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농놀

자각의 순간

2023.02.21 / 슬램덩크 - 정대만 드림

정대만에게 있어서 메이를 처음으로 인지한 순간은 시합에서였다.

본인에게 말한다면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도망칠 수도 있겠지만, 역시 기억에 강하게 남을 만한 한마디가 아니었을까 싶다.

 

“정대만, 사귀자!”

 

그동안 농구를 하면서 다양한 말을 들어보긴 했지만, 사귀자와 결혼하자는 처음인 탓에 심지어 한 시합을 하는 동안 몇 번이나 저 말을 들었는지 셀 수도 없었다. 저 정도 열렬한 사랑고백이라면 시합이 끝나고 나서 말을 붙여보고 싶어 할 만도 하건만, 목소리의 주인공은 시합 중이 아니라면 모습을 비추는 일이 없었다.

 

“오늘도 고백했네요.”

“…그러게.”

 

흐르는 땀을 닦으며 대만은 힐끔 관객석을 올려다보았었다.

언젠가는 말을 붙여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설마 그것이 같은 학교 학생일 줄은 몰랐던 탓에 대만은 메이와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나서도 좀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선배, 저 진짜 들어가도 돼요?”

“시합 때처럼 고백하지만 않으면?”

“…아니, 그건…!”

 

몇 번이나 농구부에 구경을 왔었다는 말을 전해 들은 뒤였기 때문에, 시합할 때에나 고백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강렬하게 박힌 기억에 말을 꺼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뒤로도 대만은 몇 번이나 메이에게 연습을 보러 오지 않겠냐는 권유를 했다.

 

“이렇게 자주 외부인 들여보내줘도 괜찮아요?”

“…음, 쟤들도 구경 오니깐 괜찮지 않을까?”

 

서태웅을 보러 오는 여학생들은 체육관 밖에 있는데 혼자 체육관 안에 있으려니 머쓱해 보이긴 했다. 당연히 기분 탓이겠지만 메이가 연습을 보러 오면 무릎이 가벼웠다. 자신의 농구를 좋아해 주는 이를 보고 있으면, 다시 농구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밀어내고, 모르는 척하려고 했지만 끝내 농구가 좋아서, 소중해서 돌아와 버린 코트 위의 자신을 저렇게 열렬히 좋아해 준다는 게 고맙기도 했다.

 

“내일도 올 거야?”

“…내일은 못 오지 않을까요?”

“왜?”

“너무 자주 왔잖아요. 이렇게 자주 올 거면 입부라도 해야 한다고요….”

 

입부! 딩동댕 하고 머릿속에서 정답을 알리는 소리가 울려와 대만은 냉큼 그럼 입부하자는 말을 내뱉으려다가 멈칫했다. 

자신은 3학년, 메이는 1학년. 앞으로 길어봐야 반년, 반년을 위해서 입부를 하자는 말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긴 했다. 반년 뒤에 자신이 없는 이곳에서 누군가를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며 응원한다니 괜히 가슴 언저리가 울렁였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시합 꼭 응원하러 갈게요!”

 

정대만도 알았다. 자신도 메이도 서로 사귈 생각이 없다는 것이.

애초에 농구가 중요한 지금 연애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됐다. 떨어진 체력도, 지나온 시간의 공백을 메우려면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시간이 없었다. 당장 눈앞에 경기, 전국 대회에 집중해야만 했다.

분명, 그렇게 생각했을 터였는데….

 

“…나만 좋아해 주면 안 돼?”

 

왜 이런 말은 항상 생각을 거치지 않고 입 밖으로 튀어나오고 마는 것일까.

망했다! 지금의 관계를 무너트리고 싶지 않았는데, 누가 봐도 오해할 만한 말에 대만은 급히 말을 덧붙였다.

 

“아니, 어, 농구 말이야.”

“선배가 계속 멋있으면 선배만 응원하죠.”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에 대만은 순식간에 긴장이 풀렸다.

메이는 이상하고 신기한 사람이었다. 농구를 하는 동안엔 그렇게 열정적으로 사랑을 고백하면서, 농구 이외의 자신을 그저 웃긴 선배라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코트에 서 있으면 반짝반짝 빛이 나는 눈으로 오직 자신만을 쫓는 게 기분 좋았다.

 

“…농구하는 정대만이 좋은 거겠지.”

 

그건 자신도 잘 알고 있는 명제였다.

첫 만남부터 메이는 꾸준히 같은 태도를 유지해왔다. 농구하는 자신을 열렬히 사랑하면서, 농구하지 않는 자신은 그저 지인에 지나지 않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겨온 것은 자신이었는데 이제는 그게 어딘가 아쉬워졌다.

농구를 하지 않더라도 날 좋아해 줬으면.

그렇게 생각한 대만은 터져 나올 것 같은 속마음에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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