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에커뮤

[내품커] 아쉬아드 퍽퍽

싸워라, 마셸아!

*

위 타래에서 시작

“지금 나가야 한다니까?”

마셸은 꼭지가 돌아버리는 것 같았다. 이 양반이 탐사 한두 해 해보는 것도 아니고, 지금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걸 모를리가!

“쟤들 완전 쫄쫄 굶고 있거든? 애들 보존식도 다 떨어져가는 거 몰라?”

굶주린 병사는 병사가 아니다. 그저 한 마리의 짐승이지. 통제되지 않는 무력은 도리어 해가 된다. 그 단순한 사실을 왜!

“우리는 유적을 조사하고 유적의 문제를 해결하러 온 거지 보물 찾으러 온 게 아니야.”

“대장아, 그놈의 탐사 하려면 재정비가 필요하다니까?”

마셸은 저 벽 너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조사원들 쪽으로 손짓했다. 갑작스럽게 닥친 조사 일정에 지치고 피로해진 사람들. 작은 소음에도 화들짝 놀라며 깨어나는 애송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작정 나아가는 무모함이 아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목표를 제시하고, 단계적으로 전진하는 치밀함이었다. 그걸 모를리가 없는데!

“우린 지금 유적에서 길을 잃었어. 돌아갈 길 찾느라 시간 허비할 시간에, 차라리 나아가는 게 낫지 않나?”

“더 깊이 들어가면 더 많이 나와야 하거든?”

아, 젠장. 돌아버리겠네. 이 양반 오늘따라 왜 이래. 마셸은 한껏 짜증을 내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씻지 못해 엉킨 머리가 손끝에 걸리적거렸다.

“나야 이짓거리가 익숙하다고 쳐도, 아닌 놈들 많은 거 알잖아. 오줌 마시는 것도 버럭버럭 하는 놈들에게 뭘 바라는거야?”

“그만. 더 이상 말하면 하극상으로 알겠어.”

아쉬아드가 제법 위협적으로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마셸에게는 같잖을 뿐이었다. 그딴 표정에 질릴 거면 용병생활 못하지.

그보다, 지금 나에게 뭐라고 한거야.

“하극상?”

“그래. 하극상.”

아, 그래? 내가 정식 소속도 아니고, 용병 계약을 했을 뿐이라는 걸 알고도 그 소리가 나온다 이거지? 지금 네가 내 윗대가리라고?

마셸은 코웃음쳤다. 내 계약서에는 뻔히 죽을 길에 몸 던지라는 얘기는 없었는데.

“네가 먼저 시작했다?”

“뭐?”

“계약서 위반한 건 너야.”

마셸은 냅다 대검을 뽑아들었다. 말 안듣는 상사에게는 폭력이 최고지. 비록, 그게 그 자신보다 강해보이는 쿠나리라고 할 지라도.

“너, 지금!”

“쫄리면 뒈지시던가!”

마셸은 강하게 대검을 내리찍었다. 예상했던 대로, 아쉬아드는 도끼를 뽑아들지 않았다. 그저 손을 들어 마셸의 손목을 내리쳤을 뿐. 죽일 생각은 없는 게 확실했다.

그야 그렇겠지. 나만큼 유능한 인력을 잃으면 대손실이니까. 마셸은 그대로 손에서 대검을 풀어냈다. 대검이 벽에 부딪히며 떨어지는 소리가 유적을 울렸다.

틈을 줄 필요는 없어. 저 쿠나리가 원하는 바는 분명했다. 제 긴 리치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쥐어패는 것. 그렇다면 가까워지면 그만이야.

“이게, 무슨 짓이지?”

“하극상. 보면 몰라?”

쿠나리의 손발이 연거푸 마셸을 후려쳤다. 멍 좀 들겠네. 부러지진 않았다. 마셸은 그대로 쿠나리의 품에 파고들었다. 얼굴, 명치, 고간, 온갖 급소를 후려쳤다. 신경을 뒤흔들기 위해 소리를 지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비겁? 좆까라고 해. 목숨이 달렸는데 그딴게 중요하냐.

“아수라! 테네라스! 아즈하,”

“어디서!”

의도대로, 아쉬아드는 한 손으로 그의 입을 막으려들었다. 이 모습이 들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은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더 파고들어야지.

마셸은 손을 떼어내려 애쓰며 힘껏 소리를 질렀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다가오면, 그의 작전은 성공이다.

“대장이! 사람!”

“그만 하라니까!”

쿠나리가 급하게 손짓했다. 마셸은 일부러 그 손짓 안에 머리를 집어넣었다. 얼굴만큼 타격이 눈에 잘 보이는 부위도 드문 법이다. 넌 뒈졌어.

‘퍽’

큰 소리와 함께 마셸의 얼굴이 돌아갔다. 뺨에 정타로 들어간 공격이었다. 이에 부딪힌 입 안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마셸은 피를 툭 뱉어내며 씨익 웃었다.

“대장이, 사람, 패네?”

목적 달성. 이 지경까지 왔으면 끝났지 뭐. 마셸은 쿠나리의 연이은 공격을 피해가며 이죽거렸다. 근데, 왠지 대장 눈깔이 좀 돌아갔다?

훅, 훅. 아쉬아드의 공격운 더욱 거세졌다. 심문회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자의 공격이었다. 그제야 마셸은 아쉬아드의 정보 하나를 떠올렸다. 이 사람 혈전사였지?

“아, 씨발.”

좆됐네. 얘들아, 진짜 빨리 와주지 않을래? 나 죽을지도. 머셸은 필사적으로 방어태새를 취했다. 쿠나리의 큼직한 손이 연달아 마셸의 몸을 가격했다. 팔, 손, 다리, 옆구리.

치명상은 전부 막았지만, 팔다리가 얼얼했다. 아무래도 멍으로 고생 좀 할 것 같았다. 설마 부러지진 않았겠지?

‘뚝’

아, 씨발. 내 다리. 마셸은 다리에 힘이 풀리는 걸 느꼈다. 그와 동시에 제 위를 점하는 큼직한 몸도. 눈이 완전히 돌아간 미친 쿠나리는 전력을 다해 절 때릴 생각이 만만했다.

퍽, 퍽. 손과 팔로 막아내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자세까지 제대로 잡은 쿠나리를 이기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단장? 마셸?”

그래도 내가 이겼어. 마셸은 붉어진 시야로 보이는 쿠나리를 향해 피식 웃었다.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Non-CP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