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앞치마 두른 상대의 이마에 키스
ADVENT MHTS / 동거 n년차 뿅감독×송선수 setup
가만히 있다가 이유 없이 청소에 꽂히는 날, 그런 날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태섭은 앞치마를 둘렀다. 거실의 열 수 있는 창문이란 창문은 다 열어 바깥 공기를 들였다. 여닫이가 아닌 고정된 통창으로 쏟아지는 빛에 공기를 타고 바깥으로 나가는 먼지들이 반짝이며 길을 남긴다. 마른 부직포 걸레를 들고 선반 위 티비의 윗모서리 손을 잘 대지 않는 오브제 등을 쓸고 다닌다.
명헌은 구단 출근을 했다. 태섭도 이것만 끝내고 헬스장을 다녀올 생각이었다. 자신은 비시즌이면 그래도 좀 여유를 끼워 넣을 수 있을 정도인데 명헌은 그게 아닌가 보다. 평일 내내 구단 출근이다. 사무 업무도 감독의 일 중 하나겠지. 그렇게 일이 많은 거냐고 자려고 누운 명헌의 옆구리 쿡 찔러봤다가 작전을 알아내러 온 스파이인가용-하는 소리에 홀랑 벗겨 탈탈 털어주겠노라 달려들어 정말 잠옷 단추를 뜯어 먹었다(고의는 아니었다). 야성미가 넘치는 연인이라며 가슴 앞으로 엑스자를 그리는 명헌 때문에 한참을 웃었다.
스파이들이 잘하는 게 뭔지 알아요?. 위장 뿅?. 그리고 타깃의 마음을 무너뜨리기에 가장 좋은 건?. 사랑 뿅?. 정답. 명헌의 어깨를 지긋이 누르며 골반께에 올라앉은 순간 스파이 송의 승리였다. 얻고 싶은 정보가 뭐였냐고? 당연… 그런 게 있을 리 없다. 자신은 야성미가 넘치는 연인일 뿐이니까.
“안 쑤신 데가 없잖아 뿅쟁이”
자업자득 그런 거 모르겠고, 헬스장 가면 스트레칭을 오래 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크게 한 바퀴 원을 그리듯 돌린다. 그러고 나선 청소기를 미는 건지 노는 건지 모를 움직임으로 청소를 계속한다. 쓸 때마다 뿌듯하지만 걸레가 달린 청소기 최고다. 두 번 할 거 한 번에 끝낼 수 있잖아. 이 소리를 들은 연인이 특유의 변화 없는 얼굴로 무언의 잔소리를 눈빛으로 쏴댔던 과거의 어느 날이 떠올라 키득키득 웃었다. 뿅쟁이는 이 청소기를 쓰고 따로 한 번 더 밀대를 드는 사람이니까. 깔끔을 떤다-? 보단 뭔가 규칙이 몸에 밴 느낌에 가까워서 태섭도 일부러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면 의식하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명헌과 반대로 송태섭의 최선은 바닥 청소를 마치고 청소기 헤드의 걸레를 분리해 세탁기의 버튼을 꾹 눌러주는 거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지치지, 소파 위에 잘 개어 놓인 큰 담요를 펼쳐 망토마냥 어깨에 두르고 그대로 폭신한 소파로 쓰러진다. 환기는 조금 더 해두고 싶어 찬 기에 코끝이 좀 시려도 그대로 담요의 포근함을 만끽했다. 나갈 준비…는 머리로만 하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 십 분만 하려던 환기가 한 시간이 넘어가며 집안의 공기가 바깥이랑 다를 게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 들어온 명헌에 의해 창문이 닫히며 끝이 난다.
“태섭, 얼굴 차용”
볼에 닿는 따뜻함이 좋은지 손바닥에 얼굴을 부비며 더 파고들려는 작고 사랑스러운 움직임에 미소가 올라온다. 그리고 꿈뻑꿈뻑 시야를 잡으려 애쓰는 맹한 얼굴은 조금 괴롭혀주고 싶게 귀여우니까 손바닥으로 볼짜부를 시켰다. 이며허언! 볼이 눌려 발음도 안 되면서 이름 석 자 따박따박 부른다. 담요를 걷어내며 일어나 앉으니 매고 있던 앞치마는 사정없이 구겨져 있었다. 아.. 빼야지.. 두 손을 뒤로 가져가 매듭을 찾으면서도 덜 깬 잠으로 부스스한 태섭의 얼굴이 명헌의 손에 잡혀 턱이 살짝 들린다. 식어버린 몸은 쉽게 체온을 되찾지 못한다. 입술에 닿는 이마가 차갑다.
“청소했다고 상 주는 거야?”
“응”
“이거 말고”
“그럼?”
“헬스장이나 같이 가시죠 감독님”
어느새 매듭을 풀고 앞치마를 벗으며 일어나는 태섭의 눈엔 더이상 잠은 없었다. 얼굴 보니 괜히 억울하네.
같이 피곤해져 보자구요.
fin.
-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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