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같이 요리하다 음식 태워먹고 멍하게 마주보다 폭소
ADVENT MHTS / 동거 n년차 뿅감독×송선수 setup
잘 씻은 야채를 채바구니에 담아 아일랜드 식탁에 선 태섭이 양팔을 걷어 올리고, 명헌은 세척한 볶음팬을 들고 불 앞에 선다. 둘에겐 흔치 않은 이벤트였다. 요리가 일상은 아니지만 계기가 있으면 제법 신나. 대형마트에서 시식 뿌시며 다니다 맛본 볶음 짬뽕이 꽤 마음에 들어 카트에 담았다. 면과 양념이 갖추어진 밀키트라도 양념 속에 섞인 고기와 야채는 그 양이 아쉽기에 추가로 샀다. 동네 중식당에 가면 편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그건 마트에서 만난 그 맛이 아니잖아-에서 마음이 일치했기에 어느 한쪽의 반대도 없었던 끝내주는 팀플이었다.
볶음 팬에 기름옷을 한번 입혀주고 환풍기도 세기를 올려서 튼다. 양념은 재료들과 섞이기 전 살짝 튀기듯 볶아주려 붓고 쉼 없이 저어주는 스냅이 진지했다. 태섭, 야채 뿅. 그러나 금방 도착해야 할 야채도 태섭의 대답도 소식이 없다. 고개를 돌리니 도마 앞에서 멍때리는 연인이 보인다. 불을 줄이고 옆에 섰다. 도마위에 올려진 양파만 죽어라 노려보는 태섭의 표정.
“문제 있나용”
“얘를 어떻게 썰면 좋을까요”
“네모 뿅”
“짜장면을 생각하면 그렇긴 한데… 볶음 짬뽕에선 면이랑 비슷하게 썰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럼 길게 뿅”
“이감독님. 지조도 없고 도움도 안 되잖아”"
“뿅”
양파 모양이 뭐라고 이렇게 고민하는 건지 모를 일이지만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도 지금 함께하는 요리를 즐거워하고 있다는 표현임을 안다. 명헌이 불쑥 주먹을 내민다. 내가 이기면 네모, 태섭이 이기면 길게 뿅. 태섭도 주먹을 내밀어 명헌의 주먹을 살짝 치는 걸로 수락을 표했다. 가위바위보! 다시. 가위바위보!. 이런 걸로 일심동체 티내고 싶지 않았는데 자꾸 무승부다. 이명헌, 내 맘 읽지 말지?. 그게 내 맘대로 안 돼용. 뭐래ㅋㅋㅋ. 놀고 있을 시간이 없다. 이래선 오늘안에 못 먹는다고. 이제 진짜 승부를 내야했다.
“가위, ㅂ… 어 잠깐?”
“망했 뿅!!”
급하게 들어 올려 불과 거리를 띄운 볶음팬에서 올라오는 연기는 환풍기의 수용량을 진즉에 넘어섰다. 순식간에 천장이 뿌얘 보인다. 단순 재료가 아닌 양념의 탄내는 온 집안을 장악했다. 급한 대로 면을 쏟아 넣어 달궈진 팬과 양념의 온도를 줄여 상황을 수습하고 집안의 창문을 모두 열었다. 타버린 양념과 거기에 버무려져 버린 면은 쓸 수 없는 재료가 되었다. 열린 창문으로는 찬공기가 들어치고, 도마 위 동그란 양파만이 제운명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양파 한 번 보고 고개를 들다 눈이 마주쳤다. 그러다 다시 동시에 양파로 시선이 가고, 다시 시선이 얽히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피식-하는 새는 웃음을 흘렸다.
“외투 입어용”
“메뉴는 볶음짬뽕?”
“뿅 ㅋㅋㅋ”
집한테도 환기할 시간을 줘야 하니까.
물론, 핑계지만.
fin.
-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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