 없었나?”

있었다. 한 두 번 정도? 흔한 도적들로 추정되는 집단이었고, 간만의 운동거리에 신난 마셸이 깔끔하게 싹 쓸어버렸다.

“두 번 가량 있었습니다. 도적떼로 추정됩니다.”

“휴…. 아직 랄카라카의 귀환이 들키지는 않은 모양이군.”

여인이 피로가 듬뿍 묻어나는 미소를 지었다. 마셸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예비 고용주의 말을 경청했다.

“내 듣기로 그대는 귀족 가문의 경호원 노릇을 몇 번 했다고 하던데, 맞나?”

“네, 맞습니다.”

의뢰에 앞서 신분조사는 기본이지. 그건 굉장히 지루하고 따분한 일이지만, 단장이 꼭 해달라고 부탁을 하길래 어떨 수 없이 이악물고 했던 임무들 중 하나였다. 아, 설마.

“비슷한 의뢰다. 랄카라카를 지켜. 기간은 내가 가주위를 승계하는 날까지다.”

아, 귀찮게 됐네. 은퇴를 노리던 마셸에게는 갑작스럽게 날아온 날벼락이 다름없는 소식이었다. 이제 푹 쉬면서 놀고먹을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실례지만 저는….”

“은퇴를 뚯하고 있다고. 괜찮다. 이 계약서를 보도록.”

마셸은 지니브가 건네준 계약서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의뢰자, 의뢰기간, 의뢰내역, 그리고 보수 부분.

“실례지만 숫자를 잘못 적으신 건 아닌지…?”

“아니, 그게 맞다.”

아, 진짜? 월급이 이정도 수준이라고?

“감사합니다. 도련님의 털끝 하나 손상시키지 못하게 주의하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놈이 도련님을 해하려드는 지 알 수 있을까요?’

‘내 부덕다. 그 애만 없애면 제가 가주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많은 터라….’

‘아….’

‘이 사실은 그 애에게 알리지 말도록. 워낙 성격이 불같아서,’

‘네,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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