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바닷가 가서 바닷물 물싸움
ADVENT MHTS / 동거 n년차 뿅감독×송선수 setup
“송태섭”
호텔 로비 한 편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있던 태섭이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명헌이 자신을 향해 다가올수록 시선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 부목 밖으로 삐져나온 발가락을 꼼시락댔다. 드리워진 그림자, 그리고 시야각으로 들어온 명헌의 두 발이 그가 바로 앞에 서 있음을 알려준다.
“도대체 왜-”
“혀엉. 혼내지 마요”
“말 안 하는 거 싫다고 했잖아”
“말을 안 한 건 아니잖아, 쪼끔 늦게 했지만”
“지금 일부러 나 긁어?”
깨갱. 겨울의 거센 바람에 파도가 바스러지는 소리가 호텔 로비까지 들이치고 있었다. 태섭의 구단 동계 훈련이 있었다. 삼박사일의 훈련을 겸한 친목이 일환이었을 지역팀과의 경기에서 태섭은 부상을 입었다. 발목과 종아리로 이어지는 근육들이 좀 놀랐다는 가벼운 진단이었으나 이삼일은 힘 빼야 하니 부목을 대라고 성화들이어서 과잉 처치를 받았다.
명헌과는 훈련의 마지막 날 저녁에 숙소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해둔 상태였다. 이렇게 만나는 건 익숙한 패턴이었다. 태섭의 구단이 지방 훈련을 가면 명헌이 달려가고, 명헌의 구단 지방 훈련엔 태섭이 달려가 훈련 직후 휴일을 맞춰 하루나 이틀 정도 가볍게 여행을 하며 보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스케줄을 맞췄더랬다. 분명 출발할 때까지 부상 이야기는 없었다. 형… 보면 놀랄까 봐 미리 말하는데- 로 시작한 부상 보고를 받은건 도착 30분을 남기고 걸었던 전화에서였다. 경기는 오전에 있었다. 종일 입 꾹 다물고 있었을 연인에게 느끼는 배신감은 제법 컸다.
“집에 가자”
“싫어요, 그래도 왔는데”
“이 상태로 뭘 한다고 그래”
“진짜 오버한 거라니까요… 찜질 좀 하면 괜찮아질 정도인데…”
“말 안 듣지”
“미안해요”
명헌의 손을 잡아끌어 그 손등에 볼을 댔다. 명헌의 긴 한숨. 안다. 미리 들었다면 들은 직후 일이고 뭐고 다 던지고 바로 달려올 이명헌을 알아서 일부러 시간 끌기 했다는 걸. 정말 심각했다면 먼저 약속을 취소하고 구단 사람들과 함께 올라왔을 거다. 연인의 프로의식이 칼같음은 너무 잘 아니까. 등을 보이며 태섭의 앞에 앉았다. 하고 싶은 거 말해용. 형이랑 밤 바다 보러 갈래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아 이명헌 낭만 다 팔아먹었나. 명헌에게 업힌 태섭이 다리를 달랑달랑 흔들며 기분 좋음을 표현했다. 산책하기엔 상당히 추운 날씨다. 저녁을 먹을 만한 식당을 가는 루트에 해안가를 잠깐 넣는 걸로 타협을 했다.
자신의 무게에 태섭의 것까지 더해져 발이 모래 속으로 깊게 들어갔다. 해변과 길가의 가로등은 거리가 멀었지만, 해안가로 밀려 올라오는 물거품 위로는 빛을 내어준다. 그 물거품에 신발이 젖지 않도록 요령 좋게 거리를 유지하며 걸었다. 진짜 미안. 쑥스러움에 자신의 목소리가 파도 소리에 묻히길 원했는지 명헌에게 전해지는 소리는 희미했다.
“걱정만 시키고, 벌을 줘야겠다 뿅”
다음 물거품을 기다리다 발치에 물이 밀려오는 순간 무릎을 굽히며 몸을 내린 명헌이 손끝을 적시고, 태섭의 얼굴로 그 손가락을 모아 퉁겼다. 악! 하는 소리와 공중에서 다리를 휘적이는 반항에도 명헌은 끄떡없다. 태섭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받치고 있는 팔에 좀 더 힘을 줬을 뿐.
“왜 혼자만! 내려줘요”
“환자는 안정”
“이게 어째서 안정인데!!”
지는 것도 싫어 당하기만 하는 것도 싫어 왁왁거리는 태섭을 고대로 식당으로 데려가 따끈한 매운탕으로 달랬다. 아무리 째려봐도 찬바람에 상기된 발그레한 볼로는 그저 귀여울 뿐이라 웃었더니 짝눈썹 모드가 된 연인이 손을 번쩍 들어 사장님 여기 소주 한 병을 외친다.
환자는 안정이라니까용. ㅋㅋ.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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