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죽는 건 죽어야 할 때 그때 죽어*

유령(2020)

삶의 끝자락에서 연이안서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들어찼다. 넘치는 물, 고립된 섬에서 안시은과 단둘이 남아 맞이하는 마지막. 역시 생존은 무리였나. 이럴 거면 빨리 죽을걸. 바다가 원망스러웠다. 나는 몰라도 언니는 살려준다면서 순 거짓말이었다. 그렇게 연이안서가 삶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릴 때쯤 눈앞에 나타난 하나의 문. 싫으나 좋으나 우리는 이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이건 파도가 친다, 가 아닌 쓰나미에 가까운 자연재해였다. 안시은과 연이안서는 고민할 틈도 없이 문고리를 잡아 문을 열었다. 그리고 바로 문을 닫았다. 들어오자마자 문을 닫았다. 바로 파도가 문을 쾅, 쾅 치며 우리에게 나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니 긴 복도가 있었다. 한 점의 먼지도 없고 정말 새하얀 복도. 입체감도 느껴지지 않는, 마치 다른 세계로 향하는 듯하고 길고 긴 복도. 연이안서와 안시은은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 복도 끝이 지옥일지라도 우리는 향해야 했다.

"웅니. 나 죽으면 어떡하나 싶었어요."

"그래요? 안 죽어서 다행이다. 그쵸."

"응... 사실 난 죽어도 웅니가 죽는 건 싫었는데. 잘 됐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잡담을 나누며 걸은 지 한 10분 정도 되었을까. 여전히 새하얀 복도는 끝을 알 수 없었고 중간 갈림길도 없어 제대로 앞으로 가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걷고, 또 걸으면... 복도의 끝에는 지옥도, 낙원도 뭣도 아닌 문 하나 있었다. 우리는 또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이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차라리 파도에 휩쓸려 죽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너무나 긴박한 상황이었기에 대부분의 짐도 놓고 왔기 때문에. 안시은과 연이안서는 다시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었다. 그렇게 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생존자 캠프였다.

온몸은 젖고 말릴 틈도 없었던 시간 속에서 따뜻한 캠프는 마치 지상낙원 같았다. 문을 닫고 연이안서와 안시은을 얼빠진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무시한 채 그대로 연이안서는 주저앉았다.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누구세요, 여길 어떻게... 금방 사람들의 목소리가 모여 캠프 안이 시끄러워졌지만 연이안서는 이대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따뜻한 곳이 있었으면 우리 좀 진작에 데려가지... 그렇게 한탄하기도 전 캠프의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 하나가 둘에게 묻는다.

방금 들어온 문은 폐쇄된 지 오래인데 어떻게 들어온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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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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