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는 망자가 서있었다.
그쪽은 악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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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서스 갈리아의 오후는 평소와 같았다. 그저 어린 딸의 유령 코스프레를 돕고….
아….
마냥 평소와 같지만은 않았다. 금일은 핼러윈이었고 그의 딸은 사탕을 받으러 나갈 생각에 잔뜩 신이 나 있었다. 카서스는 본디 미신을 믿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한 번 아내를 잃은 적 있는 가슴은 혹여 악령이 작은 딸을 잡아가기라도 할까 성심성의껏 딸의 유령 분장을 돕고 있었다.
분장이 끝난 뒤에는 동거인을 포함하여 셋이서 가벼운 간식 시간을 보냈다. 물론 이 또한 딸을 위해 마련한 시간이며…. 그러고는 동거인에게 말했다.
“헤레이스, 오늘은 나갔다가 늦게 들어올 것 같습니다. 핼러윈은 원래 저녁 시간대가 메인이니까.”
이어 동거인의 답변이 떨어지고 나서야 그는 딸을 안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그 이후는 비슷한 양상의 반복이었다. 그가 노크하면 문이 열린다. 그러면 딸은 맑은 목소리로 ‘trick or treat’을 외치는 것이다.
…
들고 있는 바구니가 가득 찰 즈음… 거리는 어둑어둑해지고 핼러윈 기념 행사가 벌어져 사람으로 가득 찼다. 딸의 요청에 의해 같은 장소를 세 바퀴 즈음 돌았을까….
카서스의 눈길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다. 휙 스쳐 지나갔으나 그는 분명 분홍머리의….
그는 생각에 잠겼다. 분명 이 주변에서 분홍머리는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오늘은 핼러윈이라는 사실을 자각해냈다.
카서스 갈리아는 제자리에 멈춰섰다. 드디어 제가 미쳐서 헛것을 보았노라 하고. 미신 같은 건 도무지 믿을 게 못 된다고. 그는 제 눈을 의심했다. 빛이 산란되어 분홍색으로 잘못 보인 걸 거라고… 가능한가? 그는 전직 탐정이었다. 끝없이 의심하는 것이 옳다고 믿고 있었다, 끝내는 자기 자신마저도.
그렇게 제자리에 멈춰 서있기를 몇 분… 딸의 야유도 그를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는 어쩌면 분홍색 머리칼의 주인이 요시다 엔이 아니기를,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기를 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밤이 길 것만 같았다.
그때 인파 너머로 저를 똑똑히 바라보는 시선이 뒤통수를 마구 찌르자 그는 뒤돌았다.
그곳에는 망자가 서있었다.
핼러윈에 찾아오는 것은 악령이라던데.
그렇다면, 그쪽은….
그쪽은 악령인가.
내 평화로운 일상을 망치러 왔는가.
아니면 이미 내 일상을 깨부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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