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헌태섭] MVP? MBP!
* 리퀘스트 키워드 : 정장
* 국내팀 감독 이명헌 x 느바 송태섭
* 동성연애 및 동성결혼 합법 설정
- 역시 당신은 완전한 블랙이 어울리는 것 같아요.
스피커모드로 전해지는 기계음 섞인 목소리에 명헌이 테이블 위의 노트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 어허. 치수 재는데 누가 움직여요?
“뾰홍…….”
신난 것은 태섭 뿐이다. 한숨을 내쉰 명헌이 고개를 바로 했다. 줄자를 가지고 이리저리 사이즈를 재던 직원이 열심히 기록한다. 그 사이 곧게 폈던 상체를 살짝 구부린 명헌이 한참 낮은 높이의 노트북으로 고개를 내렸다.
“거기 시간이 몇 신데 잠도 안자고 이걸 보겠다고 고집을 부리나용.”
- 그래도 시상식인데 정장 하나 맞춰야죠.
“한국 농구 시상인데 왜… 그리고 정장 있잖아 뿅.”
- 안돼요! 형 감독 하면서 선수시절보다 몸 많이 흐트러진 거 알죠? 그때의 정장이 이번에도 맞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죠?
“…….”
명헌이 슥 직원을 보았다. 직원은 못 들었다, 나는 못 들었다… 하며 원단을 가져오겠다며 자리를 피했다.
“태섭이 내 사회적 체면 구겼뿅.”
- 어, 옆에 누구 있었, 아. 미안해요.
“이미 늦었뿅…….”
- ㅋㅋ 미안해요. 이번 정장 맞추는 건 내 마음대로 하는 거기도 하고, 형의 사회적ㅋㅋ 체면 때문에라도 제가 살게요.
“뾰홍… 괜찮아용. 내 돈으로 해도…….”
- 내가 사게 해줘요.
“……?”
오늘따라 고집 부리네용. 명헌이 졸려보이는 얼굴로 미소를 띄고있는 태섭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 음?
“오늘따라 태섭 집요하다 뿅.”
- 그래서 싫어?
침대에 엎드린 한 살 연하의 연인이 비스듬히 팔을 괸 채 옅게 웃는다. 정말로 당신이 싫다고 할 리 없다는, 뻔뻔할 정도로 당당한 미소.
“오히려 좋아. 더 집착해줘용.”
- 음? 그 정도는 아닌데?
“태섭이라면 내게 뭘 해도 좋아 뿅.”
- 엉큼하기도 하지. 더한 얘기를 해주고 싶지만~
“…….”
태섭이 괴고있던 팔의 손가락 하나로 뒤를 가리켰다. 명헌이 뒤를 돌아보자 원단 여러개를 품에 안고 제자리에 선 직원이 보였다. 얼굴이 벌게진 것을 본 명헌이 이마를 짚었다.
“내 사회적 체면 뿅…….”
얄미운 목소리가 노트북 너머로 신나게 웃는다.
- 까노니코가 무난한가? 알프레드 브라운은… 아, 저것도 보여주세요.
“내 정장인데 뿅.”
- 내가 사는 거니까 내 마음 뿅. 홀랜드 앤 쉐리 사 원단도 있나요? 형. 형은 어떤 거 같아요? 너무 영국쪽만 보나? 로로피아나는 어때요? 여긴 너무 화려하지?
“태섭 취향대로 해용. 얼른 마무리하고 태섭도 자야지. 훈련 있지 않아?”
- 아, 뭐.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이 시상식에 가는건데 신경쓰고 싶은 마음이 커서 어쩔 수 없네요.
“…….”
왐마야……. 직원이 노트북 앞에 원단사 별 원단을 늘어놓다 눈을 질끈 감았다.
- 흐음… 우리 형 돋보여야하는데… 혹시 핀텍스…….
“태섭. 내가 상 받는지 안 받는지도 모르는데 왜 이렇게 힘주고 정장을 맞춰용. 신경쓰는 건 좋은데 너무 과하다 뿅.”
태섭이 명헌을 보았다. 명헌은 조금 난처해하고 있었다. 농구 경기를 시청하다보면 가끔 비치던 이명헌 감독은 매사 무슨 생각인지 알기 어려운 무표정이 대부분인데. 미국에서 NBA 선수로 활동하는 연하 연인 앞에서는 표정이 풍부한 모양이었다. 말 못 했지만 농구팬인 맞춤 제작 전문 테일러샵 직원은 저 표정을 감히 봐도 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저 깨가 쏟아지는 초장거리 커플은 전혀 모를 생각을.
- 중요한 자리니까 그만큼 신경을 써야죠. 형이라면 감독상은 따놓은 거나 마찬가진데.
“감독활동 시작한지 이제 1년 뿅.”
- 그전까지 선수활동 했던 거 생각하면 신인 감독이어도 감독상 노리기 충분하죠.
“뾰홍…….”
명헌이 두 손 들었다. 태섭이 의기양양하게 직원에게 의견을 피력한다. 전반적으로 덩치가 크고 근육이 들어차있기에 맞춤이 필수다. 어깨라인부터 시작해 허리라인, 소매, 바지 길이와 핏까지 하나하나 태섭의 의견이 빠진 곳이 없었다. 요청사항을 받아적고 원단을 고르는 직원의 손이 분주하다. 명헌을 세워놓고 여러 회사의 원단을 색별로 대본다. 분명 졸려보였는데, 태섭은 명헌 꾸미기에 잔뜩 들떠 눈까지 초롱초롱하다.
정장 안에 베스트를 추가해 쓰리피스로 맞출지, 색상은 검은색이 좋을지 네이비가 좋을지, 또 구두는 뭐가 좋은지 고민하는 태섭에게 명헌이 질겁하여 쓰리피스는 답답하고, 시상식은 무난하게 보이고 싶으니 올블랙으로 하겠다고 했으며 구두까지 새로 해야할 정도로 몸이 풀어진 건 아니라고 대답했다. 포켓의 위치까지 고민하던 태섭이 눈을 둥글게 떴다. 순식간에 낡고 지친데다 사회적 체면까지 잃을 판인-명헌은 이미 잃었다고 생각할지도- 한 살 연상의 연인을 보다 부드럽게 웃는다.
- 응. 알겠어요. 대신 형이 얘기한 색상이나 조합이 괜찮은지는 그래도 한 번은 봐야하니까 얼추 비슷한 사이즈로 피팅해볼래요? 옷이 지금 나오진 못 하니까.
태섭의 말에 명헌이 직원의 안내에 따라 힘없이 피팅룸에 들어갔다. 큭큭 웃는 태섭에게 직원이 조심스레 물었다.
“저어, 송태섭 선수. 감독님 말씀대로 시상식에서 입을 건데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이유가 있나요?”
- 아.
직원의 질문에 태섭이 피팅룸에 들어간 명헌쪽을 힐끗 보다 노트북 화면 앞으로 손을 모았다. 그 분위기에 직원 역시 노트북 화면으로 귀를 가까이 댄다.
태섭이 작게 무어라 속삭이고, 직원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화면을 보았다.
- 신경 쓸 만 하죠?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직원의 목소리에 단단히 기합이 들어갔다.
최선을 다 하겠다는 직원의 말에 거짓은 없었는지, 명헌은 정장을 걸치면서 불편한 감 일절 없는 의상에 혀를 내둘렀다-물론 명헌은 직원의 기합을 모른다-. 감독활동하면서 입었던 정장도 시중에 나와있는 기성품은 몸에 맞지 않아 맞춰입었던 건데도 차원이 달랐다. 만져지는 촉감도, 전신 거울 앞에 비쳐지는 핏도 달랐다. 그러고보니 피팅하고 다시 옷을 갈아입는 동안 태섭과 직원간의 이야기가 끝나있어서 정작 명헌은 이 정장의 원단도, 가격도 모른다는 게 생각났다. 태섭에게 물어볼까 하다 고개를 젓는다. 태섭이 골라준 짙은 남색의 타이를 골라맸다. 물어도 얘기해주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흐뭇하게 웃으면서 사진이나 왕창 찍어서 보내달라 하겠지. 선수 생활하던 때에도 시상식이나 행사에 정장수트를 입는다고 하면 속된 말로 환장했으니까.
“…….”
취향 범벅을 해놓았으니 그의 마음에 들지 않을 리 없다. 명헌은 정장입은 자신을 보며 얼굴을 붉히고 달뜬 연하의 연인을 떠올렸다. 시차가 커서 무리시키고 싶지 않지만, 오죽 야해빠져야지. 시상식 생각은 어느새 저 멀리 던져버리고 태섭에게 정장 입은 제 모습을 보여줄 생각만 가득했다. 못 만난지도 제법 됐고. 화상통화로 간접적으로 즐긴 것도 오래됐다.
명헌이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검은색 수트에 흰 셔츠, 짙은 남색의 넥타이는 기본 중의 기본이었으나 검은 머리를 조금 길러 앞머리를 뒤로 넘겨 깔끔하게 왁스칠한 그에게 지독하게 잘 어울렸다. simple is best.
깔끔하게 손질한 검은 구두를 신는다. 현관 신발장 위에 올려둔 태섭의 사진을 보던 명헌이 그 위로 입술을 내리며 말했다.
“다녀올게 뿅.”
시상식 분위기는 가벼웠다. 긴장과 스릴, 승리의 쾌감과 패배의 분노가 한데 뒤섞인 시즌 중의 코트와는 확실히 달랐다. 이벤트이자 행사 중에 하나인 순간임이 와닿았다.
“어, 뭐냐? 이명헌. 정장 바뀐 거 같다?”
먼저 은퇴해 신인 감독의 길을 걷고 있는 명헌과 달리 아직 현역인 현철이 아는체 해온다. 현철의 말에 고등학교 농구부 시절부터 대학 농구, 국내 팀리그까지 계속 봐온 농구선수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감독하면서 입고 다니던 거랑 좀 다른 거 같긴 해?”
명헌과 같은 팀인 동오가 말했다. 멀리서 무릎 부상으로 먼저 은퇴하여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던 대만이 다가왔다. 흉터가 남은 턱을 쓸다 아, 하고 씩 웃는다.
“알겠다. 이거 송태섭 작품이지?”
"뿅.“
“진짜야? 송태섭이 한국에 왔어?”
“화상통화하면서 태섭 취향대로 맞춘 거 뿅.”
“송태섭도 진짜 지독하다. 이 덩치에 정장이 못생기게 튀는 게 없네. 이게 가능한가? 원래 이명헌 덩치 정도면… 정장 다 구겨져서 볼썽 사납지 않나?”
“애인의 몸 구석구석 모르는 게 없다는 뜻인가~”
명헌이 심기 불편한 듯 미간에 주름을 모았다. 그 사이에 껴있던 대만의 팀 소속 달재가 말했다.
“그, 그…! 결혼 소식은 없나요…?”
“…….”
나름 화제전환 해본다고 얘기한 것 같은데 명헌의 표정이 흐려진다. 모두의 시선이 달재를 향하고, 달재가 입을 틀어막았다.
“결혼은…….”
달재에게 모였던 시선이 명헌으로 옮겨졌다.
“태섭의 농구를 방해하고 싶지 않뿅. 태섭이 원없이 농구하고, 은퇴하면 그때 프러포즈할 생각.”
오우… 선수들과 감독들이 서로를 보았다. 명헌은 묻지도 않았는데 뿅뿅 거리며 반지를 비롯해 생각해둔 브랜드를 먼저 얘기하기 시작했다.
“으, 으음. 그러시구나… 아! 이제 시간이 다 되가요! 다들 가요!”
“으응…….”
달재의 말에 하나둘 명헌을 보다 자리를 떠났다. 명헌은 결혼하면 미국에서 식을 올릴지 한국에서 올릴지 고민하다 현철의 부름에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
시상식은 선수 활동하던 시절부터 숱하게 봐온 탓인지 지루했다. 열심히 경기에 임했던 선수들이 정장을 입고 자리마다 앉아있고, 카메라가 열심히 움직이며 선수들을 훑는다. 선수석에 앉아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감독석에 앉아있는 게 뭔가 어색했다.
올 해의 한국리그, 라는 제목을 시작으로 각 팀별 하이라이트 영상이 흘러나온다. 감독이 되어 선수 때는 짧게 깎았던, 당시엔 까슬하게 자란 머리를 불편하게 만지는 제 모습이 나올 때는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샜다. 명헌 역시 피식 웃으며 그 모습을 찍었다. 태섭에게 보내면 아주 좋아할 것이다.
선수상을 시작으로 개인상, 팀상, 페어상… 다양한 종류의 시상이 진행됐다. 예상했던 선수가 단상에 오르기도 했고, 예상하지 못 했던 선수가 호명될 때는 다들 놀란 소리를 내기도 했다. 친한 선수들 사이에 야유를 하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감독상 차례. 감독상 후보에 명헌의 얼굴이 비쳐졌다. 태섭은 내가 상을 받을 거라 했지만… 명헌은 자신 뿐만 아니라 대만과 수겸도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었고, 다들 선수 출신으로써 팀 운영에 감각이 뛰어난 것도 알고 있었다. 서로 타입이 달라 운영의 차이가 있다 뿐이지 훌륭한 감독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명헌은 자신이 상을 받지 못 한다고 해서 분하다거나 화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받는 사람은 받을만 했던 거지 뿅. 날먹 감독만 아니라면야.
그래서 명헌은 느긋했다. 감독상 시상을 위해 특별한 손님을 모셔왔다는 진행자의 말을 흘려들을 정도로.
“이번 감독상을 발표해주실 분은, 네. 멀리 미국땅에서 NBA 선수로 활동하고있고, 이번에 감독으로 전향한 이명헌 감독님과 찐한 사이인 송태섭 선수입니다! 박수로 환영해주세요!”
“뾰, 뿃?!”
테이블 위로 팔을 대고 손 위로 턱을 기대고 있던 명헌이 삐끗하는 장면을 카메라가 놓칠 리 없었다. 여기저기에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그 속에 태섭이 명헌과 같은 정장을 갖춰입고 등장했다. 명헌이 자세를 바로 했다. 웃음이 사라지고 환호성이 가득했다. 태섭이 잔뜩 멋부려 올린 곱슬머리를 한 채로 씩 웃어보인다. 관중들과 선수들, 감독들을 슥 보다 명헌과 눈을 마주친다. 같은 정장, 다른 것은 검붉은색 넥타이.
“한국은 오랜만이네요. 다들 건강하시죠?”
가벼운 인사를 시작으로 진행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명헌의 눈이 태섭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어떻게? 태섭은 정장을 맞출 때까지도 시상식에 참여한다고 얘기한 적이 없었다. 명헌을 위한 서프라이즈라는 걸 알면서도 섭섭했다. 복잡미묘한 시선이 태섭을 향했다.
“아~ 저기 좀 보세요. 저 이글이글한 표정! 이명헌 감독님이 저렇게 포커페이스 무너진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혹시 말 안하고 오셨나요?”
“네. 놀래키고 싶어서요. 제가 감독상 발표하면 시상에 욕심낼 수도 있잖아요.”
씩 웃는 연하 애인에 그제야 명헌이 웃으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여기저기서 휘파람을 불어왔다. 야, 송태섭! 나는! 하는 대만의 외침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형은 저번에 받았잖아요! 하고 맞받아치는 목소리에 웃음이 한층 커진다.
“흠, 흠. 명헌 형이 감독이 되면 꼭 감독상 발표를 제가 하고 싶었어요.”
“오~ 그 뜻은 송태섭 선수는 당연히 이명헌 감독이 상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뜻인가요? 감독으로 전향하자마자?”
“네.”
태섭이 웃으면서 단호하게 대답했다. 명헌의 눈이 반짝였다.
“명헌 형, 아니. 이명헌 감독님은 선수 시절에도 돋보이는 존재였잖아요. 고등학교 농구부에서도 전국으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고. 국내 넘버원 포인트 가드로 은퇴경기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한데다 경기 운영력까지 알아주는데, 감독이 되면 바로 날아다닐 걸 알았죠.”
“넘버원 포인트가드 자리를 쿨하게 넘겨주시네요.”
“전 미국에서 넘버원 포인트가드가 될 선수니까요.”
사람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명헌 역시도. 이후로도 가벼운 대화가 오가다 진행자가 태섭에게 시상 발표를 요청하자, 태섭이 시상자가 적힌 카드를 열어보았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짝이 다른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명헌이 주먹을 쥐었다. 시상식도, 감독상도 관심없었는데 태섭의 등장으로 감독상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태섭이 직접 건네주는 감독상을 받고 싶었다. 가장 먼저 축하받고 싶었다. 한국까지 먼 거리를 날아온 그를 있는 힘껏 껴안아주고 싶었다. 태섭이 스탠드 마이크 앞으로 고개를 숙였다. 명헌이 마른침을 삼켰다.
“제가 얘기했죠? 이 사람은 감독이 되도 날아다닐 거라고. 감독상, 이명헌. 축하합니다.”
명헌이 일어섰다. 박수가 터져나왔으나 들리지 않았다. 명헌은 이미 시상식에 태섭과 자신, 둘 밖에 보이지 않았다. 명헌이 빠르게 무대 위로 올랐다. 태섭의 앞에 마주섰다. 태섭이 명헌의 발끝부터 빠르게 훑어보더니 웃었다.
“역시 잘 어울릴 줄 알았어.”
그러더니 명헌에게 건넬 감독상 트로피와 꽃다발을 건네받았으면서도 가만히 서있는다. 명헌이 한걸음 다가서자, 태섭이 하하 웃더니 한걸음 물러났다. 태섭을 본다. 그는 티나지 않게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긴장한 표정이었다.
왜?
“으음… 이미 양해와 허락을 구한 상태인데도 긴장되네요…….
“…태섭?”
명헌이 진행자와 다른 이들을 보았다. 다들 태섭의 말이 무슨 뜻이 아는 모양이었다. 다들 웃는 얼굴로 둘을 보고있었다. 현철이 팔짱 낀 상태로 웃고, 동오와 달재가 살짝 손을 흔들어보였다. 대만은… 지금 저 놈 우는 거 뿅? 명헌이 혼란스러움을 삼키고 다시 태섭을 보았다. 그리곤 숨을 들이켰다.
“선수생활할 때도 MVP를 놓치지 않았고, 감독이 되어서도 MVP일 당신의… 영원한 MVP로 평생을 함께하고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이명헌 감독님, 제 청혼… 받아주시겠습니까?”
와아아아!!!!!
사람들이 열광했다. 휘파람을 불거나 응원하는 목소리가 가득했다. 명헌이 멍하게 눈 앞의 그를 보았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태섭이 벨벳 소재의 케이스를 열어 반지를 내보였다. 시상식 조명으로 은색의 반지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 농구하는 사람들 앞에서 영원한 사랑을 청한다. 내민 손끝이 떨리는 것이, 명헌에게 보였다.
“어? 형, 울어요?”
태섭이 당황하여 엉거주춤 몸을 일으켰다. 명헌은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고인 눈물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태섭의 손이 명헌의 뺨에 닿을 즈음, 태섭의 손목을 잡은 명헌이 그를 그대로 품에 안았다. 품 안이 트로피와 꽃다발, 태섭과 그가 쥔 반지로 꽉 찼다. 안긴 태섭의 뺨 위로 명헌의 눈물이 떨어진다. 멀리서 마이크가 다가오고, 명헌이 속삭였다.
“태섭은 이미 나의 영원한 MVP야. 최고의 프러포즈 고마워. 사랑해.”
태섭이 배시시 웃었다.
~ 테일러샵에서 ~
“저어, 송태섭 선수. 감독님 말씀대로 시상식에서 입을 건데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이유가 있나요?”
- 아.
조심스러운 직원의 질문에 태섭이 웃으며 말했다.
- 형에게 프러포즈할 거거든요! 그러니 당연히 그에 걸맞게 멋진 옷을 입어야죠!
MVP? MBP(my best propose)!
fin.
- ..+ 1
댓글 1
놀라는 다람쥐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하 감격스럽고 또 감격스럽습니다. 정장 입은 명헌과 태섭 그리고 시상식에서 프로포즈라니 그야말로 완벽한 기승전결입니다 행복합니다 ㅠㅠ 이런 갓 연성 작품을 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ㅠㅜㅜㅜㅜㅜㅠㅠ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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