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에서만 볼 수 있는 것
2023.05.28 / 슬램덩크 - 정대만 드림
정대만은 가까이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안다.
전이였다면 눈에 들어오지 않아 무신경하게 지나갔을 것들이 이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보인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작고 소소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이제 정대만은 알았다.
“선배!”
예를 들자면 자신을 볼 때마다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르는 뺨과 호선을 그리는 입술, 반달 같은 눈까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보이지 않았을 것들이 대만은 무척이나 소중해졌다.
“오빠!”
손을 잡자고 말하지 않아도 손을 잡는 것, 속도를 맞춰 걸어달라고 하지 않아도 나란히 걷는 것, 그런 작고 소소한 것들로 가득한 나날이 언제까지고 이어지길 바란다는 것에 스스로가 신기해졌다.
“정대만!”
“이제 아주 맞먹네.”
“안 들리나 했죠.”
웃으면서 돌아오는 대답에 대만도 따라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천천히 얼굴을 살펴보고 있자 귀에 있는 작은 점이나 기다란 속눈썹, 옅은 색의 머리카락. 그리고 투명하게 자신을 올려다보는 눈동자가 오늘따라 빛을 받아 더 밝아 보였다.
“뭐 묻었어요?”
“아니, 눈이 예뻐서.”
“와…, 완전 유죄.”
대만은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투명한 갈색의 눈동자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이 어색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좀 더 그 안을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그러다가 대만은 자신의 가슴팍을 밀어내는 손길에 번뜩 정신이 들었다.
“서, 선배….”
뺨부터 시작해서 귓가까지 전부 붉게 달아오른 얼굴에 거의 코가 닿을 듯이 가까운 거리였음을 인지한 대만이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아, 미안!”
“괘, 괜찮아요.”
너무 가까웠다는 것에 대만의 얼굴도 한껏 달아올랐다. 다른 학생들도 지나다니는 복도여서 그런지 익숙한 목소리의 질타 아닌 질타도 들려왔다.
“둘이 사귀는 거 알겠으니까, 다른 데 가서 해주세요.”
“아니, 그러려던 게 아니라….”
대만은 괜히 멋쩍어져서 머리를 긁적였다. 안 그래도 사귀기 시작한 이후로 소문이 무성했는데 또 여러모로 한 소리 들을만한 일을 저질렀다는 것에는 인정하는 바였다.
“방과 후에 보자.”
“네, 이따 봐요.”
살짝 손을 흔드는 것마저 귀엽게 보여 대만은 쿵쾅거리는 심장을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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