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티비 보다가 키스신 나오자 동시에 서로 눈 가려주기
ADVENT MHTS / 동거 n년차 뿅감독×송선수 setup
거실의 테이블 위에 수북하게 쌓인 옷가지로 손을 뻗으며 벽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티비를 잠깐 봤다가 집어 든 옷을 개는 일에 집중하기. 둘 다 대화는 없이 이와 같은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다. 틀어둔 건 그냥 흔한 영화채널이었다. 처음 보는 영화는 아니었다. 본 게 언제라고 한다면 꽤 오래전, 정확하게 기억도 나지 않지만 어렴풋하게 뒤에 이어질 스토리가 생각이 나는 정도였다. 골라 틀어 둔 것도 아니고 얼결에 빨래 개기 배경음이 된 것뿐이었다. 얼른 끝내자-의 의지는 어디 가고 은근히 신경을 가져가는 영화에 손은 자꾸 느려진다. 두 주인공이 마주 보며 시원하게 웃다 갑자기 분위기가 묘해지며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는데 불쑥 어두운 색의 천이 나타나 눈 앞을 가린다.
“어허, 어린이는 이런 거 보면 안돼용”
“ㅋㅋ 어린이 아니거ㄷ, 아 내 팬티!! 뭐예요 진짜!”
“ㅋㅋㅋ 뿅”
명헌의 손에서 뺏어 든 속옷을 빠른 손놀림으로 착착 갠다. 넘어지지 않게 잘 겹쳐둔 옷탑의 위아래를 손으로 고정해 들고선 자리에서 일어나 연인의 입술에 뽀쪽 한번 찍은 태섭이 옷방으로 사라진다. 태섭과 장난을 하던 잠깐 사이 티비 속 영화도 장면을 달리했다. 명헌은 세찬 빗소리가 깔린 화면에 잠시 시선을 고정했다. 어둑하고 짙은 공간 속 실루엣이 언제든 입술을 부대낄 분위기를 풍기는 듯하더니 정말 하나의 실루엣이 되는 순간 얼굴로 쏟아진 물리력에 의해 소파 등받이에 쓰러지듯 몸이 닿았다.
“어허, 이명헌은 이런거 보면 안돼용”
두 손에 얼굴이 눌려 시야가 막힌 상태로 명헌은 웃었다. 코뼈 나갔 뿅. 명헌을 미느라 같이 몸이 기운 태섭이 양 팔 사이에 명헌을 가두듯 손의 위치를 소파의 등받이로 옮겼다. 명헌은 머리 위로 그늘을 친 태섭을 올려다보다 골반을 잡고 끌어당겨 허벅지 위에 앉히고 뽀쪽을 되돌려 줬다. 장난 하나에도 전력을 다해오는 사랑스러운 승부사. 미안하지만 승부사는 이 집에 한 명이 아니다.
“이명헌은 맞는데용, 왜 보면 안 되지용”
“쓸데없이 음란 버튼 눌릴까봐ㅋㅋ”
“그거 혹시 당사자성 발언인가용?”
“당한자성 발언인데”
“아닐 텐데.. 왜 저번에”
“좀 져주라 뿅쟁이”
태섭에게서 뇌물의 뽀쪽이 왔다. 명헌이 뇌물에 화답해 허벅지 위를 가볍게 툭툭 두들기며 라운드 종료의 의사를 표현한다. 빨래 처리하고 2차전 뿅?. 져주는 거든 지는 거든 어쨌든 지는 건 싫은 뿅쟁이와 뇌물로 얻은 승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어린이 사이에 옅은 불꽃이 튄다. 좋아요. 뭐로 할지 생각해 보자구요. 몸을 일으켜 명헌의 옆자리로 옮겨가는 도중 시야에 걸린 티비 화면이 심상치 않았다. 슬쩍 곁눈질을 하는데 명헌도 역시 화면을 보고 있었다. 이 영화는 무슨 입술을 이렇게 자주 맞대는 건지 모를 일이다. 풉-하고 함께 터진 웃음, 명헌의 손이 태섭을 잡아당기는 것과 태섭이 명헌의 다리위로 다시 올라가는 건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서로의 눈을 손으로 가리고 입을 맞추었다.
어허, 이런거 보면 안돼용.
fin.
-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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