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머리 감고 나온 상대 머리카락 수건으로 말려주기
ADVENT MHTS / 동거 n년차 뿅감독×송선수 setup
씻는 타이밍에 귀가를 했던 건지, 욕실 문을 열고 나오는 명헌을 반겨주는 건 다녀왔습니다-하는 연인의 음성이었다. 욕실 앞에 잘 개어두었던 바지를 꿰입고 머리칼의 물기를 두 어 번 대충 털어낸 명헌이 수건을 머리에 얹은 채 음성이 들려온 주방으로 갔다. 식탁에 자리를 잡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작은 등에 소리를 죽이고 다가가 태섭의 어깨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
“태섭, 뭐해”
“야식을 사왔지용-”
젓가락을 양손으로 하나씩 들고 수북한 가쓰오부시 사이를 찔러 찢는 동작을 반복한다. 달달한 데리 소스 냄새가 난다. 같이 먹겠다고 사 온 건 좋은데 연인이 타코야키만 본다고 여태 눈 한번 마주치지 않은 건.. 불만의 표시로 명헌이 태섭 쪽으로 숙인 몸에 무게를 더하고 그 힘에 눌리던 태섭은 결국 젓가락을 놓고 그대로 명헌의 턱을 밀어올리기 시작했다.
“혀엉- 음식에 물 떨어지잖아요”
“닦아줘 뿅”
“으악 이 뿅쟁이 타코야끼한테 무슨 짓이야!”
뿅.. 제법 버티며 고개를 디밀던 명헌이 태섭의 힘에 저항을 멈추고 쭈욱 밀리며 거리가 생겼다. 뒤집어쓴 수건 아래로 보이는 흉흉한 눈빛과 불퉁하게 튀어나와 볼륨이 남달라진 입술의 부조화에 태섭이 멈칫했다. 흐흐.. 어색하게 웃는 걸로 무마해 보려 했는데 안 통하는 것 같다. 형, 이거 하나 먹어 볼… 미안합니다. 더욱더 흉흉함이 깃드는 눈에는 재빠른 사과와 뽀뽀만이 살 길이다. 그리고, 형이랑 같이 먹고 싶어서 사왔는데…하고 기죽은 소리를 내면 못 이긴척 아-하는게 이명헌이다. 찢어두어 김을 빼내긴 했지만 태섭에게 후후하고 재차 식힘을 당한 동그란 알맹이를 씹으며 수건을 태섭의 손에 들려준다.
“맛있어요? 들어오다보니 요 앞에 타코야키 트럭이 있더라고요. 여기 사는 사람들 다 나왔는지 줄이 꽤 길더라”
의자에 무릎으로 서서 높이를 올리고 수건으로 조물조물 머리의 물기를 털어 주며 하는 태섭의 이야기는 그거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쳤다는. 길을 가다 보면 냄새의 파괴력이 세서 지갑을 열게 만드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 막상 혀에 닿으면 뇌가 익히 알고 있는 그 맛. 하지만 같이 먹고 싶어서-라고 자연스레 자신을 떠올렸을 작은 연인의 마음은 거기에 특별한 조미료가 되기도 한다. 일상에 녹아든 애정의 표현들을 긴 연애 동안 끊임없이 봐왔지만 어느 한순간도 사랑스럽지 않은 적이 없다.
“태섭도 먹어야지용”
식탁으로 팔을 뻗느라 몸이 옆으로 살짝 기울면 그 기울기만큼 태섭의 팔과 고개도 같이 움직인다. 명헌이 젓가락으로 콕 찍어올린 타코야키를 받아먹곤 대충 고개를 끄덕인다. 손은 쉼이 없다. 같이 먹자고 사 온 사람이 정작 먹는 것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어지간히 닦았으면 얼른 먹고 드라이하라며 등을 밀어도 될 텐데 열심이다. 명헌이 태섭의 손을 잡아 내렸다. 아직 삼키지 못해 연신 턱을 움직이고 있는 태섭의 입가를 엄지로 슬쩍 닦아냈더니 그걸 또 재빠르게 핥는다.
“왜 이러지 뿅”
“누구누구가 깨벗고 있어서?”
“야식 먹자며”
“메뉴 바꾸면 안 되나요?”
안될 리가.
어디서 드실까용.
fin.
-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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