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NT MHTS

05. 겨울에 같이 붕어빵 물고 집에 가기

ADVENT MHTS / 동거 n년차 뿅감독×송선수 setup

RR's room by 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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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칭칭 감아 두른 목도리를 살짝 당겨 올려 시린 코끝을 가렸다. 택시를 탔다 통화를 하고 특별한 일이 없다면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통화를 하던 목소리는 평소와 크게 다를 게 없었지만, 워낙 티가 안나는 사람이니 안심할 수가 있어야지. 태섭은 길게 숨을 내쉬며 자신의 호흡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양새를 눈으로 담았다. 그 시선의 바탕에 깔린 밤하늘은 깨끗하고 진한 남색이었다. 통화연결음은 짧게 끝난다.

“형, 어디까지 왔어요”

[아까 내렸어용]

“어디?? 나 단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옆블럭 편의점 앞 뿅]

술 깨는 음료라도 사려고 그랬나. 태섭이 걸음을 딛는다.

“그쪽으로 갈게요”

[응. 태섭, 조심해서.. 아 잠깐만]

폰 너머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시럭…. 부시럭…?

젠장.

“이명헌 안돼!!”

폰을 귀에 댄 채 반사적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외침에는 다시 한번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답으로 돌아왔다. 종료 버튼을 눌렀다. 제발, 안돼. 흐트러져 흘러내리는 목도리를 잡아 빼 손에 들고 본격적으로 달렸다. 주황불이 점멸하는 도로를 빠르게 건넌다. 불빛이 환한 상가 건물 앞 인도에서 마주 걸어오는 연인의 모습을 발견하고서야 태섭의 다리도 속도를 줄였다. 아무래도, 너무 늦은 것 같다. 양팔에 하나씩 끼고 있는 대형 종이봉투가 시야에 잡혔다.

“태섭”

들고 있던 목도리를 명헌에게 둘러주며 봉투의 내용물을 본다. 봉투 색이랑 비슷하게 노릇한 붕어빵. 몸을 숙여 볼을 마주 대오는 명헌에게선 술 냄새가 풀풀 났다. 한 해의 마지막 달, 구단 회식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태섭에겐 full꽐라 이명헌을 피할 수 없는 계절이기도 했다. 같이 살기 전엔 귀갓길에 통화를 하던 게 전부였으니 몰랐던 모습을 이젠 매년 보고 있는데, 예전에 한 번 물어본 적이 있다. 원래 술 취하면 이렇게 잔뜩 사요?. 다 꺼져가는 낯빛으로 해장용 국물을 호록하며 명헌이 들려준 대답은 ‘아니’였다. 그 뒤를 따라오는 ‘태섭 주려고’에 결국 혼내기용 진지 모드 실패. 이명헌씨 송태섭 아빠야?. 그때 웃지 말고 정말 진지하게 혼을 낼 걸 그랬다. 그랬다면 붕어빵 50마리를 만나는 오늘 같은 일은 안 생겼을 테니까.

태섭은 종이봉투 하나를 뺏어 들고 붕어빵 하나를 조금 뜯어 명헌의 입에 넣어줬다. 팥앙금이 드러난 부분에서 김이 솔솔 난다. 서늘한 겨울밤 밖에서 먹는 계절 간식이 썩 나쁘지 않았다. 입술에 살짝 대어 온도를 확인한 다음 합-하고 문다. 옆에서 걷고 있는 연인을 슬쩍 올려다보니 좋아 죽겠는가보다. 얼굴 근육 다 풀렸네. 집 가면 많이 혼나야 하니 지금은 많이 웃으시고.

“맛있네요. 이거”

“다행 뿅”

“나도 먹어야 힘내지”

“응?”

“아니에요. 춥다, 얼른 들어가요”

나란히 걷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사선으로 가는 명헌을 잡아당겨 옆에 세우길 여러 번. 엘리베이터의 백색 등 아래에서 색이 도드라지는 붉어진 볼과 코끝에 맘이 좀 약해지긴 했지만 옆구리에 있는 붕어빵 봉지의 존재는 한숨 메이커다. 집으로 들어와 옷부터 갈아입으라며 명헌의 등을 떠밀고, 꽐라의 전리품인 붕어빵을 접시에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5마리 아니고 50마리… 걸어오면서 3마리 먹었으니까 정확히는 47마리.

“하…”

제 손으로 쌓아둔 탑을 보고 있자니 기가 찬다. 나 왔어용. 등으로 전해지는 체온과 무게에 한쪽 눈썹이 슬 올라간다.

“형, 술 좀 깼어요?”

“조금. 이건 왜 이렇게 꺼내뒀어용”

“아아. 미리 차렸어요. 내일 아침에 이명헌 해장해야지”

침묵. 분위기 읽은 거 보니 술 깨고 있다는 건 정말인가 보다. 태섭은 허리에 감긴 팔을 풀어내고 몸을 돌렸다. 표정이 없어 보이지만 눈동자는 그의 동요를 숨기지 못했다. 명헌의 눈에 지금 미소를 보이는 태섭의 얼굴은 지옥의 사자와도 같다.

“자는 사이에 몰래 버리기만 해. 그럼, 잘자요”

명헌의 팔뚝을 한번 꽉 잡았다 놓고 함께 쓰는 침실이 아닌 다른 방으로 들어가는 태섭의 뒷모습을 명헌은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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