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암존의 혀는 검다
#검은_혀_당보_챌린지
사천당가의 태상장로이자 암존인 당보의 혀는 검은색이다. 사람의 몸 가운데에서 가장 은밀한 부위들 중 하나인 혀가 검은색이라는 것은 꽤나 피곤한 일이었다. 잇새로 살짝씩 그의 검은 혀가 보일 때면 사람들은 움찔 놀라곤 했다. 그들과는 혀가 다른 색이란 이유에서였다. 당보라고 해서 태어날 때부터 혀가 검은색이었던 건 아니거늘, 사람들은 그에 아랑곳 않고 그들과는 다른 외양을 가진 당보를 은연 중에 껄끄러워 했다.
당보가 검은 혀를 가지게 된 이유는 그가 사천당가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독을 익히는 과정에서 음독을 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조금씩 여러 종류의 독을 먹고 내성을 키워 독을 다룰 힘을 얻는다. 그게 사천당가가 추구하는 독의 길이었으니까. 그런 와중에 독이 혀에 착색되어 검게 변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길에 대해 이제 와서 왈가왈부하고 싶은 건 아니다. 어차피 지난 일이었고,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암존도 없었을 테지.
그러나 다만 한 가지 두려운 것이 있다면⋯⋯. 제 정인이 당보 자신의 혀를 보고 껄끄러워하지는 않을까, 그게 새삼스럽게 당보로 하여금 겁을 먹게 했다. 물론 머릿속으로는 청명이 이런 외견 따위로 이제 와서 저를 내치진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뿐이었고, 불안하게 술렁이는 마음은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들만을 내놓았다.
도사 형님께서 내 혀가 검다 하여 미간을 찡그리면 어째야 할까. 설마 접문도 거부하는 건 아닐까? 접문이란 혀와 혀를 섞는 일이니 간단한 색사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 색사 상대의 신체 부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도사 형님의 흥이 식으면 어떡하지? 정인과 아직 접문도 하지 못한 당보의 머릿속에선 정말이지 별별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당보야. 뭐하고 있냐."
그때였다. 심드렁한 청명의 목소리가 당보의 귀를 두드린 것은. 그제야 당보는 정신을 차리고 지금 제가 처한 상황을 되짚을 수 있었다. 그래, 그랬지. 오늘은 제가 큰 맘을 먹고 청명과 접문을 하고 싶어 분위기를 다 깔아놓은 판이었다. 여긴 사천당가의 화려한 객실이고, 바깥엔 사람을 물렸고, 술과 안주들은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많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 자신은, 청명과 접문을 하기 위해 서로 입술과 입술을 붙이려 가까이 다가가던 와중이었다. 세상에. 접문을 하려는 티를 다 내고선 접문도 하지 않고 청명만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니! 당보는 제 실수에 정신이 멍해지고야 말았다.
"거, 접문하기 전엔 원래 이렇게 사람을 대놓고 관찰하는 거냐?"
"⋯⋯도사 형님."
당보는 충동적으로 입을 열었다. 왜, 청명이 답했다. 시큰둥한 목소리였다.
"도사 형님. 내 속이 검습니다. 정말 한 번 보실 테요?"
"네 혀가 검다는 건 이미 안다. 내가 지금껏 네 혓바닥 하나 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래. 이 사람이라면 제 내밀한 부위를 보여도 괜찮을 것이다. 아무렴 그 청명이지 않던가. 타고난 잘난 외모를 엉뚱하고 괴상한 표정을 지어 얼굴값을 하지 못한 채로 다니는 자신의 정인이라면 당보 자신의 혓바닥이 검은색이라 해서 싫어하지는 않을 터였다. 그래도 어쩐지 당보는 목이 말라서 괜스레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도사 형님과 혀를 섞는 게 누구의 무엇인지 똑똑히 보셔야 할 겁니다. 검은 게 들락날락한다 하여 놀라지 마십쇼."
"아, 진짜⋯⋯."
청명이 이를 갈았다. 다음 순간, 당보의 멱살은 청명의 손아귀에 단단히 잡혀 있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닥치고 접문이나 해. 청명은 이를 세워 당보의 입술을 깨물었다. 어렴풋한 혈향이 두 사람 사이를 맴돌았다. 첫 접문의 맛은 피처럼 달고 비릿했다. 당보는 청명이 저를 쏘아보는 시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방 안 등불에 비춰진 청명의 눈이 언뜻 매화빛으로 빛난 듯 싶었다. 당보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검은 혀와 붉은 혀가 서로를 얽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세 좋게 시작한 청명의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도사는 도사라는 걸까. 청명의 나이가 나이인 만큼 색사에 대해 아예 무지하지는 않겠다만, 청정 도문에서 배울 수 있는 방중술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사천당가에서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에 비하면 청명은 색사에 대해선 숙맥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었다. 당보는 슬며시 입꼬리를 당기며 웃었다.
당보의 혀가 청명의 혀뿌리 아래쪽을 살살 긁었다. 청명의 등허리가 움찔 떨리며 비음이 샜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리둥절해하는 자신의 정인이 참으로 귀엽기 그지없어서 당보는 결국 웃어버렸다. 쿡쿡 웃는 소리의 떨림이 당보의 혀를 타고 청명의 혀까지 옮겨 갔다. 그게 어쩐지 간지러워서 청명은 미간을 찡그렸다.
청명이 이를 세워 당보의 혀를 살짝 깨물었다. 웃지 말고 빨리 접문이나 하라는 의미였다. 정인의 재촉에 당보는 눈을 휘어 웃으며 혀를 움직였다. 밤은 길다. 그러니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의 첫 접문의 밤은 깊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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