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에커뮤

[내품커] 멜라바 쭉쭉

부피가 늘어난다

*참고 타래

멜라바는 말랐다. 엘프치고 큰 키는 그의 깡마른 몸매를 강조하는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 그래서 마셸은 열심히 먹이자고 결심했다.

첫 방문은 그저 그것이 내켰기 때문이었다. 워더링필드에서 받은 돈으로 뭘 할까, 고민하던 마셸의 눈에 말린 자두 한 상자가 눈에 띄었던 것이다.

그 순간, 마셸은 몇 주 전 제 앞으로 배달온 엘프식 절임 과일 한 세트를 떠올렸다. 마이아가 친히 걸음을 옮겨가면서까지 배달해준 그것은, 한 때 유적을 같이 탐험했던 한 아이가 보내준 것이었다.

그 과일들은 예쁜 주머니에 소복하니 담겨있었다. 마셸은 자기도 그에 맞는 보답을 하기로 결정했다.

자니브의 직위 승계가 결정된 이후, 마셸은 자유의 몸이 되었다. 마셸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헬라텐이었다. 빨리 가지 않으면 자두가 다 썩어버릴 것 같았다.

옛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찾아낸 헬라텐의 마을은 새로 지은 건물인 티를 여실히 내고 있었다. 외부인을 경계하는 눈초리 속에서, 마셸은 익숙한 얼굴 하나를 발견해냈다.

“여, 오랜만이야!”

“마셸? 여긴 어떻게?”

그 애는 아직도 깡마른 몸으로 굳건히 서 있었다. 그 모습에 누군가가 겹쳐와, 마셸은 더 환히 웃어보였다.

“멜라바! 선물 고마워! 그래서 내가 답례로 이것저것 챙겨왔지.”

“여기는 외부인이, 아니, 되었다. 그대가 들어먹지를 않겠지.”

“잘 아는 걸? 자자, 빨리 들어가자고.”

멜라바의 방에 들어가자, 마셸은 냉큼 제 가방속에 있던 물건을 와르르 쏟아냈다. 전부 멜라바가 보낸 주머니였다.

“하나는 내 옷이고, 나머지는 다 네거야! 아, 주머니 말고 내용물만!”

“이게 뭔가?”

“열어봐!”

멜라바는 조심스럽게 가장 도톰한 주머니를 열었다. 그 안에는 갓 말린 자두가 한가득 들어있었다. 마셸은 뿌듯하게 웃었다.

“너 자두 좋아한다며! 그래서 내가 이만큼 가져왔어!”

마셸은 이틀 정도 머물다 수호자의 저택을 떠났다. 품에는 전보다 더 많아진 과일뭉치를 안은 상태였다. 두 손으로 들기에도 버거워 꼭 끌어앉아야 할 양이었다.

“이걸 어쩐다? 역시 동네방네 자랑을 해야겠지?”

마셸은 이참에 동료 순례를 떠나기로 했다. 심문회의 한 동료가 그들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대충 물어물어 찾아가면, 그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게 뭐라고?”

“안티바의 햄이야. 햄은 향신료를 쳐서 고기를 말린 건데, 그냥 육포와는 느낌이 좀 다르달까. 한 번 먹어볼래?”

“아니, 괜찮다.”

“얇게 썰어서 과일하고 먹으면 맛있어.”

마셸은 직접 시범을 보여주었다. 두텁게 썬 멜론 위에 얇은 햄 한 조각을 올려 한 번에 씹어먹은 것이다. 한참을 의심스럽게 바라보던 멜라바는 조심스럽게 햄 한 조각을 집어들었다.

“먹어도 되는 게 맞겠지?”

“한 번 더 보여줄까?”

“아니, 되었다.”

멜라바는 마셸을 따라 햄과 멜론을 베어물었다. 그 휘둥그렇게 떠지는 녹빛 시선을 마셸은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그대는 이런 것들을 어떻게 구하는 거지?”

손 닿는 곳에 있는 육포를 씹어먹던 멜라바가 중얼거렸다. 탁자 옆에서 빈둥빈둥 멜라바가 일하는 모습을 구경하던 마셸이 가볍게 대답했다.

“나야 뭐 여기저기 많이 다니니까. 어찌어찌하다 아는 사람이 생기는 거지. 그 육포는 말야, 내가 전에 구해줬던 사람하고 연이 닿아서 알게된 물건인데. 왜, 기억나? 퍼렐던의 어부. 간고등어 만든다던.”

“그래. 기억난다.”

“그 어부 친구의 친구가 돼지 농장을 한대. 그런데 그쪽 돼지가 맛있기로 유명하다길래, 호위 하나 맡아서 가봤지. 근데 거기 마을 앞쪽에서 도적떼를 만난거야!”

“그랬군.”

“그 도적떼에게 털리던 상인을 구해줬는데, 그 사람이 그 친구의 친구였어. 그 괴정에서 육포 장사를 좀 트게 됐지.”

멜라바는 신기하다는 듯한 눈으로 마셸을 바라보았다. 마셸은 그런 멜라바가 더 신기했다. 이 좁은 곳에 평생 있으면 안 지겹나?

“괜찮으면 말해. 몇 개 더 가져다 줄게.”

“고맙군.”

“멜라바!”

“마셸 님 오셨습니까? 수호자님은 저쪽 공터에 계십니다.”

마셸은 낄낄 웃으며 공터 쪽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올레이에서 긁어모은 향신료 덩어리들이 멜라바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국적인 향을 맡은 멜라바는 무슨 표정을 지을까?

“멜라바! 나 여기있어!”

“위험하다. 달리지 말고 걷도록.”

“그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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