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O] Maker help us all 9
대재앙-로더링과 제국 공로 3
※ DAO 전체 스포일러 포함
※ 엘프 마법사 / 제브란맨스
야영지는 적막했다. 평소라면 있었을 얼리스터와 모리건의 투닥거림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아주 익숙한 광경이었다.
협회에 갓 수련생이 들어오면 반응은 대체로 세 가지였다. 어린아이를 반가워하며 맞이하거나, 새로 들어온 경쟁자를 적대하거나, 혹은 새로운 사람을 낯설어하거나.
이 반응은 세 번째 반응과 유사했다. 경험상, 이대로 내버려두면 이 파티는 산산조각날 것이었다. 네리아는 맡은 바 임무를 떠올렸다. 협회, 협회에 갈 때까지만 참아보면.
“….”
고요한 야영지. 이대로는 어떤 일도 진행되지 않을 것 같앴다. 네리아는 일단 만만한 렐리아나부터 공략하기로 했다.
“렐리아나, 혹시 요리 잘 해요?”
“물론이죠! 제 먹을 것 정도는 할 줄 알아요.”
“그러면 오늘 식사 준비를 도와주시겠어요?”
침묵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비틀어대던 렐리아나가 잘 되었다며 반짝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을 본 알리스터가 절그럭절그럭 다가왔다.
“나는 뭐 도울 거 없어?”
“알리스터는 손대지 마세요. 정말 끔찍했으니까.”
알리스터의 요리 솜씨는 볼품없었다. 협회에서 주는 급식에 단련된 네리아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맛이었다. 오죽하면 모리건이 직접 요리를 전담하겠다는 말을 했을까.
“어떤 맛이길래 그래요?”
“조합이 안 맞아요. 맵고 시고 달고 짠데, 제각기 따로 노는 느낌?”
“나는 괜찮았다고!”
알리스터가 투덜대며 식재료를 끌어왔다. 마바리도 활력이 돌기 시작했는지 컹컹 짖으며 주변을 맴돌았다. 네리아는 일부러 멀찍히 떨어져있는 모리건을 불렀다.
“오늘은 로더링산 채소를 넣어서 토끼 스튜를 만들거래요! 괜찮나요?”
모리건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갈등하는 것 같았다. 고민 끝에, 모리건은 요리 과정에 손을 보태기로 결정했다. 외인의 음식은 믿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면 우리는 야영지를 만들죠.”
야영지라고 해도 별 것 없었다. 네리아가 대지마법으로 바닥을 한 번 고르고, 그 위에 튼튼한 막대와 천으로 간이 숙소를 만드는 형식이었다.
스텐의 숙소 만드는 솜씨는 아주 능숙했다. 알리스터 혼자 할 때보다 세 배는 빠른 속도로 천막이 조립되었다. 네리아는 제법 소란스러워진 분위기를 보며 진땀을 훔쳤다.
식사는 제법 만족스러웠다. 모닥불을 중심으로 둥글게 둘러앉은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이번에도 첫 시작은 그가 담당해야 할 것 같았다.
짝짝. 가벼운 박수 소리에 시선이 모였다. 네리아는 제가 아는 가장 훌륭한 선생님의 어투를 떠올리며 최선을 다해 자신을 소개했다.
“처음 본 얼굴이 많으니까 인사부터 할게요. 저는 네리아, 회색감시자입니다.”
더, 할말이, 없네. 네리아는 자신을 보는 시선에 뻘쭘해지는 마음을 억누르고, 옆 자리로 시선을 옮겼다. 그 자리에는 모리건이 앉아있었다.
모리건이 자기소개를 해 줄리가, 없지? 네리아는 재빨리 입을 놀렸다.
“이쪽은 모리건, 마법사입니다. 얘는 마바리. 전투견이에요.”
그 다음은 순차적으로 흘러갔다. 알리스터는 눈치는 없었으나 단체 생활경험이 많았고, 이 상황해서 해야 할 말이 무엇인지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알리스터야. 회색 감시자고, 잘 부탁한다.”
“렐리아나에요. 활을 좀 쏠 줄 알아요.”
“스탠.”
한 바퀴 자기소개가 끝나자, 분위기가 한결 풀어졌다. 이 분위기를 유지시킨 것은 순전히 렐리아나의 공이었다. 그의 사교성과 말솜씨는 순식간에 회색 감시자들을 녹여버렸다.
“그래서, 로게인이 그렇게 나쁜 놈이었단 말이에요?”
“그렇다니까! 내가 조금 더 주의했어야 했는데….”
알리스터는 그새 겼었던 일을 탈탈 털렸다. 렐리아나의 맞장구에 온갖 이야기를 풀어놓는 알리스터를 보며 모리건과 스탠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바리는 그냥 즐거워서 겅중겅중 뛰어다녔다.
이제 한 고비 넘겼나. 앞으로도 이래야 하는 건 아니겠지. 네리아는 벌써부터 지쳐버린 정신으로 간절히 빌었다. 어빙,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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