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에커뮤

[내품커] 랄카라카 토닥2

그 메이드는 전투메이드

* 참고 타래

“드시오.”

지니브가 선언했다. 랄카라카는 불쾌한 표정을 팍팍 지으며 우아하게 숟가락을 휘저었다.

“누님, 저는 저 치가 왜 이곳에 있는지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내 듣기로 네게 친구가 생겼다 하던데.”

“친구라니요! 전혀 아닙니다!”

마셸은 랄카라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유심히 구경했다. 보통 저지경이 되면 온갖 헛소리가 시작되던데, 누님은 누님인지 조용히 꾹꾹 눌러담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어떤 처자인지 얼굴 좀 보려고 불렀다. 한동안 여기서 근무할 예정이야.”

“네?”

랄카라카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이쪽을 돌아보았다. 마셸은 얄궃게 웃으며 눈을 둥글게 휘었다.

“그렇게 되었네, 도련님. 잘 부탁한다고!”

“내가 진짜!”

랄카라카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시종들이 긴장으로 온통 몸을 움츠린 가운데, 마셸은 여유롭게 미소지었다.

푹 자고 일어난 아침. 가볍게 아침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마셸을 맞이하는 건 동료가 될 메이드들이었다. 그들은 지니브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 땀으로 범벅이 된 마셸을 보고도 얌전히 빈 욕탕을 안내했다.

“이게 내가 입을 옷이야?”

샤워를 마친 마셸을 기다리는 것은 잘 다려진 메이드복이었다. 메이드 한 명이 마셸의 곁에서 차분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오늘은 저희가 준비했지만, 내일부터는 직접 준비하셔야 합니다. 옷은 하녀들이 이곳에 놓아둘겁니다.”

메이드는 마셸을 데리고 다니며 집안의 구조, 집사와 하녀장의 이름, 거주하는 시종들의 주요 업무 등을 설명해주었다. 마셸은 거추장스러운 건 전부 쳐내고 필요한 정보만 받아들였다.

“오늘 점심을 먹고, 도련님을 보좌하는 업무가 시작됩니다.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실수? 무슨 실수?”

“도련님을 노하게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거 이미 글러먹지 않았어? 마셸은 제 과거 이력을 떠올렸다. 혈마법 비스무리한 걸 쓴 순간 이미 나가리된 것 같은데. 안 그래도 오전에 그거 따지러 고용주에게 찾아간 것 같단 말야.

하지만 어쩌겠나. 고용주는 고용주고, 그는 한낱 피고용인인 것을. 마셸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의할게.”

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 말이 이렇게 쉽게 깨질 줄은 몰랐는데. 마셸은 다급하게 먼저 가는 랄카라카의 목덜미를 끌어당겼다.

랄카라카의 몸이 뒤로 휘청이면서, 짧은 검날이 허공을 스쳤다. 엘프 시종의 눈에 억울함이 배어나왔다.

“이 새끼는 왜 죽지도 않아!”

“여, 이야기는 나랑 하자고.”

그대로 몸을 획 돌리며 랄카라카를 피신시킨 마셸은, 가벼운 터치 몇 번으로 시종의 손에서 단검을 빼앗아냈다. 순식간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그제야 암살 시도를 알아챈 하인들이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주인님을 부르겠다는 시종부터, 아가씨를 찾는 하녀, 자리에 주저앉는 하인까지. 각양각색이었다.

마셸은 그 소란에도 굴하지 않고 제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평생 무술 한 번 제대로 익히지 못한 근육이 비명을 질러댔다.

“저 새끼가 어제 내 부인을 때렸어! 지금 거의 죽을 지경이라고!”

“아, 그래?”

아이고. 도련님 성깔 더러운 건 알았는데, 이 정도로 더러웠을 줄이야. 심문회에서는 그도 나름 참았다는 게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마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래. 그래서 이 단검은 누가 줬는데?”

“당연히 내 거지!”

‘콰직’

남자의 손이 단번에 기묘한 각도로 휘어졌다. 마셸은 여상스런 어조로 조곤거렸다.

“개소리 하지 말고. 니들 월급으로는 이거 못 사. 누가 넘겨준거야?”

“그, 그건!”

마셸은 꾸준히 압박을 가했고, 결국 그 시종은 한 단어를 입에서 털어놓았다. 마셸의 뒤에서 그 모습을 보던 지니브가 박수를 쳤다.

“역시 유능하군. 고용한 보람이 있어.”

“감사합니다. 그런데 도련님은?”

“애가 성격이 여려서. 보지 말라고 다른 곳으로 보냈다네.”

“알겠습니다. 곁에서 대기하겠습니다.”

지니브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끌고온 경비병들이 엘프 시종을 데리고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마셸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랄카라카의 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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