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 플레이타래

[DAO] Maker help us all 3

오스타가-회색 감시자 되기

※ DAO 전체 스포일러 포함

※ 엘프 마법사 / 제브란맨스

늘 창문 너머로만 세상을 접하던 어린 마법사에게, 오스타가로 가는 여정은 고작 음화집보다 더한 자극을 선사했다. 네리아는 흔들리는 마력을 진정시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네리아, 불.”

던컨의 말도 안되는 지시에 따르는 것도 점차 익숙해졌다. 마법으로 나무에 불을 붙이라니. 황당무계한 요구였지만 던컨은 그 명령을 회수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네리아는 나무에 불을 붙이기 위해 노력했다. 최소한의 화력으로 조심스럽게 나뭇가지를 가열한다. 하지만 말이 쉽지. 나무는 금세 희게 타버리기 일수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던컨이 다가왔다. 네리아는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지신에 대해 수치심을 느꼈다. 던컨은 주변을 훑어보더니 네리아에게 물었다. 

“네리아, 불은 어떻게 됐지?”

“죄송합니다.”

반쯤 타버린 나뭇가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낙엽, 겉만 태워진 장작들. 던컨은 그 흔적들을 보더니 네리아의 손에 다시 한 번 나뭇가지를 올려주었다.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 알겠나?”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다시 해봐야지. 불을 붙여.”

네리아는 최선을 다했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이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불은 번쩍이며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말았다. 

“너무 화력을 강화시키지 마. 고작 나뭇가지에 늑대 상대하듯 불을 지를 팔요 없다.”

네리아의 고개가 점점 내려갔다. 부끄러움이 뒷목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는 것 같았다. 이런 간단한 일도 해내지 못하는 바보 천치가 무슨 도움이 될 거라고. 새삼 어빙에게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 이게 낮춘 겁니다.”

“이게 낮춘 거라고?”

던컨은 팔뚝을 톡톡 두들겼다. 그리고는 나무 하나를 가리켰다. 두께가 네리아 하나쯤은 되 보이는 나무였다. 

“그러고보니 내가 자네 실력을 못 봤군. 이 나무에 전력으로 마법을 써.”

“전력으로요?”

“그래. 있는 힘을 다해.”

전력으로 마법을 쓰라니. 타오를 물질이 많은 탑 안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금기 중의 금기였다. 그런데 갑자기 불을 쓰라고? 전력으로? 

네리아는 당황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던컨에게 다시 한 번 의사를 묻고 말았다. 

“정말 전력으로요?”

“그래. 여기 불 좀 난다고 아무도 신경 안 쓰니까 쏴.”

던컨의 의지는 굳건했다. 네리아는 순종적으로 눈을 내리깔았다. 전력으로 마법을 쓴다니, 그건 대체 어떤 기분이지? 

명령이 들어왔으니 이행한다. 네리아는 최선을 다해 온 몸의 마나를 그러모았다. 그리고 그가 아는 모든 지식을 다해 가장 강력한 불을 그려냈다. 

나무 중심에서 타오르기 시작한 불은, 순식간에 사방으로 번졌다. 반경 5m 내에 모든 생명체가 불길에 휩쓸려 사라졌다. 네리아 키의 세 배쯤 되던 나무는 연기와 불길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았다. 

네리아는 끊임없이 불을 그려냈다. 타오르는 불, 지치지 않는 재앙. 나무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스러내릴 때 쯤, 던컨이 말했다. 

“그만.”

“네.”

이제 된 건가? 눈 앞이 핑 도는 기분이었지만, 방금 전 불붙이기보다는 훨씬 편했다. 이런 결과를 원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네리아는 던컨의 눈치를 살피며 얼음 마법을 구현했다. 

“그건 뭐지?”

“겨울의 손아귀입니다. 불을 끄려고요.”

그런 마법을 쓰고도 여력이 남아있단 말이지. 던컨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네리아가 화들짝 놀라자, 얼음 폭풍이 요동쳤다. 불은 순식간에 스러졌고, 주변도 얼음으로 뒤덮여버렸다. 

“그래, 알겠다. 일단 자리를 옮기지.”

“네….”

또 사고쳤구나, 네리아. 협회에서는 이 정도 규모로 난장을 피운 적이 없었는데. 대체 회색 감시자에서는 무슨 벌을 줄지 걱정부터 들었다. 

“일단 네 재능은 알겠다. 왜 어빙이 널 추천했는지 알 것 같군.”

“….”

어빙 선생님이 그를 추천한 이유가 따로 있다고? 네리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냥 사고뭉치 하나 추방했던 게 아니었나?

“네 재능은 무언가를 태우고 부수는 데 특화되어 있다. 맞지?”

“…. 그렇습니다.”

그래서 탑에서는 늘 사고만 쳤다. 방어 마법은 펑펑 터지고, 대련은 꿈도 못 꾸고, 치료는 커녕 저주나 걸어버리고. 정말로 쓸데없는 힘이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던컨의 말을 듣고 놀란 것은.

“우리는 네 재능이 필요하다.”

“네? 저요?”

“네 힘을 잘 쓰면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어. 내가 도와주마.”

무슨 소리지. 네리아는 어안이 벙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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