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농놀

최초의 순간

2023.02.20 / 슬램덩크 - 정대만 드림

현대AU... 작중시간보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ㅎㅎ

매끄럽게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져 내리는 농구공과 골 망을 뒤흔드는 소리.

농구라는 게 원래 이런 거였나? 농구를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왜 이 소리가 오늘따라 더 크게만 들리는지 메이는 심장이 귓가에서 콩닥콩닥 뛰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저 사람은 누구야?”

“누구?”

“…방금 골 넣은 사람.”

 

메이가 농구부를 찾은 것은 단순히 친구로부터 요즘 농구부에 관심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였다. 평소에 이성에게는 별다른 관심도 없던 친구가 관심이 생겼다니, 누군지 꼭 얼굴이라도 봐야겠다며 장난스러운 마음을 품고 농구부로 온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관심은 자신에게도 생겨버린 모양이었다.

 

“아, 3학년에 정대만 선배래.”

“…3학년이구나.”

 

그 뒤로 메이는 괜히 체육관 쪽을 기웃거렸다.

곧 대회라더니 늦게까지 연습을 하는 모양인지 코트 위를 미끄러지는 농구화와 공이 튕기는 소리가 괜히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만 같았다. 연습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열려있는 문으로 살짝 보고 가는 것이 전부이긴 했지만, 요 며칠 사이에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

 

“오늘도 연습 중이네.”

 

처음 봤던 그날처럼 매끄러운 포물선을 그리며 골 링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깔끔하게 떨어져 내리는 농구공을 보면 괜히 자신의 기분도 함께 들뜨는 것이 느껴졌다. 농구 규칙은 체육 시간에 배웠던 것으로 전부 잊어버렸지만, 저 깔끔한 슛을 보면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아졌다.

한 번도 듣기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소리가 듣기 좋다고 느껴지는 것에 메이는 스스로가 신기해졌다.

 

“요즘 농구부 열심히 다니는 것 같아.”

“응, 뭔가 보고 있으면 좋아서.”

 

TV 채널을 돌리다가 농구가 나와도 관심을 가진 적이 없고, 하다못해 학교에 농구부가 있어도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는데, 우연히 보게 된 3학년 선배의 슛에 정신을 빼앗겨버린다니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미래라는 말이 맞았다.

 

“시합 보러 갈래?”

“보러 갈 수 있어?”

“당연하지.”

 

대회를 준비 중이라는 말만 들었지, 시합을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은 못 했던 터라 메이는 기분이 들떴다. 항상 몰래 지켜만 보던 체육관과 다르게, 자리에 앉아서 큰 소리로 응원하며 볼 수 있는 경기장은 그 분위기가 달랐다.

 

“정대만!!”

 

메이는 자신이 이렇게 큰 소리로 누군가를 응원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강백호를 응원하러 함께 온 친구는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코트를 누비는 대만을 보면, 메이는 절로 이 벅찬 마음을 표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대만, 사귀자!”

 

대만의 골이 성공할 때마다 사귀자, 결혼하자는 말이 절로 입에서 터져 나왔다. 시합이 끝났을 때는 경기를 뛴 선수들보다 지쳐있었지만, 마음만은 무척이나 홀가분한 상태였다.

정말로 대만과 사귀고 싶어서 사귀자는 말을 외친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 좋음의 표현으로 사귀자는 말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색다른 기분이었다.

 

“너무 좋아도, 사귀자고 할 수 있구나.”

“…? 원래 좋아야 사귀자고 말하잖아.”

“아니…, 음, 진짜로 나랑 사귀어달라는 건 아니니까.”

“상대도 그렇게 생각했어야 할 텐데.”

“…거기까진 안 들리지 않았을까?”

 

아마 안 들렸을 것이라고 계속 생각해왔던 메이는, 자신의 앞에 선 대만을 보고 입술이 절로 말랐다. 항상 농구 코트 위에 있는 그를 바라보기만 했지, 상대가 자신을 마주하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는 건 메이 안에서 1%의 확률도 존재하지 않는 일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같은 학교인데!

경기장은 넓고, 사람도 많았으니 설마 자신을 알아봤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 메이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려고 했다. 아마 대만이 약간 붉어진 얼굴로 말을 내뱉지 않았다면 성공했을 것이다.

 

“드디어 만났다.”

“네?”

“그, 음, 왜 매번 고백하고 내 대답 안 듣고 가…?”

 

메이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대만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도 할 수 없었고, 왜 그랬는지에 대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안 들렸을 줄 알고 했던 일이 실은 들렸고, 자신을 알아보기까지 했다는 점에서 지금 당장 자기 자신을 기절시키고 싶은 정도로 부끄러워졌다. 점점 귓가가 화끈 달아오르는 것이 기절이 안 된다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아, 그, 어, 응원하고 있어요!”

 

냅다 도망치긴 했지만, 메이는 대만을 보러 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이미 너무 좋은 것을 알아버렸는데 하루아침에 그만둘 수 있을까. 그래도 며칠은 체육관에 가는 것은 참으려고 했었다. 

다음 시합 일정이 조금만 더 빨랐다면 성공할 수도 있었다.

 

“내 답변 들으러 왔어?”

 

체육관에는 다른 여학생들도 많으니 그 사이에 숨어 있으면 들키지 않겠지라는 생각이 안이했다는 것에 메이는 숨을 삼켰다.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진짜로 사귀고 싶어서 고백한 게 아니라고 해명해야 하는 걸까. 저 선배가 자신의 뭘 알고 고백을 승낙하겠는 가, 애초에 자신도 정말로 사귈 생각이 없었는데…!

 

“나랑 친해지면, 경기 보기 편할걸?”

“…아니, 그….”

“체육관 안에 들어올 수도 있고, 가까이서 보고 싶지 않아?”

 

그것은 거절하기엔 너무 좋은 제안이었다.

메이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런 자신을 보고 대만은 웃음을 터트린 것 같다며 흐릿한 기억을 되짚어봤다.

 

“…진짜네.”

 

메이는 ‘정대만 선배’라고 저장된 핸드폰 번호 목록을 보며 침대 위로 엎어졌다. 도대체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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