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남기기
2023.05.07 / 슬램덩크 - 정대만 드림
대만은 아직까지 귀가하지 않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프로젝트가 끝나고 회식이 있다고 하더니 데리러 간다는 것도 만류하던 그녀가 자정을 넘은 지금도 들어오지 않아 초조함이 극에 달하고 있었다.
삑, 삑, 삑, 삑―, 현관의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에 소파에 앉아있던 대만은 성큼성큼 현관으로 다가갔다.
“자기야, 나 왔다!”
“…많이 마셨어?”
신발도 벗지 않고 바로 허리를 끌어안아 오는 손길에 대만은 가라앉은 목소리를 내뱉으면서도 입가가 느슨해졌다. 숨을 쉴 때마다 숨결에서까지 술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바로 욕실로 밀어 넣고 싶은 마음 반, 계속 끌어안고 싶은 마음 반으로 대만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우선 신발부터 벗자.”
무릎을 굽힌 대만은 그녀를 허벅지에 앉힌 상태로 신발을 벗겨냈다. 시원해진 발에 그녀가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게 귀엽기만 했다. 자연스럽게 대만의 어깨에 팔을 걸친 그녀가 쪽, 목 언저리에 입을 맞췄다.
“씻고 자야지.”
“으응, 뽀뽀 좀 하고.”
대만은 아예 턱을 잡고 입술을 비벼오는 그녀에 순순히 얼굴을 내어주었다. 뺨부터 시작해서 눈꺼풀, 이마까지 몇 번이고 입술이 닿아와 대만은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편안하게 앉았다. 하얀색의 티셔츠에 남은 그녀의 붉은 립스틱을 확인하고 나서야 자기 얼굴에도 그녀의 흔적이 남았을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내 얼굴에 도장 찍은 거야? 자기거라고?”
“응! 이러고 다녀!”
“난 그래도 되는데, 괜찮겠어?”
내일 지금 나눈 대화를 기억할지도 미지수이긴 했지만, 지우지 않고 이대로 일어난다면 다음 날 그녀의 반응이 예상이 갔다. 왜 안 지웠냐고 귓가를 빨갛게 물들일 것이 분명했다.
“이왕 할 거면 다른 데도 좀 남길까?”
“어디?”
“여기, 라던가?”
대만은 은근슬쩍 티셔츠의 앞섬을 당겨 보였다. 운동선수라고 보이는 곳은 조심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립스틱의 흔적 정도라면야 문제가 될 것도 없었다. 계속 현관에서 있기보다는 더 알맞은 장소를 떠올린 대만은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옷부터 갈아입을까?”
“왜 갈아입어?”
“그럼, 그냥 벗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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