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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4 포스타입 게시글 백업


향(香)이 고요히 피어오른다.

몸 이곳저곳에 붕대를 감은 젊은 상주는 망부석이라도 된 듯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어쩌다가 저렇게 됐누’, ‘아내하고 애기도 잃었다며, 저거 불쌍해서 어쩌나’……. 몇몇 지인들만 다녀가는 식장에는 목소리의 야상곡보다 침묵의 진혼곡이 더 크게 연주된다. 생기를 잃은 자색 눈동자에 한때 가득했던 총명함은 구름 뒤에 숨은 달처럼 도통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제이가,

죽었다.

장례 절차는 허무할 정도로 간단했다. 사흘만에 수시(收屍)부터 사망 신고까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그 중심에는 리모의 의지가 태풍처럼 휘몰아쳤다.

병원에서 무리하게 퇴원해 상을 진행했다. 아내에게 남은 가족은 없었다. 저나 그나 무연고자 신세였다. 사랑했던 것만큼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주고 싶었다. 설령 제가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되더라도, 저 한 몸이 스러지더라도. 발인을 어떻게 진행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꿈이었나, 싶을 정도로 사흘간의 기억이 흐릿했다. 물론 상이 끝나자마자 혼절한 제 탓도 있겠지만 말이다.

깨어나니 흰 천장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 길로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다리가 꺾였다. 볼품없는 소리와 함께 침대 밖으로 떨어졌다. 의료진이 달려왔다. 자리에 있기를 거부하는 환자와 안정을 강권하는 의사가 충돌했다. 결국 안정제를 투여받았다. 멍하니 링거를 바라보았다. 도운이 생각났다. 그도 화마의 손에 이끌려 갔겠지. 그는 도운 가족의 상을 진행할 자격이 되지 못했다. 죄책감과 분노에 질식하면서도 친우의 사망을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이미 제이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았다. 더는 견딜 수 없었다. 더는 상실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한동안 기계처럼 살았다. 정신과 상담은 거부했다. 삶에 의미를 느끼지 못했다. 모든 감각이 기능을 상실했다. 병원에 머무르는 것도 무의(無義)했다. 걸을 수 있게 되자마자 퇴원 수속을 밟았다. 먼지가 쌓인 집으로 돌아갔다. 눈에 익은 거리가 어색하기만 하다. 익숙한 비밀번호를 눌렀다. 현관에 걸린 사진이 비수처럼 심장을 파고들었다. 아내의 자국이 묻지 않은 곳이 없었다. 다시금 차오르는 눈물을 거칠게 닦아내었다. 그러다가 발에 무언가가 차였다. 화재 현장에서 구해냈다는 쪽지가 붙은 상자가 있었다. 그 폐허에서 찾은 것이 있단 말인가. 혹시 아내의 유품일까? 기대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커터칼을 가져왔다. 테이프를 뜯어내니 보이는 것은―

제로의 마인드코어.

그리고 불길이 시야를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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