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14 프로필] Uffe'ra kona ¿
22 / 미코테 달의 수호자 / 남성
어차피 거의 모든 불행은 자신이 속한 곳에 머물 수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니까요. 나는 여기 속해 있습니다.
발터 뫼르스, 꿈꾸는 책들의 미로 중에서.
기본 프로필
이름 : 우페라 코나 / 혹은 티사아 누트.
종족 : 미코테 달의 수호자
출신지 : 커르다스 서부고지, 매의 보금자리 근처의 산맥지대
성별 : 남성
나이 : 신생 22 ->효월 27
주직업 : 백마도사
생일 : 그림자 5월 10일
수호신 : 메느피나 - 그림자 1월을 운행하는 쌍월과 자애의 여신
주요 키워드 : 움직이지 않는 시계 초침. 넘치지 않는 물. 여러 음이 뒤엉킨 건반 소리. 느슨하게 웃는 얼굴과 불명확한 말소리.
주요 스토리
검은장막숲에서부터 이슈가르드로 넘어와, 커르다스 서부고지의 산맥지대를 횡단하고 있던 미코테 여성 모험가가 있었다. 이제 막 봄이 지나가 그나마 한기가 가신 산중의 혹독한 기후를 뚫은 여성이 간신히 발을 디딘 곳은, 성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던- 한때 이슈가르드의 백성으로서 속해 있었으나 제각각의 이유로 쫓겨나듯 밀려나 오지에 자리잡은 전 이슈가르드인들의 주거지였다.
배척된 처지였지만 이슈가르드의 뭇 사람들이 그렇듯 이들도 평범하게 이방인을 꺼렸다. 그당시 미코테족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지 않았던 엘레젠들은 여자를 받아줌에 있어서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설전이라 말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일방적으로 받아줄 수 없다는 쪽의 의견이 우세한 설전이었으나, 여자가 아이를 잉태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결국 홀몸도 아닌 여자를 쫓아내지는 못 했고 여자는 그대로 마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오랜 여정으로 짙어진 병세와 지역에 대한 부적응, 여러 악조건이 겹치어 그의 어머니는 산달을 채우지 못 하고 그를 낳은 후 이른 시기에 눈을 감았다. 사경을 헤매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아기의 이름조차 전해주지 못 했던 차였다. 남겨진 아기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던 중에, 그들은 아이의 어머니가 미코테족의 달의 수호자 여성이었다는 것 하나에 착안해 아이의 이름을 티사아라 지어주었다.
다른 곳에서 온, 조산된 아이가 이슈가르드 산맥의 혹독한 기후를 이겨낼 수 있을까, 사람들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티사아는 이렇다 할 고비 없이 하루가 다르게 몸이 자랐다. 낯선 이들의 땅에서 이름만 남기고 죽은 자신의 어머니처럼 투명해지며.
실질적으로 그를 키워준 부모님은 한때 이슈가르드의 고위급 종교직에 머물고 있던 그 마을에서 가장 인망 높은 노인이었다. 그의 어머니가 처음 마을에 찾아왔을 때 그녀를 받아주어야 한다는 쪽으로 뜻을 굽히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는 노인을 아버지라느니 하는 낯간지러운 호칭으로 부르지는 않았으나 원한다면 언제든지 그리 부를 수 있다는 것만큼은 느끼며 자라왔다. 그러나 마을의 모든 이들이 자신을 달갑게 여기는 것은 아니라는걸 더 많이 느끼며 자랐다. 그는 그 속에서 이질적이었으나 최대한 모나지 않게 속하려 노력했다. 어느 누가 먼저 말해주지 않았지만, 싸움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게 자신에게 도움이 될거라는 사실을 거의 본능적으로 알았다.
안개 끼지 않은 맑은 날에는 멀리 성도의 높은 첨탑들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어려서 나고 자란 산맥 외에는 다른 곳에 발을 디디지 못 했다. 어머니나 아버지에 대해선 묻지 않았으나 다른 곳에 대해서는 귀찮을 정도로 자주 입을 열었다. 특히나 맑은 날이면 흐릿하게나마 보이는 도시에 대해선.
-성도엔 어떤 사람들이 살지요?
-우리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
우리같은 사람들이.
정은 깊어져갔으나 완전히 속하지 못 하는.
하루하루 높은 바위 위에 걸터앉아 저편을 건네다보는 일이 잦아졌다. 원체 말수 없는 성격이었으나 그 정도가 유난스러워, 노인과 몇몇 이들이 느낄 수 있을만한 이상이었다. 열 일곱 살, 티사아는 봄이라면 떠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열세 살의 마지막 겨울을 지내고 이듬 해 봄, 그는 자신이 살던 마을을 떠나 무작정 모험가로써의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았으나 커르다스를 거쳐 우연히 발을 딛게 된 도시가 그리다니아로, 미코테족과는 어울리지 않는 복식을 하고 있는 그를 보고 그곳 사람들이 미심쩍게 출신지를 물을 때마다 그는 옅은 미소로만 대답을 대신 했다.
그당시 그리다니아에 터를 잡고 살아가던 미코테족 달의 수호자 중에선, 궁술로는 당해낼 자들이 몇 없다는 식으로 유명한 코나 가의 형제들이 있었다. 새까만 머리카락에 푸른 눈, 그들 형제는 하나같이 궁술에 뼈를 묻었다고 표현해야 될 정도로 활 쏘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이었다. 그들 형제는 총 5명으로, 미코테 종족으로서는 드물게 막내인 ’우페‘까지 5명이나 되는 남성 형제로 이루어져 있었다. 부모 손에서 독립한 이후로도 형제들끼리는 우애를 다지며 그리다니아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미숙하기 짝이 없는 영역을 가다듬었다. 첫째는 음악을 사랑했고, 둘째는 공예에 재능을 빛냈으며, 셋째는 꽃과 식물을 사랑했다. 넷째는 자신이 잘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열등감을 숨기는 일에는 빛을 발했으며, 형제들이 하는 것은 뭐든 좋아하고, 자신은 세상일에 흥미가 생기질 않는다며 곧잘 따라 붙어 다녔다. 개중에 코나 가의 막내- 우페라는 특별했는데, 기묘하게도 많은 형제들 중에서 유일하게 탐구심을 빛내며 바깥 세상, 즉 모험 속에 몸을 내던지는 것에 흥미를 가졌던 소년이었기 때문이다. 단지 한가지 문제만이 소년을 가로막았다. 지나치게 병약해서 모험은 커녕 집 밖으로 나서기에도 어려운 몸을 가지고 태어났던 것이다. 그들은 어린 막내가 외로움과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항상 노력했지만 노력이 모든 것을 보답해주지는 않았다. 그중에서도 첫째인 타디아가 느낀 충격은 다른 형제들이 느낀 충격보다 배는 더 심했다. 그는 정말 말 그대로 형제들을 진짜 부모 대신 ’부모처럼‘ 돌봤고, 그와 우페는 13살 차이로 형제간의 흔한 다툼과는 거리가 먼 다정한 형과 착한 동생의 역할 속에 있었다. 그의 작고 소중한 동생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한여름이었다. 염을 하고 시신을 수습해 마땅한 장례를 치러줘야 한다는 의원의 간곡한 충고에도 불구하고 타디아는 동생이 눈 감은 침대 머리맡에 쓰러져 누워, 방문을 걸어 잠근 채 그 안에서 나오지 못 했다. 짐승이 울부짖듯이 길게 늘어진 소름끼치는 흐느낌도 방에서 끊이지 않았다. 타디아는 단 3일만에 동생을 놓은 채 넋나간 표정으로 그 방안에서 빠져나왔다.
티사아 누트가 그리다니아에 발을 들였던 일은 바로 그런 배경 속에서 일어났다. 그때만해도 그리다니아의 원주민들은 외부인에게 그리 호의 가득한 눈짓을 던지지는 않았던 사람들이었다. 단지 정령들이 허락했다는 이유 하나로 발을 들일 수 있었던 모험가들은, 2차로 그리다니아 도시 주민들끼리의 단단한 연쇄와도 같은 지연에 맥을 추리지 못 하고 손 틈새의 모래알처럼 빠져나갔다. ’티사아‘가 그리다니아에 도착해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고심하고 있을 즈음, 가장 사랑해마지않는 막내 동생을 잃은 코나 가의 형제들은 깊은 슬픔에 잠겨 있었다. 타디아가 그리다니아에 발을 들인 티사아에게 어떤 심경의 변화를 느꼈던 건지 형제들은 정확히 이해하지 못 한다. 그러나 그들의 첫째형은 ’티사아‘와 무서울만치 빠르게 가까워졌다. 타디아의 얼굴 전체를 덮었던 우울 대신 햇빛같은 따스함이 다시 들어찼다. ’티사아‘의 눈동자, 그 푸른색 홍채는 코나 가의 형제들과 무서울 정도로 닮아있었다.
타디아는 그를 오랜 시절 잃어버린 막내 동생의 이름으로 부르고 싶어했다. 작은 동생이 생긴 것 마냥 그를 귀여워하며, 자주 아무렇지도 않게-그러나 아마 약간의 그리움을 담아, 그에게 다섯째 아이의 이름을 붙여 불렀다. 티사아는 그 이름을 신경쓰지 않고 받아들였다. 이름을 그렇게 특별하게 여기진 않았으므로. 그의 눈은 형제들과 퍽 닮아있었다. 오늘부터 나는 이 사람을 우페라고 부르기로 했어. 그들 형제는 서로를 끔찍이도 아끼며 우선시 해왔다. 코나 가의 장남인 타디아가 그에게 손을 내밀어온 것은 조금 이상한 일이었다. 세상 물정 모르고 외지에서 흘러들어온 열세 살의 어린 소년에게 필요할 수 있는 작은 호의를 건넨 거라고 생각했지만, 형제들은 그의 나이가 그들의 막내와 같으며, 모험을 시작해서 이 도시에 처음 흘러들어왔다는 것조차도 무섭도록 우페라를 떠올리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우페라. 형을 따라 코나 가의 다른 형제들도 그를 우페라라 불렀다. 티사아가 마을을 떠나며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에오르제아의 이곳 저곳을 정처없이 떠도는 여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어느 날엔가 그는 둘째형, 이나토의 손에 이끌려 머리를 염색했다. 가만히 보고 있던 타디아가 웃음을 터트리며, '정말 내 동생 같다‘고 얘기 했을 때, 그는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 했지만 속으로 그 말을 가슴 깊이 간직했다.
우페라의 백금색 머리카락은 그때부터 검게 물들었다.
티사아는 어느 누구에게도 진짜 우페라 코나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 타디아는 둘의 모습이 많이 닮아있다 이야기 했고, 종종 티사아가 '우페라'에 대해 물어봐주기를 바라는 눈치였으나, 그는 자신이 우페라의 어느 부분과 닮아있는지조차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 미코테 남성이 오래 전에 죽었다는 것 외에 그가 알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진짜 우페라를 알고 싶지는 않아.
빼앗기는 기분이 들어서.
무엇을 빼앗긴다는거야? 너는 처음부터 갖고 있는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는 그리다니아에 도착했을 때 대었던 티사아라는 이름보다도 우페라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렸다.
떠나왔던 마을의 노인처럼, 그가 코나 가의 형제들을 제 가족처럼 생각하게 되는 것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연이란게 퍽 아무것도 아닌 것이구나 생각하였다. 그리다니아에서 그는 이방인이 아닌 가족과 같은 사람으로 통했다. 그는 종종 자신이 변변찮은 작별 인사도 전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떠나왔던 마을 사람들에 대해서 떠올렸다. '우리'라고 말했던 그들과 나는 얼마나 닮아 있지 않았던가. 그는 그 파란 들판과 빽빽한 산맥들이 그리 그립지 않았다.
그 즈음, 종종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 사이에서 흘러다녔다. 명예에 대한 이야기, 평소 제대로 된 무기조차 다루지 않았던 코나 가의 형제들은 하나같이 전투에 참여하고 싶어 안달이 나있었다. 전쟁이니 뭐니 그게 다 뭐람. 지내왔던 도시에서도 불안한 기운은 점점 스며오고 있었으나, 사람들은 그에게 복잡한 이야기를 깊게 해주지 않았다. 그도 딱히 알고싶지는 않아했다. 입소문을 타고 들려오는 전쟁에 대한 말들이 머나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같은 이들과 속해있다는 느낌이 못 견디게 좋았으므로, 웅성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그만이 여전히 평소와 다름없었다.
제 7 재해 이후.
기억은 조각조각 끊겨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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