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주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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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철은 사주를 믿었다. “아, 왜 인천공항이 섬에 있어? 인천이 섬이야?” “형. 됐으니까 그냥 가자.” “사주에 바다 조심하라고 했다고~!!!!!!” 인천 공항으로 향하는 긴급 출동 고잉 레인저 카니발 안에서 다른 레인저들의 불만이 연달아 터져나왔다. “사주 좀 그만 믿어! 바다 놀러 한 번도 안 가봤어?” “대구에서 뭔 바다야. 맨날 계곡 가
기실 그 날 정확히 무엇이 어떻게 되어 거기까지 이르렀는지 중랑장은 확실히 알지 못했다. 그는 생사를 넘나드는 열병으로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몸이 불덩이처럼 끓어올랐고 의식은 흐렸다. 사방신의 가호는 사랑이 과해 중랑장의 작은 몸에서 넘쳐흘렀다. 타고난 재능으로도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지훈아, 지훈아…….” 다정한 손조차도 불붙은 석탄
“정하나! 하니야♥” 예민한 꿈 사이로 파고드는 목소리가 윤정한의 잠을 깨웠다. “응?” 눈을 뜨자마자 시야에 꽉 찬 것은 바짝 얼굴을 들이댄 최승철의 싱글벙글한 얼굴이었다. ‘얘가 나보다 일찍 일어났다고?’ 아직 잠이 덜 깬 상태로 정한은 생각했다. 게다가 아침잠 많은 승철이 저렇게 신난 상태까지 되려면 잠 좀 깨서 뒹굴면서 한참 핸드폰 하고 뿌스럭거
“왜 이렇게 요새 안 나왔어. 연락도 잘 안 받고. 드라마라도 달렸어?” 자리에 앉자마자 친구가 승관이에게 채근하듯 물었다. 승관은 잠깐 움찔했다가 태연한 투로 대꾸했다. “맞아, 나 이제 전 시즌 다 본 거 생겼다. 미국 드라마 길기만 해서 어따 쓰나 했는데 쓸 데가 있긴 하네.” “뭔 소리야 그게.” 친구는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고 웃었지
2014 김민규(26세, 직업 아이돌)는 실수로 팔꿈치로 숟가락을 건드려 떨어뜨렸다. 맹세코 일부러 한 건 아니었다. 숟가락은 식탁과 바닥에 각각 두 번씩 쨍강! 쨍강! 쨍강! 쨍강! 소리를 내며 떨어져서 굴러 식탁 저 아래로 들어갔다. 같이 식사하던 최승철의 한심하단 시선을 받으며 김민규는 식탁 아래로 숟가락을 잡겠다고 기어들어갔다가 머리를 너무
윤정한은 인어였고, 물 위에서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신나게 재잘거리다가도 뭍사람들 귀에 아무 소리가 닿지 않는 걸 확인하면 대번에 질렸다는 표정을 했다. 평범한 사람, 그것도 내륙 도시의 사람인 최승철은, 그 표정을 볼 때마다 서운했다. “왜 질렸다는 표정을 짓냐고오… 다시 말해주면 되잖아… 문자도 있구.” 하지만 개그는 원래 두 번
1 1995년생 윤정한에게는 여러 가지 특징과 장점이 있었다. 몇몇은 부단한 노력 덕분이고 몇몇은 처음부터 타고난 것이었다. 남에게 보일 수 있는 특징 : 상당한 수준의 운동신경이나 예체능을 너그럽고 적극 지원해 줄 수 있는 부모, 외모, 장난기 많은 성격. 남에게 보일 수 없는 특징 : 갑자기 개화했다가 스르르 사라지는 이상한 능력들. 이를테
돌잡 “나 너 좋아해.” 고백을 들은 이지훈의 표정 변화는 없었지만, 내심은 달랐다. ‘뭔소리야, 좆됐네?’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그걸 눈치챘는지, 최승철이 희미하게 웃음을 지었다. “너 만나고 처음부터.” 그러나 그 웃음은 절대로 장난치기 위해 비식거리는 것이 아님을 지훈은 그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같이 보낸 시간들 덕분에.
김민규가 제일 먼저 벗어던진 건 롱패딩이었다. 지퍼를 열었나 싶더니 쓱쓱 두 팔을 빼다가 옆의 물병을 쳐서 떨어뜨리기까지 했다. 그나마 테이블에 있는 머그컵은 엎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조심해.” 최승철은 그렇게만 간단히 말했다. 패딩 정도야 카페에 앉아있으면 다들 몸이 녹자마자 벗으니까. 그렇지만 민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물병에 반이 남은 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