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농놀

사탕을 먹는 방법

2023.03.21 / 슬램덩크 - 정대만 드림

대만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입안에 퍼지던 상큼한 오렌지 맛이 오늘따라 잘 느껴지지 않는 것만 같았다. 같은 반 여학생으로부터 받은 사탕을 냉큼 입에 넣었던 게 문제였을까.

 

“제꺼는 없어요?”

“…어, 어, 미안.”

 

말간 얼굴로 자신의 것은 없냐는 물음에 대만은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3분 전으로 돌리고 싶어졌다. 왜 이걸 입에 넣었을까. 갖고 있다가 귀여운 여자친구한테 주면서 점수나 좀 딸걸. 이것도 입이라고 사탕을 먹고 싶었나. 대만은 과거의 자신의 뒷통수를 때려 사탕을 뱉게 하고 싶어졌다.

 

“아, 아쉽다.”

“이따! 집에 가는 길에 사줄게!”

 

당황하는 대만에 메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없다고 해도 큰일 나지 않는 데 어쩔 줄 몰라 하는 대만의 반응을 보니 역시 놀리고 싶어졌다. 메이의 활짝 웃는 낯을 보니 대만은 자신이 놀림을 받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아….”

“집에 같이 갈 거예요?”

“…응.”

 

세게 쥐면 부러질까 걱정이 되어 대만은 조심스럽게 메이의 손을 잡았다. 그런 대만을 아는지 모르는지 메이는 대만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면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저 올려다보고 있을 뿐인데 대만은 심장이 쿵쾅거렸다.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손가락이 그의 손가락에 얽혀왔다.

 

“화난 건 아니죠?”

“당연하지, 안 났어!”

“사탕 안 사줘도 되니까, 이따 봐요.”

 

메이가 손을 흔들며 자신의 반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며 대만도 터덜터덜 자신의 반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손안에 남았던 감촉이 가슴을 간지럽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시절엔 모든 것이 풋풋하기만 했었던 것 같아, 대만은 사탕을 까서 입에 넣는 메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동거를 시작하고 나선 지정석처럼 소파에 나란히 앉아있는 것이 일상이었다.

 

“…오빠.”

“왜?”

“이거….”

 

사탕이 평소 안 먹는 맛이었던 모양인지 대만은 냉큼 입을 맞춰, 입에 든 사탕을 자신에게 옮겨왔다. 전이라면 입에 든 사탕을 가져와서 먹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제는 종종 있는 일이 되었다. 대만은 입 안 가득 퍼지는 맛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포장 잘 보고 먹지.”

“그래도 오빠가 먹어줄 거잖아.”

“…그건, 그렇지.”

 

대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탕이 대수인가. 다른 것도 얼마든지 대신 먹어줄 수 있는데…, 이번에는 신중하게 사탕 봉지로 맛을 확인한 메이가 다른 사탕을 입에 넣었다.

 

“맛있다.”

 

한가로운 어느 주말의 오후였다.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HL
추가태그
#드림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