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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스위치 드림 합작(재업로드)

기상호 선후배 드림


낯선 천장. 평소와는 다른 온기. 이 상황에 대해 모르고 있다면 거짓말이다. 그렇다. 나는 다른 사람의 몸에 빙의를 한 것이다. 고등학생 농구부였던 내가 최종 보스인 공작가의 망나니 막내아들로 태어난 것에


“너 뭐해?”


대하여는 당연히 아니고.


“아… 어?”

“일어났으면 가서 씻어.”


이 사람은… 어어??




“국민아 너 뭐 하는 거야. 속은 다른 사람이어도 몸은 우서잖아!”

“아.”

“아.는 무슨!”


자신이 있는 곳으로 몰리는 소리와 눈떴을 때와 비슷한 행동과 다른 상황이 펼쳐지자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바닥으로 나둥그러진 몸에 기상호는 제 손, 몸 주인의 손을 확인했다. 얇다. 손가락도 그렇고. 제 친한 친구만큼이나. 이런 몸으로 농구를 하다니. 깨닫는 순간 온몸에서 아프다고 비명을 질러왔다. 


“괜찮아?”

“예…”

“너 말고 우서 몸 괜찮냐고.”

“어색하다. 우서는 3점 슛도 잘 던지는데… 수비를 하던 애라 그런지 자세만 좋고 슛은 영...”

“재석아 애 듣잖아.”


서울 애들은 냉정하네. 라기엔 정말 말랐다. 중학생 때도 둘이서 수비 연습하다가 제 몸에 반쯤 날아간 (거짓말 아니고 진짜로) 이 몸의 주인을 떠올렸다. 그땐 분명 키도 비슷했던 것 같은데. 옆에서 내미는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킨다. 그러자 손의 주인과 마주하게 되고 상호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옆으로 피했다. 어색했다. 그럴 수밖에. 저가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이다. 분명 우서햄은 좋은 선배라고 얘기했는데. 


“괜찮아요…”

“조심해. 다치게 하지 말고.”

“예, 예.”

“국민이 형, 팔 쓸렸는데 잠깐 쉬라고 해야겠어요.”


평소의 우서햄을 생각한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일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사랑과 관심도 받을 거라고. 이렇게까지 일 거라곤 생각은 못 했다. 그도 그럴 게 말랐다고 해도 키가 190 정도잖아? 게다가 후배도 있는 2학년인데. 이제 막 들어온 사랑 받는 막내처럼 이렇게까지? 물음표가 점점 쌓아 오를 때마다 점점 제 몸에 대해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이런 사람이 내가 있는 곳에서 적응할 수 있을까.


“너.”


코트 밖으로 나와 벽에 등을 기대어 바닥에 주저앉았다. 저가 없으니 주변이 모여있던 무리가 자연스레 흩어지고 각자 제 일하기 시작할 때였다. 말을 걸어온 건 같은 방을 쓰는 우수진이었다. 이 사람은 좀 무서운데. 상호는 과거 자신이 한 행동은 잊고 그때와 같은 무서운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수진의 시선을 살짝 피하며 어정쩡하게 대답했다.

오늘 종일 저를 수습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써 그가 자신을 볼 때 몸의 주인과 얼마나 친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 스킨십은 이 몸의 주인이 먼저 했을 거다. 어린 동생이 있어 그런지, 아니면 여자친구가 있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스킨십을 잘 해왔었다. 손잡고 걷거나 팔짱, 포옹 등의 그런 어쩌면 가벼운 행동. 가끔 가족을 보러 부산으로 내려오는 선배가 저나 희찬이와 만나면 보였던 행동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재생되었다. 그런 사람인데 같은 반, 같은 부, 기숙사의 같은 방을 쓰는 사람이라면 더 그랬을 거다. 가끔 그런 경우가 있지 않은가? 어떤 사람 한정으로 하게 되는 행동이나 말 같은 거. 수진에게 있어 우서는 그런 사람이었을 거다. 상대가 자신에게 잘해주니 이 사람만큼은 이렇게 해도 되고 그 사람이 하는 행동만큼은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하니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 말이다.


아까도 나온 말이지만 오늘 하루는 수진 덕분에 그럭저럭 잘 지냈다. 물론 상대가 알 수 없을 이야기를 하려 할 때면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고 따라가지 못하는 수업에도 일단 필기부터 하라며 손에 볼펜을 지어주기까지. 전날 수업을 필기한 내용 아래로 구불거리는 제 글씨를 보고는 미리 우서를 향한 사과의 메시지를 남겼다. 평소에도 잘 듣지 않는데 모르는 내용을 들으니 더 헷갈렸다. 수업 중 제게 오던 질문을 대신 손을 들어 답을 해준 것도 수진이었다. 저런 성격이 아니라는 걸 알 것 같았기에 더 감사했다. 나중에 원래 몸으로 돌아갔을 때 만나면 인사 정도는 하자. 이대로 잘 지내면 오늘 하루는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어지는 수업은 다른 곳에서 하기에 교실을 옮기던 중 어떤 상황인진 모르겠지만 그걸 저지하려고 했던 건지 갑작스레 닿은 손에 놀라 쳐낸 행동이 앞선 상황을, 그 모든 걸 와르르 무너뜨렸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과 공간에서 갑자기 몸에 닿아 놀란 것이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선 늘 보던 얼굴이 제 손을 뿌리치자 얼마나 놀랐을까. 그러다 뭔가 중얼거리더니 빨리 오라며 교복을 집게손가락으로 잡아당기며 끌고 가던 것에서도 보였다. 상호는 사과했지만 수진은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변명하려 했지만 어떻게 알아차린 건지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를 덧붙여 말했다. 그런 상황에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상호는 그의 말대로 행동했었다.

잠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던 중 다시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몸조심해서 행동해.”

“아, 예. 죄송합니다… 그…”


그리고 지금도.


“소매 걷어. 약 바르게.”


바로 반대 손으로 소매를 걷자 바닥에 쓸린 팔이 보였다. 진짜 조심해야겠다. 빨개진 피부 위로 검지가 올라와 약을 툭 묻힌 뒤 손바닥이 올라오려다 행동을 그만둔다. 알아서 문지르라는 걸까. 상호는 잡은 소매를 놓고 팔을 문지르자 이번엔 반대로 소매가 잡혀 위로 올라간다.

우서와의 메신저 대화에선 원중고 농구부 사람들은 착한 사람들뿐이었다.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었지만. 부 활동이 끝나면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화해서 저처럼 제 몸으로 하루를 생활한 선배에게 오늘 무슨 일했는지 물어보고 자신이 있었던 일을 얘기할 생각하며 약을 바르고 있는 중에 옆에 있던 원중고 감독이 말을 걸어왔다. 감독님과 평소 훈련 등에 관해 묻기에 그냥 하라는 대로 한다면서 이야기하기 시작하니 슬금슬금 주변에서 제 쪽으로 집중하는 것이 느껴져 급히 마무리를 짓고 입을 꾹 다물었다. 부담스럽다. 언제 내 몸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상호는 제 몸과 학교생활에 잘 적응한 선배가 한 행동으로 인해 생긴 제 미래를 전혀 모른 체 시선은 바닥에 고정한 뒤 주변에서 하는 질문을 흘려들으며 대충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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