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품커] 아쉬아드 퍽퍽2
미안, 아쉬아드.
*참고타래
눈을 뜨자 보인 것은 흰 붕대였다. 치료실인가봐. 마셸은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바닥을 툭툭 치며 주변에 있을 치료사를 불렀다.
“마셸? 깨어났어요?”
대답을 하려니 목이 아팠다. 증상을 눈치챈 치료사는 빠르게 물을 먹여주었다. 좀 살 것 같았다.
“아, 좀 살겠네. 나 많이 다쳤나봐? 여기저기가 뻐근한데?”
“말도 마시죠. 안와골절에, 뇌진탕에, 과다출혈에까지. 죽지 않은 게 용할 지경이에요.”
“오, 그래?”
어쩐지 붕대로 칭칭 감아놨더라. 좀 세게 맞았나본데. 마셸은 움직일 때마다 아려오는 턱근육을 조심스럽게 놀렸다.
“그래서 얼마나 쓰러져있었어? 하루? 이틀?”
몸 상태를 보니 최소 하루는 누워있던 것 같은데. 태평하게 지껄이는 마셸에게, 치료사는 덤덤한 말투로 진실을 설명했다.
“무슨 소리에요? 당신 나흘이나 쓰러져 있었어요.”
Holy Shit. 분위기 다 좆창났겠구만.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테네라스였다. 치료사에게 사정사정해서 붕대를 푼 눈에 수심이 가득한 바이올렛 눈동자가 흐릿하게 들어왔다. 아직 안색이 정확하게 보일만큼 초점이 잘 맞지는 않았다.
“야...도대체 단장님한테...뭐라.. 말하면 이렇게 혼수상태가 될 정도로 처맞는거냐?”
들어오자마자 한다는 말이 타박이다. 마셸은 삐죽 입술을 내밀려다가가 실패했다. 아, 씨. 은근 아프네.
“살다보면 그럴수도 있지!”
“하 ....그래서, 상태는? 좀 괜찮고?”
“물론. 나 아직 멀쩡하다고?”
정확한 표현은 아니었다. 금간 다리는 아직도 욱신거렸고, 얼굴은 퍼르댕댕하게 부어서 말하는 것도 버거웠다. 얼마나 맞았는지, 상체는 전반적으로 감각이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고작 이 정도로 마셸을 멈출 수는 없었다.
마셸은 억지로 손을 들어 파닥거렸다. 테네라스가 그 꼴을 보더니 징글징글하다는 듯 말했다.
“몸 좀 사려라, 이 징한 놈아.”
대장이 선빵 친 거 얘기 안 했나? 얘가 이렇게 순할 애가 아닌데. 마셸은 가느스름하게 눈을 뜨다가, 진짜 못생겼다는 테네라스의 지적을 듣고 다시 파닥파닥 날뛰기 시작했다.
“랄카라카? 네가 웬 일이야?”
한동안 방문자들에게 시달린 후, 조용한 병실에 발을 들인 것은 의외로 랄카라카였다. 마셸은 퉁퉁 부어오른 눈을 크게 떴다.
랄카라카는 마셸을 위에서부터 쭉 훑어보더니, 만족스럽게 웃었다.
“잘 했소. 그렇게 챙겨주는 척 하더니 꼴 좋군.”
내 꼴이 좋다는 거야, 아쉬아드 꼴이 좋다는 거야? 아무래도 둘 다인 것 같지? 마셸은 부우 입술을 내밀며 투덜거렸다.
“뭘 이정도 가지고.”
“잘 한 걸 잘 했다고 해야지. 다음 번에도 똑같이 하시오.”
“또 처맞으라는 거야?“
뭘 당연한 걸 묻냐는 듯한 얼굴이었다. 마셸은 그 얼굴을 보며 낄낄 웃었다. 랄카라카의 괴이쩍은 것을 보는 시선에도 개이치 않았다. 그래, 고작 이정도 다친 것가지고 호들갑 떠는 게 이상한거지.
터프하군. 마음에 들었어.
“다음엔 네가 해봐, 도련님. 내가 신나게 응원해줄게.”
“필요 없소.”
오늘의 마지막 손님이 방문했다. 한참 전부터 바깥을 배회하던 이는, 인기척이 잠잠해졌을 즈음에야 치료실에 들어섰다.
문을 연채, 가만히 서있는 모습이 동상같아, 마셸은 다친 근육을 억지로 입을 열었다. 이거 언제 낫냐.
“여, 대장.”
아쉬아드의 몰골은 초췌했다. 눈에는 핏발이 부릅서있었고, 밥도 제대로 먹지 않은 듯 볼은 움푹 꺼져있었다. 그는 다 쉬어가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미안하다.”
“됐어, 괜찮아. 재정비는 예정대로 된 거야?”
아쉬아드는 침묵했다. 그것만으로도 마셸은 모든 상황을 예측할 수 있었다.
심문회 단장에 대한 불신, 언제 숨 넘어갈지 모르는 환자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기이한 유적에 대한 공포.
그들은 재정비에 실패했다.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마치 무언가에 의해 갇힌 것 같더군.”
그 한마디 뒤에는 치열한 다툼이 숨겨져 있었다. 데일스와 회색 감시단의 반발, 심문회 내부 반목, 그리고 아쉬아드 개인의 갈등까지.
마셸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모든 것을 흘려넘겼다. 중요한 것은 목적의 달성 여부였다. 열심히 피와 살을 갈아넣었건만. 아쉽네.
“어째 테네라스 안색이 헬쑥하더라니.”
“고생이 많았지. 못난 단장을 둬서.”
오늘 마셸을 방문한 자들은 오로지 심문회 단원뿐이다. 마셀은 그 현상이 의미하는 바를 기민하게 이해했다. 다른 자들이 심문회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몇몇 단원이 그 사이를 봉합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았다. 상처입은 장본인이 바닥에 쓰러져 빌빌 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런. 그러게 순순히 내 말을 들었으면 좋았잖아?”
“마치 악당같은 소리를 하는군.”
“틀렸어?”
아쉬아드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마셸의 곁에 앉았다. 이미 어두워진 천막 안에서, 마셸의 흐릿한 시선으로는 아쉬아드의 표정을 잡아낼 수 없었다.
“아니, 이건 내 잘못이다. 내가 중간에 조절해야 했어.”
“선빵친 얘기는 안 했더라?”
“변명이 될 뿐이야.”
그건 그렇지. 마셸이 고개를 주억였다. 이미 그가 이 꼴이 된 이상, 말을 덧붙이는 건 사족이 될 뿐이다.
“그럼 이제 어쩔거야?”
“일단은 조사를 진행하야겠지. 그것밖에 수가 남지 않았어.”
“그러면 나도 나가야겠네.”
아쉬아드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방법이 없다는 걸 아는 자의 반응이었다.
“걸어다닐 수는 있고?”
“필요하다면.”
“말도 좀 어눌한 것 같은데.”
“이 꼴로 발음이 정확하면 그게 더 이상해.”
“전투는.”
“불가.”
모든 다툼의 근원은 마셸의 부상. 그렇다면 당사자가 건재함을 과시하는 것만큼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좋아. 내일부터는 바빠지겠군.”
“수당이나 제대로 내놔.”
마셸은 키득키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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