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농놀

화이트데이

2023.03.16 / 슬램덩크 - 정대만 드림

톡톡, 운전석에 앉아서 핸들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던 대만은 얼른 익숙한 얼굴이 보이길 기다리고 있었다.

3월 바야흐로 신학기의 계절.

졸업생인 대만이 고등학교를 찾아올만한 3월의 이벤트, 바로 화이트데이였다. 뒷좌석에 올려둔 사탕 바구니와 꽃다발을 흐뭇하게 쳐다본 대만은 얼른 사랑스러운 여자친구가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리고 있었다.

 

“아…!”

 

멀리서도 혼자서 빛이 나는 이를 발견한 대만은 냉큼 차에서 내리며 꽃다발을 챙겼다. 지난달에 있었던 자신의 졸업식에서 세기의 커플임을 증명하긴 했지만, 3월이니 신입생들은 그 모습을 보지 못했을 것이 아닌가. 이것을 떠올린 자신이 천재 같았다.

 

“오빠!”

 

자신을 발견하고 활짝 웃으며 달려오는 메이에 대만이 냉큼 두 팔을 벌려 메이를 반겼다. 누가 보면 꼴값 떤다고 할 만한 상황이긴 했지만, 재학생들에게는 익숙하기도 한 모습이기도 했다.

 

“언제 왔어요?”

“얼마 안 됐어.”

 

품 안에 안기는 메이에 대만은 가슴 가득 차오르는 충족감을 느꼈다. 농구부 매니저 안 시키길 잘했지! 대만은 짧게 이마에 입을 맞추고선 들고 있던 꽃다발을 건넸다.

 

“너무 예뻐요!”

“마음에 들어?”

“네!”

 

꽃을 든 메이가 대만의 눈에는 너무나도 예뻐서 대만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어깨를 감싸 조수석 쪽으로 이끌자 메이가 재잘재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늘어놓았다.

자신이 없는 고등학교, 불과 몇 주 전까진 자신도 여기에 있었었는데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다. 자신은 왜 나이가 더 많아서 먼저 졸업해야만 했던 건지 머리를 쥐어뜯었던 적도 있었지만, 같이 있는 순간은 아무래도 좋아졌다.

 

“안전밸트 내가 매줘도 돼?”

“아, 네.”

 

메이는 잠자코 대만이 자신의 안전밸트를 매어주길 기다렸다. 멀뚱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얼굴에 대만은 안전밸트를 잡아끌며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췄다. 메이가 뭐하냐며 웃음을 터트리자, 어깨를 으쓱한 대만은 운전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누가 그렇게 예쁘게 쳐다보래?”

“그런 건 나만 할 수 있는 건데!”

“이제 나도 할 수 있어.”

 

대만은 뿌듯한 얼굴을 하고선 차를 출발시켰다. 저번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었던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고, 사탕도 주고, 같이 시간을 보내다가 집에 돌려보낼 계획이었다.

 

“농구부엔 안 들려도 돼요?”

“어, 신학기고, 괜히 가봤자 졸업생이잖아.”

“그렇구나.”

“왜? 농구부 갔으면 좋겠어?”

“그냥, 이제 학교에서 오빠 농구 하는 거 못 보니까요.”

 

대만은 지금이라도 차를 돌려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역시 당장의 데이트를 포기할 순 없었다. 이제 고등학교에서 못 본다면 대학에서 보게 해주면 되는 거 아닌가.

 

“주말에 시합 보러 올래?”

“네!”

 

들떠 보이는 메이에 대만은 괜히 뿌듯해졌다. 처음엔 농구 하는 자신만 좋아했던 상대가 이젠 농구 하지 않는 자신도 좋아하고, 농구를 하고 있지 않아도 좋아한다는 것에 만족감이 차올랐다. 그동안 함께 한 시간에 서로가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가까워진 것이 느껴졌다.

 

“빨리 졸업했으면 좋겠다.”

“오빠가 유급했으면 됐던 거 아닐까요?”

“…그랬어야 했나?”

 

진지한 대만에 메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대만이 없는 학교는 어딘가 허전하고 어색했다. 반년 가까이 함께했던 이의 부재는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하지만 영영 헤어지는 것도 아니고, 방학 동안에도 거의 매일 같이 만났고, 대만이 자취를 시작한 집에도 갔었던 터라 그 허전함을 채워줄 새로운 추억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었다.

 

“또 같이 학교 다녔으면 좋겠다.”

“…공부 열심히 할게요.”

“아, 아냐. 열심히 안 해도 돼!”

 

대만에 비하면 메이의 성적이 월등히 좋았지만, 메이의 미래를 응원하고 싶지, 제한하고 싶진 않았다. 메이도 딱히 대만이 그런 의미로 말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 자취하는 데도요?”

“…그럼, 조금만 열심히 할까?”

 

같이 저녁을 먹은 뒤에는 야경이 예쁜 도로를 드라이브하며 준비해온 사탕을 건넸다. 처음으로 함께 맞이하는 화이트데이인 터라 대만은 크고 좋은 것을 주고 싶은 생각이 컸다. 지난 발렌타인데이에 메이가 직접 데코한 초콜릿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좋아하는 맛으로만 했어.”

“너무 큰 거 아니에요?”

“…뭐, 처음이니까.”

“우리 이거 하나씩 먹어요.”

 

냉큼 사탕을 하나 까서 입에 넣어주는 메이에 대만은 입안에서 퍼지는 달콤함을 느꼈다. 자기 입에도 하나 넣은 메이의 입가가 느슨해졌다. 좋아하는 것을 먹으면 좋아하는 티가 나서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맛있어?”

“네, 오빠는요?”

“나도 그래.”

 

톡톡 핸들을 두드리던 대만은 메이의 무릎 위에 올려진 바구니에서 사탕 하나를 집어 들었다.

 

“사탕 하나만 더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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