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수영장
To. 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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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ㅡ!
우리 무사히 착지할 수 있을까?
아쿠아리움이라는 존재는 오랜만에 꺼내본 것이 화근이었다. 알록달록한 열대어는 어릴 적만큼 신기하지 않고, 거대한 상어는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다이버 손에 손질된 고등어를 덥석덥석 받아 무는 펭귄은 둔했고, 대형 수족관을 누비는 인어쇼를 시시했다. 거북이가 지나다니는 해저 터널을 지나고, 선홍색 산호 수조를 지나도 계획 없이 시작된 여정의 목적은 여전히 찾을 수 없었다. 평소에 먹지 않는 아이스크림을 사서 건네봐도. 네가 웃어도 -설령 웃지 않았어도- 그 순간 모든 게 깨질 것처럼 위태롭게 느껴졌다. 안이 훤히 보이도록 투명한 수조는 이토록 단단한데 비치는 것 하나 없는 사람 속은 금방이라도 바스라져 사라질 것 같았다. 위태로운, 어쩌면 혼자 느끼는, 상황 속 발걸음은 어느새 심해를 향했다. 다이빙의 끝자락. 머리가 수영장에 거꾸로 박히기 직전. 어둡게 깔린 조명 사이 형광색 해파리가 궤도 없이 떠도는 수조는 고개를 아프도록 들어도 끝없이 이어졌다. 우리가 끌려 내려온 높이라는 듯 커다란 수조 속 시시각각 형태가 변하는 생명체는 목적 없이 누볐다. 커다랗고도 작은 세상을 갇혔음에도 갇힌 줄 모른 채로. 행복할까.
심장 없는 해파리가 행복을 알긴 할까만.
돌아오는 길 내내, 유찬은 침묵하고 싶었다. 극단적으로는 도망치고 싶었다. 울렁거리는 속이 주체가 되지 않아서 그대로 뛰쳐나가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주제가 못됐으므로 직면하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 수영장 바닥에 거꾸로 박히더라도.
“오늘 어땠습니까. 좀 별로였죠….”
차라리 산산조각 난다면 덜 힘들 수도 있으므로.
“그냥 바닷속으로 갈 걸 그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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