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풍선은 밤하늘에 떠오르며
[OC] 페이퍼 | 멜리, 알리움, 연, 오로라
페이퍼가 발을 딛은 곳은 숲 속이었다. 고개를 돌리면 열고 나왔던 문은 사라져있었다. 높은 나무들이 보였고 고개를 들면 새까만 밤하늘이 있었다. 밤하늘에는 별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여긴 어딜까? 페이퍼는 여전히 손목에 매달린 풍선들과 함께 길을 걸었다.
숲길은 외길이었다. 그래서 페이퍼는 길을 따라 걸었다. 이곳으로 가면 트럼펫 놀이공원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나는 트럼펫 놀이공원에 돌아가고 싶은 게 맞나? 하지만 이 걸음의 끝에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페이퍼는 그리 믿었다. 그것이 자신에게 우호적이거나, 이득이거나, 긍정적인 일을 가져다주기를 빌면서.
에테르가 준 신호탄은 세 발 정도가 장전되어 있었다. 그리고 금화는 생각보다 넉넉해보였다. 이제 페이퍼는 몇 가지 의문에서 스스로를 구제해야 했다. 왜 나는 기억을 잃었지? 그것이 페이퍼가 주목해야 하는 제일 큰 의문이었다. 정황상 피아노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기억을 잃은 것이었다. 에테르가 고의적으로 페이퍼의 기억을 지우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페이퍼는 만났던 이들의 말을 떠올렸다.
트럼펫 놀이공원이 쉼터가 될 수도 있다. 트럼펫 놀이공원은 직원들의 정보를 감춘다. 트럼펫 놀이공원의 문이 닫힐 수도 있다. 트럼펫 놀이공원의 직원들은 모두 만들어진 인간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페이퍼는 가설을 세웠다. 트럼펫 놀이공원에서 뭔가 일이 생겨서 기억이 지워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을. 그리고 이 가설의 진위여부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걸어야 했다.
그리고 세상은 아무래도 페이퍼의 편인 것 같았다.
페이퍼는 귓가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발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시선이 굴러갔다. 그곳에는 풍선이 있었다. 페이퍼의 풍선과는 다른 분홍빛의 풍선. 페이퍼는 풍선을 보고 그 방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한 아이가 있었다. 페이퍼와 마찬가지로 손목에 풍선이 엉켜있는 아이. 페이퍼와 멜리는 시선을 마주했다. 멜리가 물었다. 너, 어디서 왔어? 페이퍼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고 멜리는 그런 페이퍼와 풍선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페이퍼는 조심히 물었다. 혹시 여기가 트럼펫 놀이공원인가요? 멜리는 답하지 않았다. 잠시 조용히 있다가 페이퍼의 빈 손목을 잡을 뿐이었다.
“어서 와.”
멜리는 그리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곧 멜리가 페이퍼를 인도해준 곳은 놀이공원이었다. 입구에서부터 적혀 있었다. ‘트럼펫 놀이공원’ . 페이퍼는 아무 일 없이 평화롭게 트럼펫 놀이공원에 도착했다. 뭔가 한편으론 불안하긴 했다. 그럼에도 도착했다. 트럼펫 놀이공원에. 멜리는 이 곳의 관계자 중 한 사람인 걸까. 페이퍼는 멜리를 바라보았다. 멜리는 말을 시작했다. 트럼펫 놀이공원은 곧 영업을 중지할 거야. 페이퍼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그의 얼굴에 씌여진 당혹감을 보고 멜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풍선들이 모이고 있어. 트럼펫 놀이공원을 이어가기 위해서.
아마 멜리가 말하는 풍선이라는 건 손목에 풍선을 묶고 있는 관계자들을 의미하는 말일 것이었다. 멜리는 계속 이야기했다. 이 놀이공원을 위해 풍선들 모두가 힘을 합치고 있다고. 그러니까 너도 꼭 도와줬으면 좋겠어.
곧 두 사람은 회전목마 앞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수많은 ‘풍선’ 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풍선을 지닌 풍선들이, 관계자들이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그 중 노란 풍선을 지닌 이가 인파 앞으로 나왔다. 알리움은 멜리에게 페이퍼가 누구냐고 물었다. 페이퍼는 눈만 깜빡이며 알리움을 바라보았다. 멜리는 숲에서 주워왔다고 이야기했다. 무슨 유기된 것처럼 이야기했다. 알리움은 아무래도 상관 없는지 페이퍼의 손을 꼭 잡았다. 어쨌든 우리 동료가 한 명 더 생긴 거잖아! 이제 트럼펫 놀이공원을 지킬 수 있을거야! 알리움은 해맑게 웃었다. 뒤에 있던 이들도 페이퍼를 환영하는 눈치였다.
그때였을까. 트럼펫 놀이공원은 못 지킬 걸. 누군가가 그리 이야기했다. 마찬가지로 풍선이 손목에 매달려있는 이였다. 연은 불가능한 꿈을 꾸지 말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헛된 꿈을 꾸는 것만큼 부질없는 짓은 없어.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냐. 연은 비관적인 태도로 알리움을 바라보았다. 알리움은 크게 외쳤다. 아냐, 할 수 있어! 우리 힘으로 트럼펫 놀이공원을 지키는 거야! 그 외침을 연은 뒤로했다. 이뤄질 수 없는 꿈이라고 다시 중얼거리며. 떠나가는 연의 뒷모습을 보던 페이퍼는 멜리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트럼펫 놀이공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멜리도 페이퍼에게 상황을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입을 열었다.
요약해서 트럼펫 놀이공원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점점 적어졌고 결국 놀이공원이 폐쇄될 위기에 놓였다는 이야기였다. 알리움이나 멜리 같은 관계자들은 트럼펫 놀이공원을 다시 꾸며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기를 바라는 이들이었고 연 같은 관계자들은 이미 트럼펫 놀이공원을 포기한 케이스였다. 페이퍼는 오로라의 말을 떠올렸다. 남길 가치가 없어서 문을 닫는다고 그랬지. 쉼터가 되는 건 아니었구나. 페이퍼는 왠지 시무룩해졌다.
페이퍼는 트럼펫 놀이공원의 무엇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느껴졌다. 지키고 싶었다. 이 놀이공원을.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키고 싶었다. 이곳은 그래도 나의 소중한 곳이었을 테니까. 그런데 뭘 해야 하지? 알리움은 우선 고장난 기구들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관을 꾸미고, 깔끔하게 청소하고…. 얘기만 들으면 이미 폐쇄된 놀이공원 같았다.
“모든 준비를 마치면 트럼펫 놀이공원은 다시 돌아올 거야!”
알리움이 당찬 목소리로 외쳤다. 같은 팀 관계자들이 파이팅을 다졌다. 그 광경을 보며 페이퍼는 제 주먹을 꼭 쥐었다. 그리고 바라보았다. 트럼펫 놀이공원을 지키고 싶어하는 이들의 목소리와 모습을. 하지만 확신은 전혀 서지 않았다. 정말로 이들이 트럼펫 놀이공원을 지킬 수 있을까?
그들은 우선 회전목마를 고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가지각색의 풍선들이 여기저기서 도구들을 가져왔다. 이것들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걸까. 솔직히 아무런 확신도 서지 않았고 가능할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런데도 페이퍼는 생각했다.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돼. 트럼펫 놀이공원. 어쩌면 지금의 페이퍼하고는 큰 관련도 없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페이퍼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트럼펫 놀이공원을 위해서. 트럼펫 놀이공원을 위해서. 그 한 마디가 머릿속에 울렸다.
사람들은 모두 힘을 합치고 있었다. 모두는 아니지. 연처럼 이미 트럼펫 놀이공원을 포기한 이가 있으니까. 페이퍼는 사람들을 향해 걸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있을지는 몰라도 하나보다는 둘이 나았으니까. 도구들과 자재들을 통해서 그들은 회전목마를 고치고 있었다. 그 방법은 간단했다. 한 부위에 자재를 덧대고 도구를 이용해 가볍게 두들긴 다음 자신들의 손목에 묶인 풍선을 터뜨려 풍선 내부에 나오는 액체를 떨구었다. 그러면 그 부위는 감쪽같이 고쳐졌다. 페이퍼는 풍선을 바라보았다. 멜리는 은근히 페이퍼의 옆에서 속삭였다. 우리의 풍선들은 전부 트럼펫 놀이공원을 위한 거야. 페이퍼가 물었다. 죽게 되어도? 멜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이곳을 위해 태어났는걸?
— 트럼펫 놀이공원의 관계자들은 모두 만들어진 인간이라고.
안단테의 말이 떠올랐다. 물론 아직 정말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페이퍼는 점차 이해하기 시작했다. 기억은 여전히 미궁 속이었지만 트럼펫 놀이공원에 대한 것은 점점. 저 풍선은… 생명과도 같았다. 풍선을 터뜨린다는 건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의미였다. 그런 풍선의 내부에는 강력한 마력 집합체가 들어 있었다. 평소에는 그냥 아무것도 안 든 풍선이지만 터뜨리는 것으로 그 액체를 흘릴 수 있었다. 즉 그들은 자신들의 생명을 걸어 이곳을 살리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페이퍼는 그들에 비하면 물론 겁쟁이였다. 지켜보는 것밖에 하지 못했으니까. 그야 죽고 싶지 않았으니까.
페이퍼는 자재를 옮기기로 했다. 그거라도 해야할 것 같았다. 사람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이들은 정말로 이곳을 사랑하는구나. 페이퍼의 머릿속에서는 그 사랑에 답할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회전목마는 금방 본래의 형태를 되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풍선을 잃은 이들은 흩어져가며 사라졌다. 마법 같았다. 애초에 마법이었지만. 이 마법은 다른 마법들보다도 무척 멋진 모습이었다. 이게 마음이라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것이야말로 마법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회전목마의 작동을 확인했다. 언제 왔는지 재건 반대파 — 연 같은 사람들을 페이퍼는 우선 그리 칭했다 — 의 일부가 회전목마 근처에서 기웃거리고 있었다. 회전목마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멀쩡하게. 음악 소리가 나오진 않았지만 재건파 — 멜리나 알리움 같은 사람들을 페이퍼는 우선 그리 칭했다 — 사람들은 무척이나 기뻐했다. 알리움은 재건 반대파에게 외쳤다.
“우리가 이 놀이공원을 살릴 수 있어. 구할 수 있어. 모든 것은 트럼펫 놀이공원을 위한 일이잖아!“
연을 포함한 일부 재건 반대파는 돌아갔지만 남은 이들은 재건파에 합류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재건 반대파도 이 놀이공원을 이어가려는 마음은 있을 것이었다. 그저 불가능하다고 여겼을 뿐이겠지. 사실은 그들의 마음을 알겠는 이유도 있었다. 회전목마 하나에 이미 너무 많은 풍선들이 희생되었다. 트럼펫 놀이공원의 다른 기구들을 모두 복구하는 건 힘들어보였다. 알리움은 자신의 여섯 풍선 중 하나를 터뜨렸다. 그러자 풍선들이 가득 나타나기 시작했다. 재건파는 그 풍선들을 챙겼다. 알리움의 손에는 액체가 묻어 있었다. 그의 풍선에 들어있던 액체겠지. 우린 할 수 있어. 모두가 그 말을 믿었다. 용기인지 만용인지는 미지수였다.
어느새인가 밤하늘을 지우고 해가 떠오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멜리가 페이퍼의 곁에 붙어 이야기해주었다. 트럼펫 놀이공원은 잠시 휴업 상태. 그 휴업 기간 내에 트럼펫 놀이공원을 복구해야 하는 것이 목표라고. 불가능해도 해야 해. 멜리의 목소리에는 강인함이 담겨져 있었다. 페이퍼는 다시금 무언가를 떠올렸다. 답해주어야 한다고…. 이 생각의 출처가 어디인지는 조금의 짐작도 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때였을까. 한 사람이 다급히 일행 쪽으로 달려왔다. 알리움이 무슨 일이냐 물었다.
“샤덴프로이데라는 곳에서 오신 분이 알리움 씨를 찾고 있어요. 매표소 쪽에서 기다리고 있으시겠다고 하셨는데….”
샤덴프로이데?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왠지 기억 속에 흐릿하게 남은 것 같았다. 페이퍼는 뭔가 불안했다. 알리움은 다녀오겠다며 빙긋 웃었고 그 미소를 지켜보다 페이퍼는 말했다. 혹시 저도 같이 가도 괜찮을까요. 알리움은 상관은 없다면서 웃었다. 어쩌면 트럼펫 놀이공원의 후원자를 희망하는 분일지도 몰라. 알리움은 잔뜩 기대하는 것처럼 보였다. 곧 두 사람은 매표소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정장을 입고 로브를 두른, 샤덴프로이데의 오로라가 서 있었다. 오로라는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리더는 한 명 아니었습니까? 그리 이야기했지만 이내 상관없다는 듯 오로라는 앉으라 제안했다. 매표소 바깥에 몇 개의 의자가 마법처럼 구현되었다.
알리움은 여전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우리를 도와주시러 오신 거겠지? 하고. 오로라가 입을 열었다. 거두절미하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샤덴프로이데에서는 트럼펫 놀이공원을 폐쇄하기를 희망합니다.
그 한 마디에 알리움의 안색은 꽤 변했다. 당혹감이었다. 샤덴프로이데가 도대체 뭘 하는 곳인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샤덴프로이데는 이야기했다. 트럼펫 놀이공원을 포기하라고. 이들에게 있어서 트럼펫 놀이공원이 어떤 의미인지 샤덴프로이데는 전혀 고려하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알리움은 천천히 이야기했다. 왜요? 그 힘 없는 물음에도 오로라는 조금의 미동이 없었다. 정해진 정보를 읽듯 그는 이야기했다.
트럼펫 놀이공원은 현재 상태에서는 유지할 수 없습니다. 이미 트럼펫 놀이공원의 총관리자에게도 허락 서류를 받았음을 밝힙니다. 오로라는 무덤덤히 이야기했다. 그리고 알리움은 제 손목을 매만졌다. 눈동자에 불안이 차 있었다. 오로라는 현실적인 면모도 고려해보라 이야기했다. 풍선들의 힘으로는 결코 이 놀이공원을 복구할 수 없을 거라고. 복구를 위해 필요한 생명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라고. 알리움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이내 고개를 홱 들며 외쳤다. 총관리자의 허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리 외친 알리움은 씩씩거리며 오로라를 노려보았다.
오로라는 잠시 문서를 넘겼다. 페이퍼도 무언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트럼펫 놀이공원에는 ‘트럼페타’ 라는 이가 있었다. 이 트럼펫 놀이공원의 시초격인 인물이었다. 아마 알리움이 말하는 건 트럼페타일 것이었다. 트럼페타의 허가가 없다면, 그의 결정이 없다면 트럼펫 놀이공원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강한 의지가 비춰졌다. 근데 원래 ‘트럼페터’ 아닌가? 왜 트럼페타라고 부르는 거지…. 그냥 명칭이니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페이퍼는 가벼이 넘겼다. 오로라는 그런 알리움을 바라보다가 이야기했다.
“트럼페타는 이미 죽었습니다. 알리움 씨.”
페이퍼는 약간 놀랐다. 기억 속의 트럼페타는 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페이퍼는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고 오로라의 말을 믿기로 했다. 트럼페타는, 죽었나? 알리움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페이퍼는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알리움은 이야기했다. 트럼페타는 돌아올 거라고. 오로라는 그런 알리움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못하죠. 이곳이 어떨진 저도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애당초. 오로라는 그 다음 말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오로라는 지금의 행위가 굉장히 쓸데없고 소모적인 행위임을 강조했다. 헛된 희망에 의해 목숨을 거는 것도 바보같다고 이야기했고. 오로라는 트럼펫 놀이공원의 관계자들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해줄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알리움은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그 지원금을 트럼펫 놀이공원에 써준다면 좋을텐데. 오로라는 투자가치가 떨어진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투자가치’ 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추억을 부수는 것이 알리움에게는 너무나도 부당하게 느껴졌다.
현실과 이상의 간극이었다. 오로라는 추후에 재협상을 위해 찾아오겠다 이야기하고 떠나갔다. 알리움은 중얼거렸다. 트럼페타만 있어도……. 어렴풋한 페이퍼의 기억 속 트럼페타는 다정하고 친절했다. 그리고 강했으며 리더쉽도 있었다. 그런 멋진 사람은 어쩌다 죽은걸까. 어디로 간 걸까.
샤덴프로이데와의 1차 협상은 이렇게 끝을 맞이했다. 어쨌든 이제 다시 재건을 하면 됐다. 다시 놀이공원을 세우면 된다. 그렇지만 소문도 이야기도 너무도 빨랐다. 두 사람이 놀이공원에 돌아왔을 때 이미 세력은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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