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NT MHTS

10. 다음날 아침 나란히 숙취

ADVENT MHTS / 동거 n년차 뿅감독×송선수 setup

RR's room by 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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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로 들어서는 시기에 바꿔뒀던 두껍고 폭신한 이불이 주는 따뜻함을 잃고 싶지 않아, 끌어안듯 덮으며 뒤척였다. 옆으로 몸을 돌리는 작은 움직임에도 골이 울렸다. 견디기엔 좀 많이 힘들어 오만상을 쓴다. 이불을 당겨 모아 다시 한번 품을 가득 채운 태섭이 손을 뻗어 침대 위를 더듬었다. 손에 걸리는 게 없는 걸 보니 먼저 일어났나 싶다. 다시 잠들고 싶은데 이런 상태로는 절대 무리였다. 결국은 몸을 일으켰다.

“혀엉- 어딨어요”

양손으로 얼굴을 덮고 눈을 뜬 듯 만듯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감각에 의지해 방을 나섰다. 암막 커튼의 힘으로 어둑한 방과는 달리 거실은 빛이 쏟아지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 눈꺼풀을 뚫고 들어오는 밝음에 눈이 부셨다. 빛의 근원지인 창으로 고개를 한번 돌렸다가 갈 길을 간다.

과음…이라기엔 억울한 양이었다. 지난밤엔 자선 파티에 다녀왔다. 태섭의 구단을 후원하는 기업의 자선 파티, 얼마 전 태섭이 달달 떨면서 색칠 공부를 했던 콜라보 그림이 후원 경매의 경매품으로 사용되는 그 파티. 정수기가 정량으로 내려준 생수를 원샷했다. 양 볼을 손으로 가볍게 치며 드디어 눈을 완전히 뜬다.

“이명허언- 어디 있냐니ㄲ, 아 깜짝이야”

시선을 멀리 두고 두리번거리는데 바로 앞 식탁 위에 엎어진 거대한 실루엣에 놀라 몇 걸음 휘청였다. 좀 전엔 눈을 거의 감은 채로 오느라 발견을 못 했던 것뿐이었다. ㅋㅋㅋㅋ… 실없이 새는 웃음으로 맞은편 의자를 빼 앉았다. 손집게를 만들어 명헌의 머리칼을 쿡쿡 잡아당겼다. 살아있어…?. 표ㅎ옹…. 여기도 제정신은 아닌 모양이다.

자선 파티엔 명헌도 정식으로 초대를 받긴 했는데, 초대장이 도착한 날 이렇게 식탁에 마주 앉아 태섭이 짐짓 진지하게 선택지를 내밀었다. 이감독님아, 송태섭 파트너로 갈지 이명헌 감독으로 갈지 결정해. 어느 쪽으로 가도 이감독인거 모르는 사람 없고 어느 신분(?)으로 왔는지 중요치는 않다만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진지한 척을 했다. 결과는? 송태섭 팔에 자기팔 걸고 찰싹 붙어(과장붙임) 들어갔다. 아는 얼굴들과 인사하고 차려진 음식들을 함께 먹으면서 시간 잘 보냈다. 함께 수트를 입고 데이트할 기회는 많이 없어서인지 좀 많이 들뜨긴 했다. 그건 명헌도 마찬가지였다.

와인도 좀 마시고, 샴페인도 맛있다고 홀짝이고, 홀 한켠에 마련된 바에서 말아주는 칵테일도 두어 잔 했다. 돌아오는 택시에서 의견이 일치해 옆블럭 편의점 앞에서 내렸다. 맥주 몇 캔을 담은 봉지를 달랑달랑 들고 오늘은 붕어빵 안된다고 명헌을 한번 놀려도 보고 모든게 즐거웠다. 집에 돌아와 간단한 과자에 맥주 한 캔씩 딱 마신 것까지 흠잡을 것 없이 즐거웠는데 정말이지 이런 숙취 후폭풍은 사양하고 싶었다. 엎드린 명헌의 팔아래로 손을 뻗어 숨겨진 손을 잡고 꼼질꼼질 만지작거리며 태섭도 식탁에 엎어졌다. 둘 다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엎드려만 있었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 좀 살만한 것 같기도 하고.

“해장 뭘로 할까요”

“먹을 수 있나 뿅”

“ㅋㅋㅋ 진짜로”

잡은 손을 같이 꼼질대며 장난을 하던 명헌이 고개를 들어 태섭의 머리를 한번 헝클었다. 아- 골 울린다고. 그러면서 어떤 저항도 못 하고 여전히 엎드린 채인 연인의 부스스 뻗친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도 본다. 어제 수트발이 끝내주게 섹시했던 것 같은데 술만 퍼마시다 잔 건 아쉽긴 했다. 조만간 다시 입을 일을 만들어야겠단 다짐을 해보며… 명헌이 다시 식탁위로 엎어졌다. 지금은 아무것도 못하겠다. 정말 무리.

하아, 죽겠 뿅.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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