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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당신은 저희 세계와는 다른 성질의 마법사고, 기억을 찾기 위해 차원을 넘던 중에 여기에 도착했다는 말인가요?"
"그리고 조금 멀리 넘어와 버렸지."
"돌아갈 방법은 있으신가요?"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곧 좌표를 찾을 것 같아."
"그리고, 저랑 이름이 같으시죠."
"흠...."
"저도 나름 모험가로서 이런 저런 신기한 일을 많이 겪었다고 생각 했는데. 다른 차원의 마법사를 직접 만난 건 처음이라서 신기한 기분이에요. 우리네 농담이지만, 당신의 차원과 우리 차원을 융합시키러 온 사악한 마법사는 아니죠?"
"마법사로서 굉장히 대범한 일을 벌이는 것 같네. 마법을 대가로 모든 세상으로부터 배척받는데. 두 개나 합쳐지면 아마 난 눈 깜빡할 사이에 쫓겨나고 말걸."
"그럼 적어도 저희 차원을 으깨러 온 침략자는 아니네요."
"감자처럼?"
"생크림이랑 버터도 없이요."
"최악이네."
"히히..."
"어쩌면 우린 다른 차원의 동일 인물일지도 모르지. 그런 경우는 들어 본 적 없나?"
"그런 경우가 있다는 말을 어디서 들어보긴 했는데... 거의 도시 전설인 줄 알고 있었어요."
"흥미롭군...."
"이... 반? 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좋을 대로 불러도 좋아. 오래 머물 건 아니니까."
"그래도 모처럼 다른 차원의 저와 이야기 할 기회인걸요. 기억을 찾으러 여행을 다니신다면서요. 어쩌면 제가 단서가 될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이번에도 별로 큰 수확은 없었어. 단순히 너와 내가 멀리 있으면서도 비슷한 시공간의 배열로 이루어져 있었을 뿐일 테니, 어쩌면 내 여행이 너한테 이끌린 걸 수도 있겠지."
"그럴까요...? 비슷한 꼴의 사람이라..."
"네가 살아온 자취에 내가 찾는 것의 단서가 있을 지도 몰라."
"음............"
"문제라도 있나?"
"제 인생에도 제가 기억하는 부분 이상의 기억장애가 있었어요. 완전히 잃어버린 것과는 다르지만... 제... 원죄 같은.... 그런 종류의...."
"...."
"우리가 같은 사람이라고 했었을 때 눈치챘어야 했었던 걸 지도요. 당신의 잃어버린 기억도 당신이 갚을 길 없는 죄책감이면 어쩌죠....?"
"글쎄...."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기 어려우실 거라고 생각해요. 당신이 저랑 얼마나 닮았을진 모르겠지만 굉장히 개인적이고... 설명하기 힘든 일이었어요."
"하지만 너는 살아 있으니까, 그게 답이 되지 않을까."
"음...?"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넌 지금 나를 만나기 까지 살아 있으니까. 너를 살게 만든 이유가 어쩌면 나를 살게 만들 이유가 될지도 모르지."
"어... 어어어....?"
"표정이 왜 그래?"
"엄... 엄청나게.... 그...... 로맨틱하게 들려서...."
"그렇게 부끄럼탈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나 봐...."
"놀리지 마세요.... 아, 맙소사. 웃는 얼굴마저 거울을 보는 거 같아요."
"누군지는 몰라도 아주 화끈하네."
"당신은 없나요? 저랑 같은 사람이라면서요."
"난 안 가르쳐 줄 거야."
"비겁해... 마법사들이란."
"조금 더 비겁해질 텐데."
"그 좌표인가 뭔가 하는걸 찾으셨나요?"
"그렇지, 이야기 하는 사이에 원래 세계로 돌아갈 준비가 다 되어서 말이지."
"저희 가게에 온 손님들 중에 손에 꼽는 인상 깊은 손님이셨어요."
"나도. 이경에서 만난 인연들 중에 제일 인상 깊게 생각해. 그리고 사실, 내가 찾는 것에 대해서 제일 답에 가까운 이경이었던 것 같아. 그리고 멋진 가게고."
"마음에 들었다면 기뻐요. 다음에 또 방문해주세요."
"그래, 다음엔 상품도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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