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남의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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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1일 아이소 무료 배포.
저자. 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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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책은 네이버 시리즈 단독연재, 비가 작가님의 화산귀환의 2차 창작물로 BL 성향에 ALL (전체이용가)를 준수하고 있습니다. 또한 (비공식 창작 캐릭터 포함 CP) 드림 요소를 다루고 있습니다.
[종남의 연인들] [ⓒ2024] [旻]
“암민.”
푸르른 종남산, 중턱에 자리 잡은 연무장에서 수련하던 종남파 이 대 제자들 사이에서 누군가 부름에 답하듯, 고개를 들었다. 기골이 장대한 사내들 사이에서도 유독 키가 큰 이였다. 게다가 용모가 빙기옥골이라, 살결이 맑고 깨끗하여 눈에 띌 정도로 희고 고운 사내는 자신을 부른 이에게 종종걸음으로 다가갔다. 사내가 밤하늘에 떠오른 자애로운 보름달처럼 청순하고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과 달리 그를 부른 이는 화려하고 날카로운 인상의 미남자였다. 종남파 이 대 제자 중 대제자, 훗날 장문인이 될 사내인 대사형 진금룡이었다. 진금룡은 수련을 하던 중이라 흐트러져있던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제 앞에 서는 암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물론, 그뿐만이 아니라 주변 다른 이들도 두 사람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그 이유인즉슨, 암민과 진금룡이 종남파에서 잘 알려진 연인 사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연인이기만 하겠는가? 일전에 진금룡은 문파 내에서 ‘자신이 맞선을 보게 되었다.’ 라는 헛소문에 대해 모든 이 대 제자들 앞에서 일축했을 뿐만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암민을 끌어안은 채 말했다.
‘어디서 내가 선을 본다거나, 바깥 여인을 만난다는 둥 헛소문이 난 건지 모르겠지만 내 아내는 너희도 알다시피 나의 사제이자 반려자인 암민뿐이다.’
‘그리고 소문의 발원자는 정체가 들키지 않길 원시천존에게 빌 거라.’
라며 다시는 헛소문을 퍼뜨리지 말라며 엄포를 놓았다.
당시 암민의 얼굴이 얼마나 붉던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기억하고 있을 정도였다. 몇몇 이들은 너무 과한 대처가 아니냐며, 그는 엄연히 훗날 종남의 장문인이 될 사내이고 진가의 장남인데 이러다 장로님들의 귀에 들어가면 그가 곤란해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암민에겐 진금룡 뿐만이 아니라 다른 연인들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무려 진금룡이 용인해준, 그의 사제들이었다.
“왜 부르셨어요, 대사형?”
암민이 옷매무시를 단정하게 한 뒤, 고개를 갸웃거리자 진금룡은 다른 이들에게 하듯이, 딱딱한 어투로 말했다.
“창고에 삼 대 제자 녀석들이 쓸 목검의 여분을 가지러 가야 한다. 근래 비가 온 탓에 몇몇 목검들이 갈라져 있더군. 그 외에도 살펴볼 예정이니 함께 가지.”
“아! 네, 좋아요.”
누가 들으면 그냥 같이 있을 핑계를 대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겠으나 진금룡은 그런 사내가 아니었으니, 다들 그러려니 하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암민은 일하는 것도 제 낭군과 함께라면 좋아 죽겠다는 듯, 배시시 웃으며 그를 따라나섰다. 연무장에서 멀어지기 전까지, 진금룡은 별다른 말 하지 않았지만, 암민은 여전히 미소를 띤 채 그를 따라나섰다.
‘... 길들여진 개 같군.’
그는 그런 암민을 길든 개 같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것은 그 나름의 애정 표현이었다. 주인을 따르듯 자신을 졸졸 따르며 애정을 숨기지 못하는 암민이 그의 눈엔 퍽 사랑스러웠다. 그런 제 연인을 힐끔, 쳐다보던 진금룡은 사제들과 멀리 떨어지고 나서야 조금 걷는 속도를 늦추며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것을 눈치챈 암민은 고운 눈매를 반달 모양으로 휘어 웃으며 조심스레 그의 팔에 팔짱을 끼려 했다.
그 때, 누군가 두 사람을 뒤에서 불렀다.
“대사형, 암민 사형.”
그 목소리를 들은 진금룡은 바로 미간을 팍 찌푸리고, 암민은 놀란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두 사람을 쫓아온 이송백이 서 있었다. 그는 싱글싱글 웃으며 포권을 취하곤 예를 갖춰 간단히 인사한 뒤, 말을 이었다.
“창고에 볼일이 있으시다 들었습니다. 두 사형께서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궂은일을 맡아 해주시는데, 어찌 사제로서 가만히 있겠습니까. 저도 손을 보태겠습니다.”
이송백의 능청스러운 말에 진금룡은 찌푸린 미간을 펼 수가 없었다. 그는 날카롭게 대꾸했다.
“겨우 창고를 살피는 일에 이 대 제자 세 명이 함께 달려간단
말이더냐? 가서 수련이나 마저 해라. 괜히 나서지 말고.”
“하지만 대사형께서 직접 살피시다니 사제로서 도움을 드리지 못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차라리 저와 암민 사형 두 사람만이 다녀오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 말에 진금룡은 이를 악물었다. 속이 뻔히 보이는 이송백의 말이 어찌나 거슬리는지, 그의 입꼬리가 꿈틀거렸다. 그런 둘 사이에서 암민은 두 사람의 눈치만 보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진금룡도 진금룡이지만, 이송백 그가, 암민이 진금룡에게 허락받은 또 다른 정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송백 또한 종남 안팎으로 암민과 함께 다니면서 암민을 ‘부인’ 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사실은 진금룡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암민이 소중히 여기는 다른 몇몇 사제들과 비교해도 좀 더 무겁고 진중한 무게감을 가진 두 사람은 어쩌면 암민이 이 종남파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일 테였다.
그 때문에 암민은 어떻게든 이 불편한 상황을 타파할 방법을 궁리했다.
“네놈이 참견하지 않아도 이 정도 일은 내가 할 수 있다. 다만 한 사람이 더 함께 한다면 너저분한 창고를 살피기 더 유용할 테니 암민을 데려가는 것뿐이다.”
“그럼 셋이서 하면 더 빨리 일이 끝나겠군요.”
두 사람 다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보통 이송백은 어디서나 진금룡에게 자세를 낮추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그를 존중했다. 그는 사제로서 그 누구보다 훌륭한 태도를 취했지만, 암민이 관련된 일이라면 갑자기 깊게 뿌리박힌 나무 마냥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밀려나질 않았다.
“이송ㅂ...”
진금룡이 노기를 품은 목소리로 입을 열자 갑자기 암민이 진금룡의 팔짱을 와락, 끌어안더니 큰 목소리로 말했다.
“사형!! 우리 그냥, 송백이도 데려가요!”
“... ... 암민.”
“일을 도와준다는데 왜 거절하셔요? 창고에는 먼지도 많을 텐데. 아이 싫다.”
진금룡의 시선이 암민에게 닿자 암민은 그의 팔을 더욱 꼭, 끌어안은 채 시선을 피했다. 누가 들으면 연인에게 어리광을 부리며 일하기 싫다고 투정을 부리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진금룡도, 이송백도 알고 있었다. 지금 암민은 응석을 부리거나, 이송백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이 날카로워진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진금룡이 나른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 이번 기회에 창고 정리도 좀 해야겠군. 이송백 네놈이 직접 도와준다고 하니 말이다. 쯧... 가지.”
진금룡이 혀를 차며 암민의 허리를 그대로 끌어안은 채 걷기 시작했다. 암민은 놀라 뺨을 붉혔으나 차마 그에게서 떨어지지 못했다. 그 모습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던 이송백은 천천히 두 사람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제 연인이 다른 사내에게 안겨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다지 달갑지 않았으나 우선은, 두 사람과 동행하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잠시 걸었을까, 두 사람은 수많은 창고 중 하나에 도착하였다. 이송백이 다가가 문을 막아둔 나무 걸쇠를 들어 벽면에 세워두자 진금룡이 문을 열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안이 생각보다 더 어두웠기 때문이었다. 이상하다 여긴 그는 혹시 창고 창문을 다 막아두기라도 한 건가 싶어 성큼, 안쪽으로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암민과 이송백이 뒤를 따랐다.
“이상하게도 무척 어둡네요. 주변 물건이 안 보일 정도ㄹ...!”
암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세게 문이 닫히며 창고가 큰 소리로 울렸다. 세 사람 다 거의 동시에 뒤를 돌아보곤 문쪽으로 뛰어가, 문을 열기 위해 급히 힘을 주었다. 하지만 종남파 이 대 제자들 중 기재로 여겨지는 세 사람이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문이 열리지 않자 진금룡 까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이게 무슨... 누가 감히 종남파 내부에서 이따위 짓을 벌인단 말이냐..!!”
“사형, 우선 진정하시ㄱ... ... ? 사형, 저쪽을 보십시오.”
“하?”
이송백의 말에 진금룡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은 아까보다 훨씬 환해진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아무리 봐도 단순히 창고라고는 볼 수 없는, 깨끗한 목조 건물 내부로 보이는 공간은 창문이나 등불이 없는데도 주변을 보기에 편안할 정도로 밝았고 한가운데는 협탁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마치 세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듯, 딱 세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고 협탁 위에는 종이 한 장이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다. 이 수상한 상황에도 진금룡은 거침없이 협탁으로 다가가 종이를 거칠게 집어 들었다. 그는 당장에라도 소리를 지를 기세로 종이에 적힌 활자를 노려보다가 순간 표정이 풀리더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실소를 흘렸다.
“하... 이게 무슨...”
“...? 대사형, 대체 그 종이에 무엇이 적혀 있기에 그러십니까.”
“... 네놈이 직접 봐라.”
진금룡이 그에겐 시선도 주지 않고 종이를 내밀자, 이송백은 차분히 종이를 받아 적혀 있는 내용을 읽었다. 그 옆에 있던 암민도 그가 들고 있는 종이로 시선을 돌렸다.
【소나무는 뿌리로 빗물을 머금는다.
거센 겨울의 냉기는 비와 만나 흰 눈이 된다.
같은 물을 머금고, 같은 달을 비추는 자들이여.
그대들의 달은 그대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외로운 항아를 품은 그대들이 달을 사랑하게 된 순간은 어떤 순간이었는가?
이를 숨김없이 고하고, 숨과 함께 흘려보내라. 】
이 종이에 적힌 소나무라면 바로 이송백을 말하는 것이고, 겨울의 흰 눈은 설화십이식의 대표 검수인 진금룡을 의미하는 것임을 세 사람은 모를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소나무가 머금고, 냉기가 만나는 빗물은 바로 암민을 뜻하는 것일 테였다.
물은 만물을 비춘다. 달 또한 비춘다. 그렇다면 물이 비추는 달 또한 두 사람의 연인, 암민을 뜻하는 것일 테였고 숨이란 바로 말소리. 종이는 두 사람에게 ‘암민이 각자에게 어떤 의미이며, 그를 사랑하게 된 순간을 숨김없이 말해라.’ 라며 뜬금없는 요구를 하고 있었다.
“저... 저는 이런 지..진법? 이라던가! 사특한 사술 같은 것은 전혀 모릅니다! 정말이에요 사형! 소..송백아!”
그 누구보다 당황한 모습을 보이는 암민에게 이송백이 먼저 그의 손을 잡아주며 손등을 도닥여 주었다.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사형. 그러니 너무 염려치 마세요. 사형이 무슨 짓을 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이송백 말이 맞다. 그러니 괜히 지레짐작하고 놀라지 말아라, 암민.”
진금룡 또한 조심스레 암민의 뺨을 한 번 도닥여 주었다. 암민은 그제야 안도한 듯 고개를 끄덕였으나 여전히 기가 죽어선 풀이 죽은 채, 협탁 앞 의자에 앉았다. 그를 따라서 이송백도 그의 옆자리에 자릴 잡아 앉았고 진금룡도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세 사람은 잠시 말이 없었다. 결국, 이송백이 먼저 말을 꺼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종이에 적힌 대로 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한 가지 행동을 했을 때, 상황 또한 한 가지 이상 바뀌지 않겠습니까?”
“...하, 지금 이 말도 안 되는 요구 사항을 따르자는 말이냐?”
“다행히 누군가 다치거나 힘을 써야 하는 요구 사항이 아니잖습니까. 저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민 사형은 어찌 생각하십니까?”
자신에게 의견을 묻자 시종일관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암민이 조금 놀란 듯이 급히 얼굴을 들었다. 그의 불안해 보이는 모습에 이송백은 살며시 웃으며 그의 손을 다시 한 번 잡아주었다.
“사형은 가만히 들어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저는 무엇보다, 사형이 다치는 일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누구 앞에서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진금룡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가 어이없다는 듯, 하! 하며 다시 한 번 실소를 흘렸다. 감히 제 앞에서 저따위 말을 지껄이는 이송백이 우스웠다.
“... 송백이 말대로, 저도 누군가 다치는 요구 사항이 아닌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두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라 뭐라, 더 말하긴 어렵지만...”
그 순간, 진금룡은 일부러 손바닥으로 협탁을 내리쳤다. 큰 소리에 놀란 암민이 먼저 이송백의 손을 놓고는 진금룡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진금룡은 무감한 표정으로 이송백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내 사제들의 의견이 모였는데, 대사형으로써 어찌 그 의견을 무시하겠나. 뭣보다 네 녀석들의 말대로 누군가에게 해가 가는 요건은 아니니, 한 번 시행해보도록 하는 게 좋겠군. 그럼, 대사형인 내가 먼저 시작하도록 하겠다.”
말을 마친 진금룡은 암민에게로 고개를 돌리곤 고개를 까닥였다. 가까이 다가오라는 의미임을 단박에 알아챈 암민은 자연스럽게 의자를 끌어다 그의 옆에 가까이 몸을 붙였다. 진금룡은 곁에 다가온 암민의 허리를 한쪽 팔로 끌어안았다. 이번엔 이송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내 부인에게 고백을 해야 하니, 부인이 곁에 있어야지 않겠나.”
“앗... 아... ... 네, 사형...”
“내가 방금 부인이라고 했을 텐데.”
그 말에 암민이 뺨을 붉히며 제 옆에 있는 이송백을 곁눈질로 쳐다보다가 결국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낭군...”
“... 시작하시죠.”
이송백은 표정을 갈무리하며 바른 자세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진금룡은 잠시 생각을 하듯, 시선을 밑으로 두었다가 금세 다시 암민에게로 시선을 두며 입을 열었다. 그의 눈 안으로 달이 가득 차올랐다.
“암민, 네 녀석은 언제나 내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남들 앞에서 하듯이 내게 하지 못했지. 마치, 나한테 만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 마냥... 그런 네놈에게 내가 스며든 날을 굳이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아마 꽤 오랜 시간 생각을 해야 할 거다. 하지만 정말 사랑을 느낀 순간이라면, 아마 그날 일 테지.”
진금룡의 목소리에 묘한 애수가 감돌았다. 그의 머릿속으로 그날의 순간이 스쳐 지나갔다. 종남산 상록수의 싱그러운 풀 내음, 뺨을 간질이던 산들바람과 저를 바라보며 눈을 빛내던 암민의 눈빛. 그는 암민이 그날 얼마나 뺨이 붉었는지, 목소리는 얼마나 곧고 또렷했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사람들에겐 수년의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종종 생기곤 한다. 진금룡에겐 그날의 기억이 그런 순간으로 자리 잡았다.
암민의 허리를 안은 진금룡의 손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이송백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고 그는 천천히 제 아내의 허리를 쓰다듬고 조금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암민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는 연모라는 감정이 숨김없이 드러나 있었다.
“설화십이식을 거부하고, 장로님들의 잘못된 가르침을 벗어나서 그 누구보다 외로웠던 네가 나에게, 설화십이식을 보여 달라고 했던 그날이다.”
“...네?”
“...난 앞으로도 종남의 대제자이자 너희의 장문인으로서 설화십이식이라는 종남의 새로운 검을 가지고 걸어갈 것이다. 설화십이식이 가지고 있는, 모두가 눈 감고 아웅 하며 숨기고 있는 그... 치욕까지 함께 들고서.”
그는, ‘그 사실’ 을 치욕이라 표현했다. 암민도, 이송백도 순간 숨을 죽였다. 종남의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사실. 화산파의 매화검법을 닮은, 지금까지의 종남을 벗어난 설화십이식의 실체.
“... 그 치욕. 우리 세대가 짊어질 필요 없을지도 모르지. 당장에라도 모든 사제가 설화십이식을 버리고 천하삼십육검을 잡는다면, 윗세대의 잘못이라며 눈을 돌려도 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 검을 끝까지 붙잡아, 종남의 것으로 만들고 종남의 새로운 의의를 담아낼 것이다. 그리고 난 알고 있다. 그런 내 곁에, 암민 네가 끝까지 있을 거라는 사실을.”
“...사형...”
“네놈이, 내게 설화십이식을 보여 달라고 했었지. 나는, 설화십이식은 네 녀석이 다루는 천하삼십육검과는 궤를 달리하는 검이라 답했고. 그러자 넌 내게... 지금까지 설화십이식을 거부했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고. 이렇게 멀리 온 이상, 설화십이식 또한 이 종남이 품고 가야 할 것이라고. 그렇다면 그것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곧게 직관하여 앞으로 종남이 걸어가는 길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그러기 위해서, 무각에 들어가고 싶다고... 무각주가 되어 장문인이 될 내 곁에 서고 싶다고 네 입으로 내게 말하지 않았더냐.”
이송백은 이 순간만큼은 두 사람 사이에서 저는 끼어들 수 없는 강렬한 자력이 작용하고 있음을 느꼈다. 암민이 진금룡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진금룡 또한 마찬가지였다. 진금룡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날, 네게 그 어느 때 보다... 사랑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사랑으로, 내가 조금은... 변한 것 같기도 하다.”
진금룡은 낮게 신음하며 입을 다물었다. 말을 최소한으로 줄였는데도, 무언가가 숨김없이 드러난 기분이라 괜스레 마음이 불편했다. 그때, 암민이 그에게 살포시, 입술을 포개었다. 정인의 부드러운 입술이 제 입술에 닿자 진금룡은 조금 편안해진 표정으로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진금룡은 평소와 달리 조금 더 입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암민이 그에게 먼저 붙었듯, 먼저 떨어졌다. 그는 붉어진 뺨을 옆머리로 가리며 다시금 이송백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이 누구에게 닿았는지 눈치챈 진금룡은 혀를 차며 다시 한 번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송백은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곧 살짝 미소 지으며 암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이제 제 차례지요? 민 사형, 제 부인. 옆으로 와주시겠습니까?”
이송백은 부러 제 부인이라는 말에 힘을 실었다. 암민은 두 사람 사이에서 다시 한 번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이송백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진금룡은 별다른 반응 없이 그를 보내주었다. 암민이 곁에 가까이 앉자 이번엔 이송백이 그의 바깥쪽 어깨를 팔로 둘러 안으며 제 품에 그가 기댈 수 있도록 하였다.
“저도 사형에게 가까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리 닿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송백이가 불편하지만 않다면, 난 괜찮아.”
“불편할 리가 있겠습니까?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하지요.”
이송백이 조심스레 다른 한 손을 협탁 밑으로 내려, 암민의 한쪽 손을 붙잡으며 조심스레 그의 손등을 엄지로 문질렀다. 그의 따뜻한 손길에 암민은 긴장하고 있던 마음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이송백은 잠시 입술을 달싹였다. 그의 머릿속으로 암민과 함께하였던 다양한 순간들이 지나갔다. 이때인가? 그때인가? 하는 고민이 고개를 들기도 했지만, 그는 곧 마음을 정했다는 듯 미소 지었다. 그가 지금부터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미 암민에게, 제 사형이자 부인인 그에게 여러 번 말했던 것이었다. 그는 언제나 틈만 나면 암민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고 그의 불안을 해소 시켜주고자 노력하였다.
암민이란 사람은, 일찍이 문파 내에서 사문의 가르침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천덕구니로 낙인 찍혀 사형제들로부터 소외되었고, 그 탓에 아주 오랫동안 외로움을 곱씹다가 결국 그 슬픔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주변인들의 은밀하고 어두운 욕구를 풀어주고자, 자신의 몸과 마음을 내버렸던 여리고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
이송백 뿐만 아니라, 진금룡 조차 후회하는 것이 있었다면 일찍이 그런 그를 챙겨주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암민은 진금룡 앞에선 티를 내지 않았고, 당시 이송백은 그런 암민을 무시하며 지나갔었다. 그때를 떠올린 이송백은 암민을 안은 팔에 조금 더 힘을 실었다. 더는 그를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았다.
“제가, 사형에게 사랑을 느꼈던 순간은 무척 많습니다. 심지어 제가 사형을 사랑한다고 깨닫지 못했던 순간에도 저는 사형에게 많은 위로와 힘을 받았고 사형이 먼저 걸어가며 다져주신 그 거친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사형에게 감사함과 애정을 깊이 품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죄스럽기도 했습니다. 이때까지 이렇게 힘들게... 홀로 걸어가시던 그 길을 사제로서 전혀 알아주지 못하고 좁은 식견으로 사형의 겉모습만을 보고 판단했던 저 자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 송백아.”
고백 이전에, 고해를 입에 담는 그를 바라보던 암민은 가슴이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가 입에 담는 모든 말이 진심임을 느꼈기 때문일까, 아니면 사랑하는 이가 자신 때문에 깊은 후회를 곱씹고 있기 때문일까. 암민은 괜스레 눈가에 눈물이 고일 거 같았지만 입을 꽉 다물며 억지로 눈물을 참아냈다.
허나 그것이 참는다고 참아지는 것이겠는가. 결국, 암민의 뺨이 젖어 들어갔다. 빗물이 흙길을 따라 흘러, 오랜 시간을 거쳐 자국을 만들어내고 물길을 만들어 내듯이, 암민의 뺨에도 길이 만들어지는 것 마냥 눈물이 일정하게 흘렀다. 진금룡은 순간 움찔, 하며 자리에서 몸을 들썩였으나 차마 암민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이미 이송백이 그의 뺨을 닦아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 저 때문에 눈물을 흘리시는군요. 저는 얼마나 사형에게 많은 것을 빚지고 있는 걸까요.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제게는 기쁘게 다가옵니다. 앞으로 계속... 사형 곁에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오래도록 사형의 곁에서 갚아나가고 싶습니다. 부디 허락 해주시겠습니까?”
“...미..미안해... 내가.. 자꾸.. 울어서... 당연히.. 당연히 허락하지...”
“미안해하지 마세요. 사형이 제게 미안함을 느끼실 일은 단 한 가지도 없습니다. 그러니 부디 그 말을 거둬주세요.”
“응..으응...”
암민의 목소리가 울음이 섞여 물거품처럼 흐트러졌다. 이송백은 차분히 그가 진정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준 후, 그가 눈물을 그쳐서야 다시 말을 잇기 시작했다.
“저는 많은 순간에서 사형에게 사랑을 느꼈지만, 딱 한순간만을 꼽아야 한다면... 역시 그 순간을 꼽고 싶습니다. 사형이 제 고백을... 받아 주었던 그때 입니다.”
어쩌면 가장 당연하고, 단순명료한 답이었다. 가장 사랑이 충만했던 순간이었다. 이송백은 애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사형께서 먼저 걸어가 주시고, 버텨 주셨기에 저 또한 사형을 좇아 제가 선택했던 것이 틀리지 않았음을 믿을 수 있었고, 그 믿음을 가지고 사형을 따르며 어느샌가 제겐 사형의 사랑스러운 부분들이, 여리고 다정한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형이... 당연히, 대사형을 사랑하는 것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사형의 그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많은 부분이 오롯이 대사형을 위한 것임을 알면서도 저는 사형에게 사랑을 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사형에게 털어놓았지요. 당연히 거절당할 것으로 생각했던 마음이었는데 사형께서는 제 마음을 조심스럽게 그 가슴 안에 담아주셨습니다. 그때 저는 그 어느 순간보다 사랑과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사형을 계속 사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송백의 말이 멈출 때까지 암민은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암민은 언제나 저 자신을 바보 같다고, 멍청하다고 표현하며 어리숙한 척을 하곤 했다. 그래야만 될 것 같았다. ‘난 바보 같으니까~’ 라고 말해야만, 자신의 미숙함이 용서될 것 같았다.
그런 제게 감사할 일이 대체 무엇이 있다고 그는 이렇게나 제게 사랑과 고마움을 표현해주는 건지... ... .
결국 암민은 다시 한 번 눈물을 터뜨렸다. 참을 수가 없었다. 가슴속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었던 외로움과 불안함이 그의 사랑이라는 바람에 의해 두둥실,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가장 두렵고, 가장 바라던 것들을 제게 안겨주는 이 사람들 때문에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던 진금룡은 신음인지 침음인지 모를 소리를 흘렸다. 속이 그 어느 때보다 시리고 쑤셔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소리 없는 웃음을 흘려보냈다.
‘그 누구도, 내 심상을 이리 흐트러뜨릴 수는 없는데. 암민, 네가 내 약점이구나.’
암민이 없었더라면, 진금룡은 냉정함을 검에 두르고, 종남파를 위해서 종남의 미래에 방해될 만한 것들을 기꺼이 외면했을 테였다. 또한, 지금까지 피해 왔던 사실이었지만 그 또한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동생은... 백천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음을 말이다. 그런 그에게 허탈함을 느끼는 순간이 올지도 몰랐다.
하지만 암민이 있었기에, 진금룡은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종남파의 불편한 진실을, 그리고 그 진실을 안고 걸어나갈 책임감과 결심까지. 제 동생과 세상 앞에 부끄럽지 않고자 종남파를 위한 것만이 아닌 더 넓고 많은 것을 자신의 눈에 담게 되었다. 그렇기에 그는, 암민이 진정 훗날 무각주가 되어 자신의 옆에 서길 바랬다. 그라면, 자신과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제 옆에서 종남파를 위해서 그 누구보다 온 힘을 들여줄 것임을 진금룡은 알고 있었다.
“... 고마워 송백아.”
암민이 나지막하게 답하며 조심스럽게 이송백의 품에 기대었다. 이송백은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곤, 말없이 그를 좀 더 품에 안아주었다. 암민과 달리 이송백은 기연을 만나 눈을 뜰 수 있었다. 그날, 그가 청명도장을 만난 것은 그에게 여전히 큰 행운으로 남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행운은 이미 암민이, 자신의 사형이 그 길을 걷고 있었단 사실이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그는 홀로 사형제들 사이에서 차갑고 따가운 비난과 눈초리를 받으며 버텨내야만 했을 것이었다. 비무대회가 지난 후에는, 많은 사형제가 저와 암민을 인정해주고 둘을 따라주었으나 그전까지, 자신이 이 길을 걷기 전까지 암민은 얼마나 고독했을지... 얼마나 외롭고, 불안하고, 두려웠을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사형제들에게 외면 당하여 제발 저를 봐달라며 살을 드러내고, 마음을 버려야만 했던 암민을 떠올리면 이송백은 가슴이 칼로 찔린 듯, 쑤셔왔다.
그 모든 시간을 버텨내면서도 암민은 종남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누구보다 종남과 사형제들을 사랑했다.
‘이젠, 절대... 단 한 순간도, 사형을 혼자 두지 않을 것입니다.’
두 사람의 고백이 끝이 났다. 암민은 이송백의 품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손등으로 닦아낸 뒤 잠시 몸을 일으켰다가 그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암민은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잠시 망설였다. 두 손이 떨리는 것만 같았다. 저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아도 되는 사람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 ... .”
두 사내의 손이, 한 명의 떨리는 손을 각자 붙잡았다. 암민이 고개를 숙이자 이송백의 거친 손이, 진금룡의 단단한 손이 그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또 혼자 바보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암민 너는, 그 누구보다 눈물이 많잖으냐.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혼자 속으로 울고 있을 듯하니.”
“... 맞습니다, 사형.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생각이 사형의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것이라면, 부디 버려주십시오.”
두 사람의 말에 암민은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저를 바라보고 있자 암민은 저도 모르게 표현해주는, 웃음을 터뜨렸다.
햇빛이 반짝, 나뭇잎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듯한 미소였다.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알잖아요, 전 바보 같고... 겁도 많고... 미숙한 사람이라는 것을요. 다만 한 가지 두 사람에게 약속할 수 있는 건... 그럼에도, 저는 두 사람을 위해 노력할 거라는 사실이에요. 최선을 다해 두 사람을 사랑하고, 두 사람에게 고마움과 애정을 표현하며... 앞으로도 쭉, 종남의 제자로서 걸어 나아갈 거예요. 그 걸어가는 길에 다른 사람들도 존재하겠지만... 부디, 두 사람만큼은 꼭 함께 있어주길 바라요. 부디 그래 주시겠어요?”
“당연한 것 아니냐. 오히려 네 녀석이 날 잘 쫓아와야지.”
“하하. 맞습니다. 당연히, 그 곁에 저도 함께할 것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사형.”
두 사람의 답에 암민은 두려움이 가시고 어깨에 들어갔던 힘이 절로 빠져나가며 몸의 긴장이 온전히 풀리는 것을 느꼈다. 세 사람 사이에 잠시 고요한 침묵이 자리 잡았다.
그때, 어디선가 오래된 쇠가 삐걱거리는,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세 사람은 처음처럼 동시에 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낯선 문이 반쯤 열려있었는데 그 바깥으로는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세 사람이 창고까지 걸어왔던 길이었다.
“... 나가도 될까요?”
“...다른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진금룡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를 따라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향해 걸어나갔다. 바깥으로 나오자, 햇빛이 세 사람을 비추었다. 마치 단 한 순간도 흐르지 않은 것 마냥, 달라짐 없는 하늘이었다.
“...”
암민이 먼저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세 사람이 처음에 지나갔던 창고 문이 덩그러니 열려있었다. 안쪽으로는 여러 가지 비품들이 쌓여 있는 것이 훤히 보였다. 한쪽에는 여분의 목검들이 쌓여 있었다. 이송백과 진금룡도 그와 같은 것을 보았는지, 말없이 창고 안쪽을 응시했다. 진금룡이 먼저 한숨을 내쉬며 암민의 손을 덥썩, 붙잡았다.
“목검은 나중에 가지러 가도록 하지. 이만 내려가자.”
진금룡이 성큼성큼 암민을 데리고 길을 따라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암민은 어어, 하는 사이에 그에게 끌려갔고 이송백은 급히 두 사람을 쫓았다.
“저도 함께 있습니다, 사형.”
“이송백 네놈은 알아서 갈 길 가라.”
“오늘은 민 사형과 함께 수련할 예정이라, 저도 함께 가야 할 듯싶습니다.”
두 사람의 여느 때와 같은, 변함없는 대화에 암민은 잠시 눈을 끔뻑이다가 삐걱거리는, 크게 소리 내 웃었다.
“아하하! 아..하하하!”
“... .... .”
“뭐가 그리 즐거우십니까?”
이송백의 물음에 암민은 눈을 휘어 웃을 뿐이었다. 앞으로 분명 고난과 역경이라는 큰 파도가 세상을 덮치고 그 앞에 다양한 사람들이 앞장설 테였다. 분명, 그중에는 화산파가 가장 큰 걸음으로 나설 것임이 짐작되었으나 종남파도 결국 그 파도를 향해 달려갈 터였다.
그 때가 온다면, 암민은 이 사람들과 함께 달릴 것이다. 크나큰 확신이 발끝에서부터 머리까지 가득 차올랐다.
完
아주 짧은 후기를 몇 줄 남기자면, 진금룡과 이송백은 원작과 달리 암민이라는 사람을 만나며 내적으로던 외적으로던 더 많은 성장을 이루었고 암민 또한 이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함께 성장할 것임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유백과 서한이의 이야기를 적지 못한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그래도 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
종남오검 외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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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 남쪽으로 향하여, 그 걸음이 멈추는 곳으로. @Jongnam_2Dcafe
크툴루의 부름, 7차 번역 룰북 기준, 팬메이드 2차 창작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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