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품커] 멜라바 푹찍
차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
위 트윗에서 시작된 글
큰 키에, 전보다는 둥글어진 몸. 마셸은 습관적으로 그의 몸을 훑는다. 불필요한 긴장이 가득한 몸이다.
약간 두툼하게 부푼 옷자락, 살짝 기울어진 균형, 딱딱하게 굳은 손가락. 모든 징조가 경고를 울린다. 암살이다. 아주 어설픈 암살.
허나, 마셸은 태연하게 웃으며 터벅터벅 다가간다. 손을 흔들며 자연스럽게 웃기까지 한다.
“멜라바, 오랜만이야!”
“….”
멜라바는 침묵으로 답한다. 허나, 팔을 활짝 벌리는 폼새가 마셸을 반기는 것은 확실하다. 마셸은 망설임없이 몸을 던진다.
“내가 그렇게 반가웠어? 좋아! 꼭 끌어안아줄게!”
깡마른 몸에 붙은 잔근육들이, 그가 지금까지 견뎌온 삶을 짐작케 한다. 쉽게 쓰러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다. 꼭 끌어안은 등에서도 자잘한 근육이 느껴진다. 가냘픈 근육들이 역동적으로 꿈틀거린다.
‘푹’
예견된 통증이다. 마셸은 습관적으로 몸의 상태를 점검한다. 장기 두 개 정도는 다친 것 같다. 치명상은 아니지만, 빠르게 치료하지 않으면 죽을 것이다.
그래, 이렇게 죽는 것도 나쁘지 않나? 죽음으로서 상대에게 영원한 각인을 남기는 것도 제법 흥미로운 일이다. 마셸은 제 죽음을 가늠하며 둥글게 눈을 휜다.
“알고 있었나?”
“당연,히.”
꼭 끌어안은 상태라 멜라바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꿈틀거리는 근육이 그의 심정을 반영한다. 극도로 분노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아, 칼날이 좀 흔들렸다.
“내가 상처를 입힌 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게 해라, 솀렌! 내가 적선을 받고 돌아가게 할 건가? 이건 내 칼에 대한 모욕이다!”
“아, 그래?”
이게 적선이 되나? 피가 빠지면서 멍해진 머리로는 생각이 쉽지 않다. 마셸은 언제나처럼 태연하게 생각나는대로 입을 놀린다.
슬슬 치료를 해야할 것 같긴 한데.
“그러면 아무거나 줘. 헬라텐 자유 출입권이라거나, 장신구 제작법이라거나.”
“지금 이게 장난으로 보이나? 고작 그런 것을 요구할만큼 하찮은 일로 보여?”
지가 먼저 준다고 했으면서. 답지않게 볼을 부풀린 마셸은 멜라바의 근육에 몸을 지댄다. 바들바들 떨리는 근육이 그의 감정을 전달한다. 아기 사슴같아. 내심 웃는다.
마셸은 떨리는 팔에 힘을 줘 멜라바를 끌어안는다. 원하는 만큼 힘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제 의사를 전달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다.
“괜, 찮아,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마.”
“괜찮을리가 없지 않은가! 그대를 찌른 자가 바로 나다!”
그렇게 쩌렁쩌렁 말 안 해도 다 아는데. 얘가 왜 이러지? 마셸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 안 괜찮은 건 사실이니,
“그러면 치료나 해주든가.”
그거면 됐지, 뭐. 이제 한계인 것 같은데. 마셸은 스르르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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