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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오 > 단테 H. 나이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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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간절한 놈들한텐 그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거든.”

“아니요. 아닙니다.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차마 답할 수 없었다. 그저 입술을 달싹이며 복잡한 표정을 짓는 것이 전부였다. 유태오는 단테가 복수를 언급한 순간부터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각성자가 되기 전의 삶은 남들과 별 다를 것 없는, 아주 평탄한 삶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 복수는 미지의 것이었다. 강렬한 증오심은 커녕 누군가를 미워해본 적도 없었지. 그러나 각성자 이후의 삶은 유태오를 완벽하게 변화시켰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생과 사의 영역 속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봤던 적이 있는가. 타인의 죽음을 발판 삼아 또 다른 생을 구원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나의 생을 위해서 타인이 대신 죽어봤던 건?

유태오는 절박함을 배웠고 증오를 새겼으며 간절함을 경험했다. 그래서 더욱 삶이 중요했다. 모든 것을 겪고 나니 더더욱 남의 삶보다는 제 것이 더 귀하더라. 어쩔 수 없지 않나. 결국 인간은 자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족속들이다. 유태오도 그중 하나였을 뿐이지. 그러나 끝내 인간성은 마모되지 않았던 것일까. 무거운 죄책감이 언제나 뒤를 따랐다.

그래서 단테, 그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복수에 대한 간절함과 자신의 삶, 그 모두를 쥐고 싶은 놈이 있으면 어떡해야 합니까. 복수의 대상자와 삶의 주인이 같은 자라면…. 이럴 땐 어떡해야 할까요. 유태오가 복수하고 싶은 자는 저 자신, 바로 본인이다. 제 삶이 귀한만큼 남의 것 역시 귀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더욱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자신의 삶이 더 중요했다. 아마 영원히 복수할 수 없을 테지. 그 사실을 되새길수록 무엇도 하지 못한 채 회피하기만 하는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꼈다.

“…어쩌죠. 이미 매몰된 지 오랩니다. 차라리 당신처럼 인간성이 마모되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그랬다면 다른 이의 죽음따위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었을 텐데.”

많은 감정을 싣지 않았다. 흘러넘친 감정은 독이 된다. 듣는 이에게나 말하는 이에게나. 더군다나 눈앞의 이는 프레데터의 보스다. 어쩌면 유태오보다도 더욱 많은 것들을 관망하고 지나왔을 이에게 감정을 호소하는 일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쓸데없는 일이나 다름 없지. 그리하여 유태오는 다시금 스스로를 걸어 잠근다. 잠깐 드러냈던 속내따위 가볍게 흘러 넘어가주길 바라며 언제나 그랬듯 그는 눈을 감는다.

“아마 제 복수는 영원히 제자리 걸음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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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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