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六夜

후야

커뮤 by 커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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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라이브, 호응하지 않는 관객, 학원의 소문, 누군가의 힐난. 그런 것을 겪으면 가슴 속에서 아주 약간이라도 분함, 이라던가 하는 감정이 느껴질거라고 생각했다. 나도 무언가를 느끼고, 강하게 바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잠시 했었다. 그런데 실패한 라이브를 마주하고도 아야오미는 그 어떤 것도 느끼지 못했고, 다음 무대에 대한 기대나 향상심 같은 것은 더더욱 와닿지 않았다. 만약 라이브를 성공 했다면 조금은 달랐을까? 아니, 아마도 성공을 했더라도 똑같았겠지. 역시 이럴 시간에 첼레스티아의 라이브를 보는 게 갈증을 해소하는 면에서는 더 나았을지도 몰라. 적어도 적을 마주하고 스스로의 무대에 집중하는 반짝임을 느낄 수는 있었을텐데. 유닛의 멤버들에게는 하지 못할 말을, 속으로 삼킨다. 대체 나는 어떻게 하면 이 끝 없는 공허와 갈증을 달랠 수 있는걸까. 누군가는 말했다. 너는 네 자신을 모르는 상태라고. 확실히 그 말이 맞았다. 이 학교는 갈증을 달랠 낙원인 줄 알았는데, 그냥 똑같은 황무지에 불과했다. 나는 지금까지 갈증을 해결했다고 머리를 속이고 있었던 것일 뿐이다. 아, 정말…. 사람은 너무나도 귀찮은 존재다. 대체 왜 모두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걸까?

이 학원이 낙원이 아니고, 이 학원을 졸업하면 앞으로 이 학원보다 더한 황무지를 만나는 것만 남았다면, 나는 이제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평생의 갈증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침음하며 달이 꺼져가는 하늘을 바라보다, 고개를 젓는다. 아직 하나 남아있다. 내가 해야할 일. 적당함을 포기해보지 않겠냐던, 오랜 친우의 말. 적당히 보통 처럼 대우받던 등급을 내려놓고, 그 아래로 내려가서, 직접 마주해보라는 말, 자기가 역전하겠다던 도발. 그걸 떠올리자 꺼져버린 마음에 다시 온기가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정말로 그 아래로 내려가서, 모든 것을 마주하면, 이 학원의 아이들이 무엇 때문에 그토록 혁명을 바라는 지 알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나도 그들과 똑같은 사고를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직접 관찰하면 더 많은 게 보일테고, 그건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다. 아마 제 친우가 이런 반응을 하라고 들려준 말이 아니었겠지만, 호기심이 행동 원리로 자리잡은 이자요이 아야오미 에게는 다음 행동을 생각하게 만드는 방아쇠였다.

“원하는 대로 내려가면, 분명 당신이…, 이 학원의 아이들이 멋진 걸 보여주겠죠? 아, 정말….”

기대된다. 아래에서 보는 시야가, 아이들이 혁명을 꿈 꾼 이유가, 그리고 그걸 보고 또 다른 감정을 갖게 될 나 자신이.

“앞으로 눈을 더 크게 뜨고 있어야 겠어요…. 놓치면 아깝잖아.”

건물 사이로 사라지는 달을 향해 걷는다. 그것이 가라앉는 달 이라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이자요이 아야오미는 월말 평가에 불참했다. 지금까지 올렸던 성적을 감안하여 등급이 하나 깎이는 선에서 그쳤지만, 학교에서는 여러 말이 나왔다. 이자요이는 그 것을 단 하나도 해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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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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