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마디, 겨울의 초입

봄의 작별, 여름의 안녕.

Dear…… by 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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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여기로 가다 보면 결국 끝은 오겠지 그대가 날 발견해 주기 전엔

“…제가요?”

의아한 목소리가 절로 나온다. 펠릭스 아르트만은 누군가가 자신을 그리워해볼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설령 자신이 죽거나, 탈선해도 그리워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그의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가족이 자신을 종마 내지는 아르트만을 부흥시킬 도구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리라고 굳게 믿었으니까. 요컨대 그는 기대했다가 꺾인 사람이다.

“저는 당신을…….”

잠깐 말이 멈춘다. 그리워하겠지. 분명 보고 싶을 터다. 아름다운 사람이니까. 비단 외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그렇지만 티낼 생각은 없었다. 아르트만에는 이미 그가 비비안 리오라 벨드린과 마주쳤다는 이야기가 오갈 것이었다. 그렇다면 집안 어른들이 기대하는 것은 단 하나. ‘좋은 관계가 될 것.’

그는 비비안과의 관계를 아르트만의 욕심에 이용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워하지 않는다고 거짓이라도 내뱉어야 할까? 그래야 비비안이 아르트만에게서 안전할까? 그렇지만 그는 관계를 놓고 싶지 않았다. 소중한 관계다. 아르트만은 자신을 관리해왔다. 인간관계부터 모든 것들을 제멋대로 주무르며 그에게 다양한 것들을 강제해왔다. 그가 얌전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는 진즉 패륜아가 되어있을 것이었다. 그러므로 아르트만의 손이 닿지 않은 몇 안 되는 인간관계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펠릭스 아르트만은 거짓말을 포기했다.

“보고싶어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실은 당신이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런 속내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그의 말로 비비안의 발목이 잡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응원하겠습니다.”

그는 포기에 익숙했다. 나 자신보다 가족이 먼저였다. 자신은 사치를 하지 않아도 가족은 사치하게 두었다. 그것으로 당신들이 행복하다면 상관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 그를 가족들은 마음껏 이용했다. 그는 자유롭게 이용당했다. 그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는 없을 것이었다. 자신들의 만족을 위해 한 인간을 제멋대로 주물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불만 한 번 가져본 적 없었다. 정확히는 그렇게 설계됐다.

불만 한 번 내서는 안 돼. 너는 착한 아이잖니?

‘사실 나는 한 번도 자유로워본 적이 없어요, 비비안.’

비비안. 남몰래 부르는 조그마한 이름.

“당신이 아프지 않았으면 합니다.”

벨드린이 아주 잠깐 휘청이는 그 순간을 하이에나들은 놓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면 아르트만은 분명 벨드린을 헐뜯고 욕하겠지. 아르트만과 같은 처지가 되었다며 말이다. 이어지는 말을 가만 듣는다. 그는 문득 의문한다. 만약 그녀가 실패하면 어떡하지?

‘그렇다면 다시 볼 수 없는 건가?’

그건 조금 아쉬울 것이다. 타국이라는 것이 이토록 원망스러워질 줄은 몰랐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수확제에 참여하지 않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펠릭스 아르트만은 그렇게 생각한다. 조금 어리광을 부려볼까? 그렇지만 그게 먹히기나 할까? 비비안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그것만이 그가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환하게 웃는 비비안을 본 그는. 그 순간 정지했다.

만약 시간이 절대적인 흐름이라면.

나는 오늘 그 흐름을 거스르고자 소원을 빌고 싶어.

“약속합니다.”

잠시만 시간을 멈춰달라고.

1분, 아니, 1초라도 좋아.

아니, 사실은 10분이 아니면 안 돼.

아니지, 100일로 할까…….

“대신 저도 하나만 약속해 주세요.”

조심히 욕심을 내본다. 오랜만의 욕심이다.

“꼭 다시 제국에 찾아와주세요.”

갈망은 소원으로 이어지고,

“당신의 벨드린이 자리를 잡지 못하게 되어도. 찾아와 주세요.”

소원은 애원으로 이어지니,

“당신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기어코 절망이 된다.

필연적인 이별.

그것이 영영 없었으면 좋겠어.

아주 가끔 당신을 그리워하게 될 수 있다면 좋겠어.

잠깐 긴 겨울잠을 자는 것이라 생각할 테니,

꼭 봄처럼 와주길.

봄을 닮은 그대에게.

변치 않을 그리움을.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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