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또 하루
모레에는 당신이 없겠지. 그렇지만 내일엔 당신이 있을 테니까, 그것으로 다행이라고 여겨보려 해.
아름다운 면만 볼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찬란한가. 그는 주로 이면을 봐왔다. 그러나 아름다운 것에 집중하려 했다. 그러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으니까. 그러다 문득 하나에 집중한다.
당신은 후계자인가?
벨드린의 가계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타국인이기도 하고, 앞서 말했듯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나 사실이 어떻든, 지금 이 순간만은 비비안이 후계자이길 바랐다. 그렇다면 정말 가슴 뛰는 이야기일 테니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이란 얼마나 용기 있나.
“그럼 저와 만날 때에는 쭉 행복하실까요. 저는 항상 당신을 믿을 테니까.”
농담처럼 가볍게 얘기하지만 마냥 농담은 아니었다. 맑은 분홍색 눈동자를 본다. 매, 파충류, 그따위 것을 닮은 자신의 눈동자보다는 아름다웠다. 보석 같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분홍색 구름 같다는 인상이 강했다.
‘태양을 가지기 위해 태양마저 가려버릴 구름.’
펠릭스는 천국에도 구름이 있다면 분홍색의 색을 띠겠거니 생각하게 되었다. 눈이 가늘어진다. 벨드린의 후작 영애와 편지한다는 게 알려지면 집안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그러나 마냥 거절하고 싶지는 않다.
“예. 나중에 보내주실 주소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편지라는 보물을 본가에 들키면 안 된다. 그렇다면 그 순간부터 하이에나들이 몰려올 테니까. 그러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중간에 베일을 씌우는 것이다. 하이에나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그때까지는 벨드린이라는 이름을 그 홀로 오롯이 독점하는 것이다.
여전히 들려오는 곡조. 여전히 그녀를 리드한다. 천천히 이끈다. 펠릭스 아르트만은 아주 오래간만에 이 상황이 영원히 유지된다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다. 오늘은 그의 오랜 꿈이 이뤄진 날이니까. 아마 다시는 없을 수도 있는.
“저를 계속 보고 싶으십니까? 먼저 편지해도 되냐고 여쭤보실 줄은 몰랐습니다.”
비비안에게는 온갖 귀한 것들이 주어져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니 자신에게는 관심이나 생각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귀한 게 아니니까.
아르트만은 그를 아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문을 일으킬 착한 아들로써 아꼈을 뿐. 진실된 그를 보려한 적이 없다. 착한 아이를 좋아하니 착한 척을 하게 되고, 끝내 그것이 자신이 된다. 그렇게 진정한 자신은 무엇인지 잊고야 말게 되는 것이다.
“사실, 제가 먼저 드리고 싶었던 말이었는데.”
당신과 좀 더 친해지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그를 뛰어넘을 만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지긋지긋한 서류 더미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는 것만큼 그가 바라던 일이 없다. 편지에는 이름을 쓰게 되겠지. ‘비비안.’ 당신의 이름에서는 달콤한 향이 나는 듯해.
그렇지만 그게 전부일 거라 생각하지 않아.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것만이 당신일 리는 없을 테니.’
언젠가 당신의 진면모를 보게 된다면 그것은 오팔과 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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