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잔해
슬램덩크 드림연성
운동장 가득 오늘 졸업하는 학생들을 축하하기 위한 인파가 넘쳐났다. 오늘 졸업하는 이들 중 한 명인 대만은 익숙한 낯을 찾기 위해 연신 두리번거리기를 서슴지 않았다. 부모님께도 소개해드리고 싶은 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메이야!” “오빠.” 품 안에 꽃다발을 안아 든 자신의 여자친구는 그야말로 꽃의 요정이자, 봄의 화신이었다. 적어도 정대만의 눈에
정대만은 가까이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안다. 전이였다면 눈에 들어오지 않아 무신경하게 지나갔을 것들이 이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보인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작고 소소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이제 정대만은 알았다. “선배!” 예를 들자면 자신을 볼 때마다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르는 뺨과 호선을 그리는 입술, 반달 같은 눈까지 주
“나랑 사귀면 되잖아!” “아, 글쎄! 그럼 내가 잡혀간다니까?!” 정대만은 생각했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기게 되었는지를. 소녀는 속칭 엄친딸로 초등학교 때까지는 제법 나이 차이가 있어서 여동생이 생겼다는 기분으로 마냥 귀엽게 여겨 자주 놀아주곤 했었다. 머리가 좀 굵어지고 나선 남자애들과 놀기 바빠 소녀와 만나는 일이 거의 없어졌고, 대학생이 된 지
대만은 아직까지 귀가하지 않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프로젝트가 끝나고 회식이 있다고 하더니 데리러 간다는 것도 만류하던 그녀가 자정을 넘은 지금도 들어오지 않아 초조함이 극에 달하고 있었다. 삑, 삑, 삑, 삑―, 현관의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에 소파에 앉아있던 대만은 성큼성큼 현관으로 다가갔다. “자기야, 나 왔다!” “…많이 마셨
대만은 낯선 도서관에 발을 들여놓았다. 학교에 있다는 것은 알았어도 갈 일이 없었던 탓에 이 공간이 주는 분위기조차 낯설기 짝이 없었다. 책을 가까이하는 편도 아니었으니 더욱더 도서관의 엄숙한 분위기에 목이 갑갑해지는 것만 같았다. “크흠.” 자신의 발소리만이 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 대만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높게 치솟은 책장
원작보단 시점 현대. 그리고 선동과 날조 최동오의 첫사랑은 초등학생 때였다. 초등학생들끼리 사귄 것도 연애 횟수에 들어가냐는 말에 동오는 그러게,라는 대답만이 나왔지만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기억에 남는 이가 있었다. “나 체육복 좀!” “사물함에 있어 꺼내 가.” “비번 뭐임?” “3107.” “핸드폰 번호 뒷자리냐?” 이름 석 자, 그 애의 얼굴,
대만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입안에 퍼지던 상큼한 오렌지 맛이 오늘따라 잘 느껴지지 않는 것만 같았다. 같은 반 여학생으로부터 받은 사탕을 냉큼 입에 넣었던 게 문제였을까. “제꺼는 없어요?” “…어, 어, 미안.” 말간 얼굴로 자신의 것은 없냐는 물음에 대만은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3분 전으로 돌리고 싶어졌다. 왜 이걸 입에 넣었을까. 갖고 있
톡톡, 운전석에 앉아서 핸들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던 대만은 얼른 익숙한 얼굴이 보이길 기다리고 있었다. 3월 바야흐로 신학기의 계절. 졸업생인 대만이 고등학교를 찾아올만한 3월의 이벤트, 바로 화이트데이였다. 뒷좌석에 올려둔 사탕 바구니와 꽃다발을 흐뭇하게 쳐다본 대만은 얼른 사랑스러운 여자친구가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리고 있었다. “아…!” 멀리서도
정대만은 초조하게 다리를 떨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미친 것이 분명했다. 아니, 너무 좋으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얼굴을 묻고 한숨을 내쉬다가, 머리카락을 쥐어뜯기 시작하자 송태섭이 차게 식은 눈빛으로 그를 흘겨봤다. “그렇게 쥐어뜯는다고 뽑히겠냐고요.” “…시끄러워.” “여친 밖에서 기다리는데, 안 가요?” 대만은 벌떡 자리에 일어섰다가 다시
정대만은 생각했다. 오늘은 메이와의 관계에 변화를 주고 싶다고. 그동안 수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진심을 담기엔 부족하기 짝이 없었다. 메이는 그 뒤로도 시합이 있으면, 연습이 있으면 대만을 보기 위해 경기장과 체육관을 수시로 방문했다. 그중에는 같이 집에 돌아가는 날도 있었고, 오늘 시합에서 대만이 얼마나 멋있었는지를 담은 메시지를
정대만에게 있어서 메이를 처음으로 인지한 순간은 시합에서였다. 본인에게 말한다면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도망칠 수도 있겠지만, 역시 기억에 강하게 남을 만한 한마디가 아니었을까 싶다. “정대만, 사귀자!” 그동안 농구를 하면서 다양한 말을 들어보긴 했지만, 사귀자와 결혼하자는 처음인 탓에 심지어 한 시합을 하는 동안 몇 번이나 저 말을 들었는지 셀 수도
현대AU... 작중시간보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ㅎㅎ 매끄럽게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져 내리는 농구공과 골 망을 뒤흔드는 소리. 농구라는 게 원래 이런 거였나? 농구를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왜 이 소리가 오늘따라 더 크게만 들리는지 메이는 심장이 귓가에서 콩닥콩닥 뛰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저 사람은 누구야?” “누구?” “…방금 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