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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기억

아직 현실을 알아채기엔 어렸던 과거

어릴 때는 자신이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꿈꾸던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으며 누구보다 행복한 인생을 살게 될 것이라며 자신의 꿈을 떠들어댄다.

하지만 결국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치며 자신의 꿈이 허상이란 것을 깨닫는다. 주변 사람들의 날선 말들과 기분 나쁜 목소리들. 그것들이 마음속 깊이 들어가 깊은 상처를 내며 빛을 조금씩 빼앗아간다.

“음악은 돈이 되지 않아.”

“너 실력으로는 아무것도 못해.”

“그딴 거 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나도 이런 말들을 자주 들으며 살아왔다. 목숨을 걸 만큼 좋아했고, 어릴 적 유일한 친구로 지냈던 음악을 포기하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이 머릿속을 뒤흔들며 괴롭혔다.

솔직히 나는 음악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부모님의 권유로 시작한 취미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내 손끝에서 만드는 멜로디들이 차가웠던 나의 마음을 감싸 안아주며, 친구 없이 지냈던 회색빛 기억들에 색깔들로 채워주었다.

“포기하고 싶지 않아.”

나는 항상 이 말을 내뱉었다. 어린 시절 흔히 있는 방어본능. 하지만 이 말에 의지하게 되는 건 무슨 일이었을까.

“난 내일 최선을 다할 거야.”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과거의 나였을까.

“나는 날 위해서만 최선을 다할 거야.”

아니면 꿈을 지키고 싶은 현재의 나였을까.

“내 노력은….”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다.

“나만 아니까.”

나아가고 싶다. 눈도 귀도 가리고. 누구의 말도 듣지 않으며.

그저 나아가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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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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