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 플레이타래

[DAO] Maker help us all 4

오스타가-오염된 피

※ DAO 전체 스포일러 포함

※ 엘프 마법사 / 제브란맨스

오스타가에는 사람이 많았다. 협회 사람들을 다 모아도 이 사람들의 반도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이토록 많은 인파를 처음 본 네리아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케일런의 즉흥적인 마중이 끝난 후, 던컨은 네리아에게 몇 가지를 지시했다. 네리아는 묵묵히 그 지시를 기억해두었다. 

“저쪽으로 가서 네 선임 알리스터와 함께 내 숙소로 오도록. 내 숙소는 이 쪽에 있다.”

“네.”

“짐은 병참 쪽에서 다시 배정받으면 될 테고, 가능하다면 다른 감시자들도 함께 데려오도록. 위치는 알리스터가 알고 있다”

“알겠습니다.”

던컨은 제 숙소로 떠났다. 네리아는 심호흡을 한 후 병참 장교를 찾아나섰다. 도중에 마바리 훈련사에게 잡혔지만 무사히 탈출했다. 마바리를 위해 약초를 찾아본다는 말은 했지만, 지킬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알리스터로 추측되는 자는 어떤 마법사와 투닥거리고 있었다. 네리아는 조심스럽게 그들중 한 명의 이름을 불렀다.

“아이단, 맞나요?”

“네리아? 네가 여긴 웬 일이야?”

아이단은 그가 협회에 있었을 때 안면이 있었던 사이었다. 전투마법사답게 담력 좋은 아이단은 네리아에게 그나마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마법사 중 한 명이었다. 

“이번에 회색 감시자로 차출되었어요. 이 곳에서 알리스터 선배를 만나라고 하시던데.”

“내가 알리스터야. 네가 이번에 들어온다는 신입 감시자구나?”

“네가 회색 감시자가 된다고?”

아이단은 놀란 듯 입을 쩍 벌렸다. 그리고 자신의 뺩을 가볍게 때렸다. 

“꿈은 아닌 것 같네. 네 능력이 그렇게 출중한 줄은 몰랐다. 시련 의식은 통과한 거지?”

장난스럽게 웃는 미소를 보니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았다. 네리아도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수석 마도사님이 여러분께 안부를 여쭈라고 하셨어요.”

“당연히 잘 지내지. 윈도 이 곳에 있으니까 나중에 만나 봐. 나는 이만, 저 놈이 떠맡긴 일을 해야 해서.”

“내가 언제 떠맡겼다고!”

알리스터가 대뜸 화를 냈지만, 아이단은 능청스럽게 웃으며 멀어진 지 오래였다. 벌써부터 마탑이 그리워지는 것 같았다. 

선임 감시자는 틱틱 투덜대더니, 이윽고 표정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나름 근엄한 표정이라고 지은 것 같았다. 성가회 템플러들에 비하면 아주 우스꽝스럽지만. 

“나는 알리스터야. 너보다 이 주 먼저 회색 감시자가 되었어.”

“저는 수라나입니다. 던컨 님께서 선임 감시자를 만나보라고 하셔서요.”

“던컨이? 아, 그래. 너희도 의식을 치를 때가 됐지. 다른 동료들은 내가 불러갈 테니까 너는 먼저 가도 좋아. 가는 길에 병참도 들리고.”

알리스터가 손을 뻗어가며 병참장교가 있는 곳을 일러주었다. 네리아는 그 말을 잘 기억해두며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알리스터는 화들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 

“아니야. 별 것 아닌 걸. 그러면 이따가 보자고!”

병참장교는 네리아를 보자마자 고함부터 내질렀다. 신경질적이고 짜증이 가득 담긴 목소리었다. 

“이 엘프 자식아! 내가 가져오라고 한 짐이 몇 갠데 빈 손으로 돌아와!”

엘프 자식이라고?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멸칭이었다. 그야 당연했다. 지금보다 훨씬 감정조절이 불안정했던 어린 마법사는 작은 분노에도 마법이 튀어나가고는 했으니. 

몇몇 귀족 출신 마법사들이 얼쩡대던 것도 한두 번. 뜨거운 맛을 당해본 이들은 자연스럽게 네리아보다 더 약한 이를 찾아나섰다. 그렇게 네리아는 안전해졌다.

지금은 고작 저런 말에 화가 날 정도로 어리숙하지 않았다. 네리아는 차분하게 자신의 목적을 전했다. 

“회색 감시자에 대한 물자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회색 감시자라니, 그게 왜, 설마, 당신이 회색 감시자?”

장교가 갑자기 허리를 곧추세웠다. 빳빳하게 각잡힌 자세를 취한 장교는 그대로 허리를 깊이 숙였다. 

“죄송합니다! 엘프가 많고, 일이 바빠서.”

“네.”

“정말입니다! 저는 엘프가 회색감시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맹세코 감시자님이신 걸 알았다면 그런 무례는 저지르지 않았을 겁니다!”

“네. 그래서 물자는 어디 있습니까?”

네리아는 다시 한 번 장교를 독촉했다. 빨리 목적을 달성하고 던컨에게 돌아가야 했다. 시간낭비할 틈이 없었다. 

당황한 병참 장교가 넘어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짐을 싸고, 의복 및 포션 등이 담긴 가방과 지팡이를 가져오는 동안, 네리아는 조용히 병참 장교를 지켜보았다. 

“여,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던컨에게서 임무를 받고 습지대로 나아가는 길. 대버스와 조리는 연신 투덜거렸다. 네리아는 난생 처음 겪을 어둠피조물과의 전투에 대한 걱정으로 마법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왜, 긴장돼?”

알리스터가 웃으며 말을 걸었다. 그는 단단한 갑옷과 긴 검, 그리고 둥근 방패를 장비하고 있었다. 

“네, 떨려요. 전투는 처음이라.”

그의 임무는 화력. 저들이 적을 붙잡아두는 동안 공격을 가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가 어떤 수준으로 어떻게 얼만큼 마법을 써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이러다가 임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닌지. 네리아는 너무 걱정되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것 같았다. 알리스터가 네리아의 등을 톡톡 쳤다. 

“너무 걱정되면 일단 최대 화력으로 쏘고 봐. 급한 일은 아니니까.”

“감사합니다.”

던컨은 얼음 마법을 메인으로 사용하고, 적이 얼어붙으면 비전화살을 난사하는 패턴으로 가면 된다고 말했다. 제 재능을 활용하고 아군 피해를 가장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네리아는 그 패턴을 상상해보았다. 그가 만들어낸 겨율의 손아귀가 적을 사로잡고, 그 위로 비전 화살이 날아가는 광경을. 

“얼음, 그리고 비전 화살.”

몇 걸음 걷기가 무섭게 늑대들이 쳐들어왔다. 그녀의 상상을 실제로 실현시킬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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