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 미아

설영자하 / 2024년 4월 설영자하 쁘띠존 발간 추가 원고 샘플

설영자하 쁘띠존 발간 예정 회지 <기연>에 들어가는 네번째 원고의 샘플입니다.

주의가 필요할 것 같아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주의:

본편 설영이가 삼천세계 자하를 만나는 이야기로 끝날 때까지 본편의 자하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아래 트윗같은 내용이 괜찮으신분만…!

9권 진혼제 실패 이후 시점으로, 아래 인용 이후 이어지는 날조 글입니다.

어둠 속에서 그것의 얼굴이 떠올랐다. 부적들로 뒤덮인 얼굴.

의식의 바다 밑바닥에서 설영은 또다시 그것과 대면했다.

‘그래. 내가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게 아니야. 난 충분히 잘했어. 그게 이상한 거였지.’

대재앙신의 얼굴에 다닥다닥 붙은 부적들이 해초처럼 하늘거렸다. 설영은 그 사이를 들여다봤다.

‘그때 부적 사이에서 내가 봤던 게 대체 뭐였을까?’

어떤 형상이 언뜻 보였다. 심장이 거칠게 고동쳤다.

‘저게 뭘까?’

지금까지 그런 형상은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영혼들의 정체를 읽어내는 영안이 그것을 똑바로 향했다.

하지만 보지 못했다.

‘본다’는 것은 시각이 정보를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허무면 허무, 절망이면 절망, 원한이면 원한. 그런 개념들을 아득히 초월해 있었다.

‘저걸 뭐라고 해야 하지?’

머리가 이해하지 못해서 충돌을 일으켰다. 눈앞에서 불꽃이 튀었다.

진혼기 9권 十二. 미타 | 정연 저

이제 정말 끝인 걸까? 죽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랐고, 늘 죽음과 가까이 있다고 생각했다. 가장 자주 붙어있다시 한 상선도 죽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죽음을 실제로 경험하는 건 다른 모양이었다. 죽는다는 건 이런 느낌인 거구나. 이후에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대재앙신은… 상선은…

- 그러고도 내 걱정을 해?

자하가 핀잔했다. 그 목소리가 반갑게 들렸다.

‘죽으면 원혼이 되어서 복수하겠다고는 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있어야 할 텐데요.’

- 좋아. 다 좋은데, 먼저 정신부터 차려야 하지 않을까?

‘네?’

- 설영랑. 눈 좀 떠봐.

“방금 봤어?”

“분명 움직였지?”

익숙한 목소리가 설영의 귓가에서 윙윙거렸다. 이 목소리는 비비랑 천천? 죽지 않은 건가? 설영은 힘겹게 눈을 떴다. 눈 앞엔 정말 비비와 천천이 있었다.

“일어났다! 일어났어!”

비비와 천천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

“상선은…”

“상선? 아, 상선을 만나시려고 거기 계셨던 거였군요!”

“거기…?”

“기억을 못 하시는구나. 구궁궐 근처에서 쓰러져 계신 선생님을 주인께서 발견하셔서 이곳에 모셨는데요.”

“상선이 천축에서 벌써 돌아오신 건가?”

“글쎄…”

선생님? 천축? 구궁궐?

이야기를 전혀 따라갈 수가 없는데? 설영은 비비와 천천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장난을 좋아하는 편이긴 했지만, 지금은 장난을 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설영이 아는 비비 천천과는 인상이 달다.

“아, 깨어나면 먹을 걸 가져다주라고 하시지 않았나?”

“맞아, 참 그랬었지! 잠시만 기다리세요.”

배는 고프지 않은데… 설영은 분주하게 나가는 비비와 천천을 말리기 위해 일어나려고 했으나 일어나지 못했다. 몸이 줄로 꽁꽁 묶여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술을 써 보려고 했으나 힘이 들어가지 않아 포기했다. 이게 다 뭐지? 죽어서 헛것을 보고 있는 걸까? 아니면 지난번처럼 다른 삼천세계에 오게 된 건가?

그럼 상선은…

설영은 자신을 묶은 줄을 가만히 쳐다보며 누군가 다시 오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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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댓글 4


  • 지혜로운 강아지

    안녕하세요, 문소 님! 너무 즐겁게 이번 신간을 읽어 감상을.... 슬쩍 남깁니다. 먼저... 짧은 글 네 편이라고 하셨는데...? 짧지 않았다. 특히 신작 분량을 보고 잠시.... 주최를 하면서 신작까지 이 분량으로 쓰셨다고.... 하고 문소님의 무병무사만을 기원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늘 건강하시길.... 문소 님이 쓰시는 자하는 유독 어른인 양, 짝사랑을 참 평연하게도 삼키고 있어서 좋아요. 물론 실은 맞사랑인데.... 동인은 이런 걸 맞관삽질이라고 하기로 했단다 자하야.... 그리고 그런 자하의 평온을 설영이가 사정 봐주지 않고 깨서 뒤엎어 놓는 게 정말 흐뭇했습니다(?). 역시 까마득한 연하는 이렇게 굴어야 귀엽지. 두 편이 마냥 달달한 이야기라면 다른 두 편은 살짝 쌉쌀하고 애틋한 이야기라, 초콜릿 박스 먹는 기분으로 즐겁게 먹었습니다. 특히 신작인 미아 편이.... 아니.... 설영이는 삼천세계의 자하와 뽀뽀할 수 있을까? 라는 로코맛 의문이 이런 해답이 되었다니.... 웹발행 전이시니 스포일러를 조심하여 적어야겠으나 돌고 돌아 만날 인연이 만나는 이야기를 안 좋아해본 적이 없어 너무 좋았습니다.... 제일 쓴데 제일 달았다...... 정말로.... 행사 뿐 아니라 너무나 좋은 글까지(ㅠㅠ) 이렇게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읽는 내내 행복했어요!

  • 여유로운 금붕어

    줄에 왜 묶였지?!? 너무너무 기대돼요 문소쨩의 설자를 기다리는 달디달고달디단 쁘띠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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