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내가 잡혀가
2023.05.19 / 슬램덩크 - 정대만 드림
“나랑 사귀면 되잖아!”
“아, 글쎄! 그럼 내가 잡혀간다니까?!”
정대만은 생각했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기게 되었는지를.
소녀는 속칭 엄친딸로 초등학교 때까지는 제법 나이 차이가 있어서 여동생이 생겼다는 기분으로 마냥 귀엽게 여겨 자주 놀아주곤 했었다. 머리가 좀 굵어지고 나선 남자애들과 놀기 바빠 소녀와 만나는 일이 거의 없어졌고, 대학생이 된 지금 재회한 소녀는 어릴 적 기억보다 훌쩍 커서 중학생이 되어있었다.
그렇다. 중학생.
대학생 정대만, 중학생 소녀.
“제정신인 성인은 미성년자랑 안 사귀어.”
“아직 생일 안 지났잖아. 만으론 미성년자고.”
“…글쎄, 안 사귄다니까.”
어릴 적에는 오빠, 오빠하며 뒤도 잘 따라오고, 말도 잘 들었었는데 질풍노도의 시기인지 말이 씨알도 안 먹히는 것에 대만은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쓸었다.
“반대로 생각해봐, 네 친구가 20대 남자랑 사귄다고 하면?”
“사귀는구나?”
“아니, 그, 하….”
서로 다 성인이 된 이후에야 나이 차이가 뭐가 문제겠냐마는 상대가 미성년자일 때에는 상황이 좀 달랐다. 애초에 사귀고 있다가 한쪽이 성인이 된 것이면 몰라도 성인이 미성년자랑 사귄다니 무리였다.
“너 나중에 커서 후회해.”
“후횐 오빠가 머리 길렀을 때나 하던 거고.”
뼈 아픈 일침에 대만은 머리도 좋고 똑똑한 애가 잘 알만한 일을 왜 수용하지 않는지 생각했다. 친구들이 모두 다 남자친구가 있나? 그래서 그냥 남자친구가 갖고 싶은 건가?
“또래랑 사귀어, 동갑내기. 같은 중학생.”
“오빠 나중에 나 찬거 후회한다니까.”
“그때가서 후회하더라도 지금은 아니야.”
단호한 대답에 소녀가 미간을 찡그렸다. 내심 그럴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작정 밀어붙이면 넘어가지 않을까 싶었던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던 탓에 소녀는 달콤한 아이스 초콜릿의 입안 가득 퍼지는 맛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쪼그만 게 한숨은.”
“어려도 다 고민 있거든? 오빤 완전 꼰대처럼 말해.”
“…그래서 그 꼰대랑 사귀자고 한 게 누구?”
“그럼, 나 대학생 될 때까지 아무랑도 사귀지 마.”
대만은 그러겠다고 긍정하지는 않았다. 당연했다. 나중에 필시 흑역사로 취급당하면서 자신을 보면 발길질을 해댈지도 몰랐다. 지금이야 앳된 소녀지만 나중에 어른이 된다면 훨씬 예뻐질 테고, 그런 소녀를 좋아하는 사람도 생길 것이 분명했다.
“나중에 후회하지나 마.”
“후회 안 해. 오빠나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마.”
그리고 미래, 정대만은 이 발언을 후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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