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 울 적에 시리즈
유료

평범한 날의 벌 게임

케이미온

Palegreen by 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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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쨩, 벌 게임으로 내 짐을 우리 집까지 바래다주기~♪”

오늘도 케이이치는 부 활동 게임에서 꼴찌를 해 일등을 한 미온의 심부름을 들어주게 되었다. 그래도 오늘은 평소에 하던 여장이나 이상한 짓을 시키지 않고 양호한 일이었다.

나쁘다고 하기보다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미온이랑 단 둘이서 집까지 정상적으로 바래다줄 수 있으니까. 혹시 이건 벌 게임이 아니라 상 게임인가?

아무튼 케이이치는 자신의 가방과 미온의 가방을 같이 들고 미온과 하교를 했다. 레나와는 갈림길에서 헤어지고 미온을 따라 소노자키 본가로 향했다.

“그냥 바로 집에 가기보단 저기 들렀다 가지 않을래?”

갑자기 미온이 가리킨 곳은 물이 흐르는 강가였다.

“갑자기 물에는 왜? 여름 다 지났는데 아직 더운가.”

“뭐, 그렇지. 올해는 여름이 엄청 긴 것 같네.”

케이이치는 딱히 덥지도 않았지만 바로 미온의 집에 가서 헤어지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같이 놀 수 있으니까 미온의 제안을 수락했다.

금세 얕은 물이 흐르는 강가로 내려갔다. 미온은 물 안에 손을 담그고 있다가 케이이치의 얼굴에 뿌렸다.

“여기서 부 활동 2차전을 해보자는 거냐!?”

“케이쨩이 그렇게 원한다면 지금부터 시작해볼까?”

“너는 손이 자유롭지만 난 네 가방까지 들고 있어서 누가 봐도 내가 불리하잖아!”

케이이치의 항의에 미온은 하하핫, 웃으며 아까와 같이 물을 튀겼다.

“미온….”

케이이치는 짜증을 낼 생각으로 미온을 쳐다봤으나 미온이 너무나 환하게 웃고 있어서 그대로 입을 다물어버렸다. 미온이 쾌활한 웃음을 짓고 있을 땐 이렇게 혼쭐내주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물론 심한 벌 게임을 줄 땐 아니었지만….

“저기 하류에 돌다리가 있으니까 저쪽으로 건너가서 보자. 하류 쪽에는 모래라서 다칠 위험도 적거든.”

“그래?”

아직도 케이이치는 도시의 사고방식이 많이 남아있어서 항상 가던 곳으로만 가서 히나미자와의 모든 곳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미온이 매번 새로운 곳을 가자고 할 때마다 신나서 따라갔다.

“이 강에는 물고기도 살아?”

“당연하지! 히나미자와의 강들이 다들 얼마나 맑은데. 대부분은 깊은 상류에 살고 있어서 여기선 잘 발견되지 않지만.”

아무튼 참 평화로운 마을이다. 보통 이사를 온다면 처음엔 마음에 들어도 어느 정도 지나면 지겨워지기 마련인데 여전히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이 마을에 평생 뼈를 묻게 될 것 같다고 케이이치는 저도 모르게 생각했다.

“케이쨩, 다리 건너가 보자. 저쪽으로 빙 둘러서 우리 집에 가볼까?”

미온이 건너가자고 한 돌다리는 돌에 흐르는 물이 부딪히며 많이 적셔져 있어 그냥 보기에도 미끈미끈해 자칫 잘못하다간 넘어질 것 같아 보였다.

“아니, 별로 건너가고 싶게 생기지 않았는데.”

“케이쨩은 작은 돌다리도 건너가는 걸 무서워하는 거야?”

“난 평생 저런 미끄러운 곳을 건너갈 일이 없었다고….”

“내가 먼저 지나가는 걸 봐둬.”

미온은 자신 있게 돌다리 위로 먼저 뛰어가더니 중간쯤에서 젖은 돌을 밟고 미끄러져 옆으로 넘어졌다.

“아야야.”

“괜찮아!?”

낮은 물가여서 미온이 넘어져 앉은 상태로도 허리 아래 정도까지밖에 오지 않았지만 물이 튀긴 덕분에 미온은 흠뻑 젖었다. 미온이 스스로 실수하는 일은 별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신기한 감각이 들었다.

“아, 괜찮아, 괜찮아. 이런 일 정도야 시골에서는 흔하게 일어나는 법이지.”

그렇게 변명하며 미온은 호기롭게 일어났지만 금세 인상을 찌푸렸다.

“으윽….”

금세 다시 주저앉아 발목을 잡고 있는 게 아무래도 넘어지면서 발목을 삔 것 같았다.

“괜찮기는 무슨, 제대로 집에 걸어갈 수 있겠어?”

“어? 아저씨는 이 정도로는 끄떡도 없…!”

케이이치가 미온의 앞에서 등을 돌리고 앉자 미온이 놀랐다.

“업어줄게. 네가 그렇게 아프다고 주저앉았는데 혼자 걸어가게 놔둘 순 없지. 그리고 벌 게임은 네 짐을 옮겨주는 거였잖아?”

그러니까 케이이치는 미온의 것을 옮겨주는 벌 게임이라고 미온의 몸을 벌 게임으로 쳐서 옮겨주겠다는 말이었다. 말투가 좀 짓궂긴 했지만 케이이치의 호의가 느껴져서 미온은 기꺼이 등에 올라타기로 정했다.

미온이 등에 업혀 목으로 팔을 두르자 케이이치의 셔츠까지 젖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미온의 다리를 잡아 일어나자 생각보다 쉽게 들렸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고.”

미온이 등에 업히자마자 케이이치는 평소답지 않게 미온이 신나서 뛰어다니다가 넘어진 것에 잔소리를 하며 야박을 줬다. 괜히 등에 붙어있는 게 쑥스러워서 그랬다.

“아, 알겠어….”

미온은 자신이 실수한 게 창피하기도 하고 케이이치가 걱정해주니까 좋기도 해서 혼란스러웠다. 이왕 업히게 된 거 마음껏 케이이치의 등 뒤에 업혀 있는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무겁지 않아?”

그래도 미온의 눈에 비치는 케이이치는 연약한 도시 소년이라 자신을 업고 집까지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어차피 자신처럼 튼튼해 보이는 애는 부축 정도만 해줘도 알아서 집에 잘 돌아갈 수 있을 텐데.

“생각보다 가벼운데? 미온, 너 집 가서는 밥 제대로 안 먹는 거 아니야?”

“생각보다 가볍다는 건 뭐야. 네 생각에 난 얼마나 무거웠었던 거야. 그리고 밥은 당연히 꼬박꼬박 챙겨 먹거든? 우리 집사람들이 내가 굶고 다니는 걸 그냥 쳐다만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확실히 그렇게 커다란 집에 따로 일하는 사람까지 와서 있는 걸 보면 미온은 제대로 된 밥을 먹을 게 분명했다.

“난 네가 물에 젖어서 무거울 거라 생각했는데 가벼워서 놀랐다는 얘기였어.”

그, 그러고 보니 젖은 상태였었다. 옷이 물을 먹어 당연히 무거워졌을 텐데. 케이이치가 왠지 놀린 것 같아서 양쪽 볼이 화끈했다.

미온은 창피해서 뭐라고 말을 붙이지 못하고 케이이치는 가까이 닿아있는 미온의 몸 때문에 뭐라고 해야 할지 말을 못 찾아 미온의 집에 도착하는 데까지 별다른 말이 오가지 않았다.

“자, 도착했어.”

집 대문 앞에 도착했지만 어차피 내 다리가 아픈 거니까 케이이치라면 방까지 데려다줄 거라고 생각해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등에 매달려있었다. 뭐라고 말하기에는 다시 정적이 돌까 봐 민망했다.

“…미온?”

케이이치는 미온이 대답이 없으니까 등 위에서 잠든 줄로만 알고 대문 옆에 있는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자 금세 들어갈 수 있도록 대문이 열렸다.

“안에서 버튼으로 문을 열 수 있게 되어있는 건가?”

케이이치는 미온을 그대로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전에 친구들과 같이 와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단 둘이 오는 건 처음이었다. 미온이 잠들어있어서 다행이지 깨어 있었다면 자신을 얼마나 놀렸을지 상상이 되질 않았다.

들어오고 나니까 소노자키 가에서 일하는 사용인이 길을 안내해주었다. 미온은 케이이치한테 깨어있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눈을 감고 열심히 자는 척을 했다.

사용인의 안내에 따라 미온의 방까지 도착한 케이이치는 일단 미온의 안위가 우선이었다. 여기가 미온의 방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바닥에 깔린 이불 위에 미온을 차분히 내려놓고 사용인에게 발목을 다친 것 같다는 설명을 해줬다.

“그럼 얼음주머니를 준비해오는 동안 아가씨와 같이 계셔주실 수 있나요?”

“네? 아, 네….”

안 그래도 자는 척을 하는 데다가 여긴 내 방인데 왜 케이이치를 돌려보내지 않는 건지!

미온이 케이이치한테 관심이 있다는 걸 아는 사용인은 케이이치를 그냥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나중에 일어나고 나면 케이이치가 자기 방까지 데려와서 많이 걱정해줬다는 사실을 알려줄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저기, 미온…….”

이제 와서 사실은 깨어있었다고 말할 수도 없고 미온은 그저 깡으로 자는 척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미온이 그런 상태인데 케이이치는 어떻겠는가. 그는 이 곳이 미온의 완전한 사적인 공간이라는 걸 깨닫고 어쩔 줄을 몰라했다.

함부로 물건을 건들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리를 다친 미온을 강제로 깨울 수도 없다. 그런 애매한 교착 상태에 빠져있던 케이이치는 어차피 미온이 자신에게 업혀있던 상황에서도 잠들었는데 깊이 잠들었을 게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미온, 깊이 잠든 거 맞지…?”

미온은 알 수 없는 무언가 불안한 느낌이 싸하게 들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일어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눈을 감고 열심히 자는 척에 열중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뺨에 낯선 감각이 느껴졌다.

케이이치가 손을 뻗어 미온의 뺨을 쓰다듬었다. 평소 강한 이미지의 미온과 다르게 잠들어있는 미온은 무척이나 온순해 보였다.

손가락 끝으로 전해져오는 부드러운 느낌에 손이 자연스레 떨렸다. 닿을 리가 없는데 왠지 숨결조차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자기도 모르게 귀엽다고 말하려다가 멈칫했다.

“아…….”

고요한 방 안에서 사용인이 가까이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져서 손을 급하게 뗐다.

문이 드르륵 열리고 사용인이 얼음주머니를 가져와 케이이치는 벌떡 일어났다.

“돌아가시려고요?”

“네. 미온이 자고 있는데 앞에서 쳐다볼 수도 없잖아요.”

내심 방에 있는 셋 모두가 오래 머물다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걸 입 밖으로 꺼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 다리가 금방 나을 수 있도록 잘 도와주세요.”

“알겠습니다.”

케이이치는 그 사용인에게 고개만 꾸벅 인사하고 나와 거의 도망치듯 밖으로 서둘러 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쳐다보고 방금 뭘 한 건지 떠올렸다.

“드디어 미친 건가, 케이이치?”

이미 왜 그랬는지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부정하며 케이이치는 미온의 뺨을 만졌었던 그 손을 자신의 얼굴에 올리며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저도 2차 창작으로 돈을 벌어보는 게 꿈이었습니다(?)

아래는 간단한 후기, 쓸데없는 말로 가득 찼습니다.

포스타입과 동일하게 추가해둔 후원 칸입니다. 후원해주시면 새로운 연성을 올리는 원동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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