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이르게

To. 최선경 (질병 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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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최선경 선배님께

안녕하십니까. 후배 구권혁입니다. 첫눈도 내리고 날도 추운데 몸 잘 추스르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바빠지는 대학 생활 모쪼록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편지는 잘 받았습니다. 제 이름으로 우편이 오는 것은 드문 일이라 하마터면 저보다 부모님이 먼저 읽으실 뻔했지만 말입니다. 생일이 겨울이라고 하셔서 확인했더니 곧 얼마 남지 않으셨더라고요. 알고도 넘기기 어려워 작은 선물 함께 보냈습니다. 별거 아니니 부담 갖지 말아 주세요.

제게 겨울은 글쎄요. 수능 말아먹고 보낸 겨울이 5년이라 그때 이야기를 하면 너무 우울해지지 싶습니다. 그보다 어릴 때는 저도 가족들과 스 여행 간 적이 많은데 특별한 추억은 모르겠습니다. 눈사람을 만들다가 감기 걸려서 혼나기도 했고, 스키장에서 길을 잃어서 혼나기도 했고, 고드름을 먹으려고 해서 그때도… 온통 혼난 이야기네요. 어렸을 때 저는 꽤 사고뭉치여서 그랬습니다. 제 이야기를 한 번에 길게 써본 적이 없어서 지금은 더 생각나는 게 없네요. 다음에 좀 더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기억나면 그때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말보다 글을 더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선배님보다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느 쪽도 편하게 소통하시는 분 같으시네요. 선배님과 제 세상은 비슷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참 다른 것 같습니다. 궁금한 사람이 있을 때 이토록 적극적으로 다가오시는 면이 부럽기도 하고요. 마음을 쉽게 열 수 있는 팁이라도 있으신가요. 있다면 알려주세요.

그리고 다가오시는 것 부담스럽지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제가 어렵고 재미없게 사람을 대하는 편이라 선배님이 힘드시지 않을까 우려되어서….

다음 답장을 기다려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시간 되실 때 카톡만 남겨주셔도 좋고, 그것도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선배님도 남은 연말 잘 마무리하시고, 따뜻한 겨울 보내시기 바랍니다.

From. 후배 구권혁

PS. 미리 생일 축하드립니다.

(W. CSG 각인 만년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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