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캔버스에 그림 그리는데 뒤에서 와락 껴안고 목덜미에 입맞춤
ADVENT MHTS / 동거 n년차 뿅감독×송선수 setup
통창으로 들어오는 태양빛이 하얀 속커튼을 지나 태섭이 자리한 공간에 사선의 무늬를 그렸다. 등받이가 없는 간이의자에 앉아 등을 꼿꼿하게 세운 자세가 예뻤다. 품이 낙낙한 얇은 스웨터를 입고 있었지만 드러나지 않아도 태는 나기 마련이다. 문제라면, 예쁜 자세 그대로 굳어버린 것 같다는 것뿐. 송태섭 선수 괜찮나용?. 동영상 녹화가 돌고 있는 폰을 들고 다가가며 묻는다. 혀엉… 이거 해도 되는거 맞아요?. 한 손엔 파렛트, 한 손에 붓까지 들고서 잔뜩 그늘진 표정이 화면에 잡힌다. 스케치가 된 채로 배달된 캔버스가 이젤에서 붓 터치를 기다리고 있었다.
“긴장 풀어용”
“망치면 어떡해”
명헌이 녹화를 중단하고 다가가 손끝이 하얗게 질리도록 붓을 쥐고 있는 손을 감싸잡았다. 태섭이 속한 구단을 후원하는 기업의 연말 자선 파티에 경매로 나갈 이벤트 물품. 저명한 미술가와 선수의 콜라보라 했다. 태섭이 받은 임무는 바탕색을 깔아주는 일이었다. 그다음은 전문가의 손에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 써야 할 색까지 딱 맞춰서 왔으니 색칠 공부를 해주세요-하는 수준이었지만 부담이 안될 순 없었다. 토할 것 같아. 그럼 색이 다르다 뿅. 나름 농담으로 건넨 격려였는데 째림이 돌아온다.
“얼른 찍고, 같이 해용”
다시 카메라 앱을 켜고 녹화를 시작했다. 자선 행사 계정에 콜라보 홍보로 올릴 거라며 부탁받은 영상을 오늘 찍어 보내줘야 했다. 명헌이 태섭과 거리를 두며 프레임을 잡았다. 크게 숨을 한번 내쉰 태섭이 언제 긴장했냐는 듯 편안히 멘트를 친다. 정해진 색을 척척 캔버스 위로 올리는 것을 여러 컷 클로즈업으로 담는 것으로 명헌이 할 일은 끝이 났다.
“태섭, 물?”
“응 마실래요”
같이 하자 말은 했지만 태섭이 해야 하는 작품에 자신의 손이 닿으면 실례인 걸 알기에 명헌의 역할은 양손이 미술도구에 매인 연인의 내조였다. 따뜻한 온도의 물을 담으며 이제는 완전히 그림에 몰두한 듯한 태섭을 본다. 아까 죽상이던 송태섭 어디갔나 싶지. 엄살 뿅. 소리 없이 내어 말하고 살풋 웃었다. 바르던 자세는 점점 기울어 이젠 캔버스에 이마라도 박을 것 같았다.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물컵을 들고 조용히 다가갔다. 낮게 기울어 바닥에 쏟아져 있는 빛을 딛고 태섭의 뒤에선 명헌이 등을 숙여 몸을 겹친다. 팔 아래로 들어와 가슴께를 감아오는 손길은 갑작스러워 손이 헛돌아 캔버스가 아닌 스웨터 소매에 붓질을 했다.
“혀엉!”
“붓이 아니라 코로 칠하겠던데 뿅”
“아. 푸흐- 내가 그랬어요?”
몸을 감싸 뒤로 당기는 팔 힘을 따라 태섭이 몸을 바로 하고, 명헌이 직접 대어주는 컵이 알맞게 기울자 넘어오는 물로 마른 입을 축였다. 딱 좋다 싶었는데 이번엔 뒷목에 진하게 찍히는 감촉에 몸이 움츠러들며 기울어 있던 컵의 물이 길을 이탈해 아래로 주륵 떨어져내린다. 명헌이 빠르게 컵을 세우긴 했지만 이미 태섭의 허벅지 부근은 진하게 물 얼룩이 생겼다. 너무 기분 탔다. 명헌이 그대로 굳어 눈치를 살핀다. 그리고 혹여나 그림에 튄 건 아닌지 확인에 확인을 거듭한 태섭에게서 떨어진 한마디.
비켜, 뿅쟁이.
태섭과 이젤이 있는 공간을 더없이 아름답게 만들었던 햇살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속에 있는 자신의 발등은 타들어가는 기분이다. 명헌은 조용히 몸을 물려 태섭을 살폈다. 손에 들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향해 턴을 하는 모든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다. 태섭이 한걸음 다가오면 명헌은 반걸음 물러났다.
“태섭, 이건 내가 미안해ㅇ”
꾸욱. 얼굴 앞으로 올라와 있는 팔, 이마에 닿은 소매의 천. 혀를 빼꼼 내밀고 있는 연인의 장난스런 얼굴.
당했다. 이마에 찍혀있을 얼룩에 곤란한 웃음을 짓는다.
태섭이 칠하고 있던 물감, 무슨 색이었이었죵…?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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