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 울 적에 시리즈

1986년 여름

베아바토

Palegreen by 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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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러는 책상에서 일어났다. 한참동안 팔을 베고 자서 팔은 저릿저릿하고, 노을빛이 창문으로 들어와 눈에 직면으로 꽂혀 눈이 부셨다. 이미 다른 학생들은 배틀러만 남기고 귀가해버렸는지 텅 빈 교실에 혼자만 남아있었다.

아니, 낯선 인영이 있었다.

이 학교 교복이 아닌 검은 재킷에 빨간 치마를 입고 있고 머리에 장미꽃을 단 이국적으로 보이는 여자. 머리도 정성스럽게 땋아 올린 것이 무척이나 고풍스럽게 보였다.

“누구세요?”

배틀러가 그 사람에게 묻자 제대로 알아듣고는 씨익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베아트리체.”

이국적인 외모다운 이름이었다. 게다가 배틀러보단 훨씬 아름다운 이름.

“…그런데 저희 학교는 외부인 출입 금지일 텐데 어째서 혼자 여기에…….”

“그것은 여기가 너와 단 둘이서만 만날 수 있는 밀실이기 때문이지, 배틀러.”

그는 베아트리체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걸 듣자 놀랐다. 베아트리체라는 이름을 가진 금발 여성에 대한 건 전혀 알지 못했으니까.

“모든 문이 닫혀있고 이 안을 보고 있는 사람도 없지. 따라서 이 안에서 있었던 일은 우리밖에 모르고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진실이 되지. 딱 우리에게 잘 어울리는 공간이야.”

“그, 누구신데…?”

베아트리체는 안타까운 듯 헛웃음을 지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많은 것이 달라져도 그 사람의 본질은 알아봐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들어도 이 사람이 누군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던 그 와이더닛을 생각해 내가 왜 여기 나타났는지 추리해보지?”

“한마디로 너는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고 나도 알았었다는 건데 갑자기 이렇게 찾아온 이유라….”

무슨 학교 교복인지 모르겠으니 아마 꽤 멀리서 왔을 것이고, 어릴 적 만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추리소설에 대한 용어도 알고, 그걸 설명해줬을 정도로….

“혹시 날 짝사랑해서 고백하려고 찾아온 건가?”

“허.”

베아트리체는 기가 찬 듯 웃었다. 그런 내용을 아무 스스럼없이 말해버린다는 점과 자신은 아무 상관없는 듯 얘기하는 점이 무척이나 얄미워보였다.

비슷하지만 틀렸다. 이렇게까지 힌트를 줬는데도 맞추지 못하다니 6년 전 이후로 추리에는 아예 손을 뗐군.”

6년 전이라면 분명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재혼을 해 한창 정신없이 반항하던 초등학교 6학년 때. 그리고 그 시절에 추리소설에 대해 대화를 나눈 사람이라면….

‘샤논.’

하지만 베아트리체는 샤논이 아니다. 샤논은 본가에서 아직 일하느라 여기까지 올 정도로 시간이 많지 않을 거고 무엇보다 갈색머리에 상냥하고 청순한 타입이다. 눈앞에 있는 베아트리체하곤 완전히 결이 달랐다.

그럼 내가 그쪽을 좋아하기라도 했다는 건가?

“…사람의 감정은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법이니 확언은 할 수 없다. 그러나 네가 정말 바보가 아니라면 나에 대한 존재는 금방 파악할 수 있겠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베아트리체가 샤논이라는 결론이 도출될 뿐이었다. 어찌 보면 배틀러가 샤논을 좋아했으니까 샤논밖에 떠오르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는데 슬슬 알려주지?”

“리자인? 안타깝지만 리자인한다고 해서 정답을 알려주진 않아. 원래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 가장 화가 난다고들 하니까. 넌 그런 일들을 당할 필요가 있다.”

“…….”

배틀러는 베아트리체가 굉장히 재수 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베아트리체가 원한 대로 그렇게 화는 나지 않고 그저 궁금했다. 그리고 끌렸다. 그 직후 바로 배틀러는 모든 가능성을 하나로 줄였다.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것만이 진실이라 모든 게 부정됐을 뿐이었다.

베아트리체… 베아트.

배틀러가 이때까지와 다르게 진지한 눈을 하고 부르자 베아트리체는 바로 배틀러의 얼굴을 잡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가 떨어졌다.

나는 누굴까?(私はだ~ぁれ?)

배틀러가 보는 베아트리체의 눈은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그 질문에 대답하려는 찰나 베아트리체는 배틀러의 대답을 듣지 못하고 황금 나비들로 변해 사라져버렸다.

배틀러는 책상에서 일어났다. 한참동안 팔을 베고 자서 팔은 저릿저릿하고, 노을빛이 창문으로 들어와 눈에 직면으로 꽂혀 눈이 부셨다. 이미 다른 학생들은 배틀러만 남기고 귀가해버렸는지 텅 빈 교실에 혼자만 남아있었다.

그의 두 눈에서는 이유 모를 눈물이 고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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