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 남친이 바람피웠다는데 얠 어떻게 하면 좋지?
해결사 스즈야님 팬픽
#suzuya_fnf
설정 듣기 전에 쓴 거라 설정오류 있어요 ㅠㅠ
책을 많이 읽는 스즈야님이 보기에 부족한 것 같아서 쪼끔 부끄럽지만… 올려봅니다
내가, 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떠올려야 할 사람이 있다.
때는 바야흐로 초등학교 때 첫사랑. 같은 반이었던 그 아이는 정말로 잘생겼… 아니, 이상했다.
그때는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지만, 나이를 먹고 떠올려보면 또래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이상한 점을 하나 꼽아보자면 우선 눈에 정도로 예쁘게 생겼다. 윤이 나는 갈색빛 머리카락에 찢어진 눈매는 부잣집에서 잘 먹고 잘 큰 것 같은 고양이처럼 어여뻤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포인트는 머리핀과 루비처럼 반짝이는 빨간 눈! 아는 붉은 보석이라곤 루비 밖에 없는 시절에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이라면 큰일 날 발언이지만, 그때 그 시절에는 남자아이가 머리핀을 끼면 여자아이냐고 놀림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 애도 놀림 받았었나? 그런 건 기억 안 나지만 머리핀이 어울려서 여자애들이 몰려가 자기 머리핀을 끼워주곤 했던 건 떠오른다. 보통이라면 남자애들이랑 어울리며 나가서 축구나 하러 갈 텐데 점심시간에 얌전히 앉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서 어른스러운 분위기에 은근히 마음에 품고 있었던 애들이 많았다.
그렇게 고백하면 뭐 하나. 얘기를 들어보면 집에 데려가서 메이플이나 같이 하다가 보낸다던데.
그 이야기를 듣고 일찌감치 마음을 접고 적당한 거리에서 인사나 한두 번 해보니 일 년이 지나 반도 바뀌었고, 중학교는 아예 다른 곳으로 배정되어 그 이후로는 소식도 뜸했다. 요즘에는 초등학교 동창회 이런 것도 거의 하지 않는 분위기고, 애초에 그렇게까지 가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아서 바쁘게 현실 생활에 충실한 채로 날을 보냈다.
애초에 굳이 초등학생 때의 짧은 첫사랑을 떠올릴 만한 여유도 없었던 게, 이미 나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벌써 사귄 지 3년 가까이 되어가는! 최근에는 바빠서 통화도 못 했지만, 그동안 커플 통장에 돈 부어놓은 것도 꽤 될 테니 둘이 제주도 여행이라도 짧게 다녀올까 싶었다.
그러던 와중에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평소라면 갈 일 없었던 경기도의 한 지역.
한 달 만의 데이트인데도 굳이 먼 곳에서 보자는 남자친구의 말에 싫다고 하려다가 좋게 좋게 넘어가서 만나러 갔었으나….
삼겹살집에서 노릇하게 구워진 고기 한 점과 소주를 들이키는 순간 그가 말했다. 헤어지자.
머릿속이 물음표로 가득 찼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니? 지금 삼겹살에 소주 한 모금 먹인 다음에?
황당해서 하는 말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우리가 서로 같이 있는 것보다 떨어지는 게 더 행복한 것 같아. 바빠서 서로 얼굴도 못 보고 그냥 서로 각자의 인생에 충실한 편이 좋지 않아?’
…이런 X소리를 봤나. 벙쪄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데 그X는 ‘내 마지막 선물이야. 밥 맛있게 먹고.’라며 태연하게 헛소리를 지껄이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이 무슨….
어이가 없어서 삼겹살을 먹지도 못하고 불판에 계속 올려두니 금방 타버려 시꺼메졌다. 지나가던 직원분이 연기를 보고 깜짝 놀라 급하게 불을 끄자 시꺼멓게 숯처럼 변해버린 고기 조각. 그게 내 마음인 것 같아서 한 잔 마시고 남아버린 소주를 병째로 들이켰다. 너는 소주가 다니? 나는 인생을 곱게 자라서 쓰다. 비척거리며 일어나서 가방을 겨우 챙기고 나가려는데 직원이 붙잡았다.
'“아직 계산 안 하셨어요!”
“네? 아까 간 사람이 계산했다고….”
“아니요. 계산 안 되셨는데요!”
마지막까지 사람 등쳐먹고 가는구나. 삼겹살 한 입, 소주 한 병에 4만 원은 너무 비싼데. …배고프다.
어쩔 수 없이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결제 후에 터벅터벅 걸어가던 길이었다.
바로 한 블록 앞 파스타집에서 전 남자친구, 아니 XXX를 보았다. 포크로 돌돌 만 크림 파스타를 웬 여자 입에 넣어주는 꼬라지를….
XXX, 내가 파스타 먹으러 가자고 할 때는 느끼하다고 국밥이나 먹자고 하더니….
“하하하!”
길바닥에서 실성한 것처럼 웃으니, 순식간에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급히 부끄러워져 가방으로 얼굴을 가리고 구석으로 숨는데, 그 순간 바닥에 깨진 보도블록을 밟고 앞으로 넘어졌다. 순식간에 손바닥과 무릎이 쓸리며 피부가 까졌다. 아,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냐….
자포자기하던 심정이었는데, 누군가 손을 잡아 끌어당겨 주었다. 여전히 반짝거리는 갈색빛 머리카락, 새빨간 눈동자. 눈매는 가늘게 접히며 웃고 있었다. 솔직히 첫사랑이라고 하면 이미지만 남지 얼굴은 흐릿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보자마자 바로 알았다. 바로 걔구나! 이름이 뭐였더라…. 아무튼!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 뭐라고 아는 척을 해보려고 하는 순간 상대방이 먼저 입을 열었다.
“도움이 필요한가?”
“도움?”
“나는 해결사. 혼자서는 해결 못 할 일들을 도와주고 있지.”
“그러면 로또 1등…!”
“잠깐, 잠깐만. 이번엔 남자친구를 혼내달라는 얘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똑같네. 그런 건 못 도와주지.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끙차, 하는 소리를 내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 그는 내 손바닥에 무언가를 붙였다. 내 쪽으로 손바닥을 돌려보니 반창고가 붙여져 있었다. 귀여운 곰돌이가 그려진 노란색 반창고.
“이 정도~ 일어서서 다시 걸어갈지는 네 몫이야.”
반창고가 붙여진 손을 꽉 쥐었다. 무언가 가슴 속에서 팽팽하게 당겨지고 있던 것이 툭, 하고 끊기는 기분이었다. 잔뜩 감기기만 했던 고무줄이 어느 순간 끊어져서 날뛰는 기분.
“안녕~”
클래식이 흘러나오는 파스타집 안으로 들어가서 두 사람의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순식간에 XXX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런 것쯤은 가볍게 무시한 채로 턱을 괴고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우리 OO이 여자친구? 몇 년 사귀었어? 난 오늘까지 2년 10개월 사귀었는데?”
“네? 오빠, 이게 무슨 소리예요…?”
“미친 사람인가 봐…! 듣지 마!”
“야, 너 바람을 필 거면 성의 있게 피던가. 사람을 여기까지 불러놓고 뭐, 헤어져? 그래, 헤어져.”
옆에 있던 물통을 통째로 남자에게 부으니 사람의 이목이 한쪽으로 쏠렸다.
“3년 사귄 여자친구를 바람피워서 헤어진 건 헤어진 거고, 돈 계산은 제대로 해야지? 데이트 통장에 보냈던, 쓰지도 않았던 내 돈들 토싸 하나 틀리지 말고 1원 단위까지 전부 보내! 오늘 먹튀한 삼겹살값 4만 원까지! 안 보내면 다음은 경찰서로 갈 거야!”
한바탕의 소동이 끝난 뒤, 파스타집을 나오니 한쪽에서 지켜보고 있던 그가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나의 옆에서 조금 거리를 두고 느긋하게 걸었다.
“속은 시원해졌나?”
“뭐, 파스타집에 미안하다고 사과하느라 좀 힘들었지만, 그쪽에서도 이해해 줬고.”
“응, 그리고?”
“…아직 괘씸하긴 하지만 한결 낫네. 고마워. 덕분이야.”
그가 있을 뒤로 살짝 등을 돌려 바라보는데, 저 멀리서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미래에서 온 사이버펑크 해결사, 스즈야다.”
앞으로 잘 부탁해?
불이 깜빡거리는 낡은 가로등 아래, 얼굴은 역광으로 그늘져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마음이 한결 시원해졌다는 것!
해결사 스즈야 최고! 다음에 또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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