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 플레이타래

[DAO] Maker help us all 6

오스타가-이샬의 탑

※ DAO 전체 스포일러 포함

※ 엘프 마법사 / 제브란맨스

정신을 차리자마자, 일이 연이어 벌어졌다. 케일런 왕과 로게인 공작의 설전, 그리고 이어진 회색 감시자의 배치 문제. 결국 네리아와 알리스터는 이샬의 탑에서 봉화를 올리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높은 탑 위에서 바라보는 전쟁은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소름끼치는 것이었다. 무수히 많은 사람, 서로를 향해 내지르는 살의, 바람에 실려오는 피비린내. 

도를 넘은 광기와 폭력들. 네리아에게는 전혀 익숙하지 않은 광경이었다. 마력이 일렁였다. 집에 가고 싶었다. 어빙이 보고 싶었다. 

“이샬의 탑으로 가자! 로게인이 기다리겠어!”

떨리는 다리를 억누르는 것은 임무에 대한 책임감. 그는 봉화를 올려야 했다. 던컨의 의지를 이행하기 위하여. 

그리하여 탑을 오르는 고행이 시작되었다. 갑자기 뛰쳐나오는 어둠피조물을 쓰러트리고, 또 쓰러트렸다. 쓰러진 어둠피조물의 몸에서 쏟아지는 악취는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았으나, 네리아는 나아갔다. 

태우고, 지지고, 얼린다. 넘쳐나는 마력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지만, 지금은 괜찮았다. 감정을 쏟아부을 대상이 지천에 널려있었다. 

임무를 막는 자에 대한 분노, 집을 향한 그리움, 살의에 대한 공포. 모든 것을 전부 쏟아냈다. 탑의 경비병들은 그 위용에 질려 제대로 나서지도 못했다. 네리아는 신경쓰지 않았다.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최후의 관문. 오우거. 그것은 병사 하나를 뜯어먹고 있었다. 그것이 입을 움직일 때마다 핏줄기가 픽픽 튀어올랐다. 잔혹했다. 

“네리아, 부탁해.”

알리스터가 무어라 중얼거리며 앞으로 달려갔다. 네리아는 반사적으로 불을 피워올렸다. 적을 향해 쏘아지는 거대한 화염을. 

펑, 피어오른 열기에 오우거가 휘청거렸다. 알리스터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오우거에게 달려들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병사들이 제 무기를 들고 뛰쳐나갔다. 네리아는 다시 한 번 마법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얼음. 바닥에서 솟아오른 얼음의 손이 오우거의 다리를 잡아챘다. 붙잡힌 곳부터 괴사가 퍼져나갔다. 네리아는 그대로 힘을 주어 오우거 다리 한 짝을 꽁꽁 얼려버렸다. 

“크어어어!”

난동을 부리는 오우거를 잡아두기를 잠시, 수없는 난도질을 견디지 못한 오우거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알리스터는 반쯤 작살난 방패를 툭툭 건드려보다가 새된 비명을 질렸다. 

“네리아! 너 코에서 피나!”

“아?”

실로 그러했다. 네리아는 제 코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이제서야 느낄 수 있었다. 과도한 집중 탓에 제 몸이 다치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네리아는 어설프게나마 소매로 코를 훔쳤다. 

“어, 그러네요. 알리스터는 괜찮아요?”

“몇 대 맞을 뻔하긴 했는데, 크게 다친 곳은 없어. 그보다 봉화, 봉화를 피워야 해.”

네리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건너편에 불을 피울 수 있는 아궁이 같은 물체가 보였다. 네리아가 손을 튕기자, 나뭇가지에 불이 붙었다. 

“대단한데?”

“던컨 님이 알려주셨어요.”

나무를 몇 번이나 태워먹은 끝에, 오스타가에 거의 도착할 무렵이 되어서야 익힌 요령이었다. 네리아는 저 멀리서 벌어지는 전투를 흘굿 바라보었다. 

“멀쩡하게 돌아오셨으면 좋겠다.”

“그럴거야. 던컨이니까.”

두 사람의 기원은 처참하게 박살났다. 로게인의 군대는 오지 않았고, 어둠피조물은 끊임없이 기어올랐다. 불이 꺼지지 않도록 막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네리아는 결국, 제 몸에 꽃힌 화살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모리건이었다. 네리아는 멍한 표정으로 그의 마력을 훑었다. 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네리아는 그에게 감사인사를 한 후, 침대에서 일어났다. 자세한 사정을 알아야 했다. 마침 문 밖에서 알리스터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네리아! 몸은 괜찮아?”

“알리스터는요?”

“나야 괜찮지. 그보다, 던컨이....”

알리스터는 울적한 표정으로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로게인의 배신, 던컨과 회색 감시단의 사망, 그리고 플라메스의 도움. 네리아는 머리가 핑 도는 것 같았다. 

“던컨이, 죽었다고요.”

그러면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 갑작스러운 허탈감이 몸을 짓눌렀다. 헤아릴 수 없는 공허. 견딜 수 없는 한기. 뼈속부터 올라오는 공포가 네리아를 뒤흔들었다. 

길잡이가 없다. 그를 안내하고 지시할 존재가, 믿고 따를 수 있는 존재가, 의존하고 의지할 존재가 없다. 네리아는 줄 끊어진 연이 된 기분이었다. 

어빙, 어빙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일단은 이 조약서를 따라 움직이는 게 어떨까?”

회색 감시자의 조약서에는 엘프, 드워프, 그리고 마법사의 원조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마법사. 마법사에게 원조를 요청하면. 

“좋아요. 그러면 어디부터 가는 게 좋을까요?”

“나는 잘 모르겠어. 너는 어때?”

그도 몰랐다. 어느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일지. 그러나, 가장 나은 선택을 알 만한 사람은 알고 있었다. 

“그러면 협회부터 가요. 아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어빙, 저를 도와주세요.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HL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