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보청명] 명계의 주인 三

인간 당보 X 명계의 주인 청명

風淸月朗 by 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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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당신은 누군데?”

“청명.”

질문에 답은 겨우 두 글자. 놀란 눈으로 잠시 깜빡거린 당보는 왜 지금 까지 쫓겨난 사람들이 당황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름이 청명淸明 이라……. 오늘 비행기에서 봤던 하늘이 딱 그랬는데. 겉모습만 보면 여인의 모습은 딱히 청명이라는 이름과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뭔가 조금 더 강한 이름이 어울릴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지금 눈에 보여지는 여인의 모습은 너무 어두웠다.

명계의 주인 三

청명

“이름은 알겠고, 어느 그룹에 어느 집 딸이셔?”

그보다 이제 청명이 어느 집 딸일지 궁금했다. 피부에 점하나 없는 것과 가만히 있어도 귀티가 흐르는 것이 꽤 귀하게 자란 것 같은데. 영 짐작이 가는 곳이 없었다.

“그쪽 집안도 결혼하라고 막 뭐라 하나 봐?”

당보가 알만한 기업에 자식은 어느 정도 안면이 있었고, 그리고 저 얼굴로 기사에 안 났다는 게 더 신기했으니까.

아마 꽁꽁 숨겨놓고 키운 것 같은데 얼마나 딸 바보였으면 그런…….

“난 부모 없어.”

“ …….”

갑자기 10도로 아래로 내려간 공기에 당보에 올라갔던 입꼬리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숙였던 허리도 다시 피고 앉았다.

“……이건 또 예상 못 했는데?”

오해하는 건 아니겠지……?

비록 어릴 때 많은 욕을 했고, 심지어 상대 부모 욕도 안 했던 것은 아니지만, 조금 머리가 자라고 나서는 잘못인 것을 깨닫고 다시는 하지 않았다.

설마 이리 귀티 나는 여인이 부모가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못 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당보가 패드립을 하고 난동을 부렸다는 것은 아마 중국 전 국민이 아는 사실. 당황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청명에게 고의가 아니라며 사과하려 입을 열었으나, 여인이 먼저 당보에게 말했다.

“그룹도 없고, 떠밀려 온 것도 아니야.”

어떠한 오해도 하지 않았다는 덤덤한 표정에 당보는 마음이 놓였다. 그러는 동시에 의문도 들었다.

그룹도 없다면 어떻게 이렇게 귀하게 자랄 수 있었지?

어지간해선 이런 모습을 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게다가 청명이 입고 있는 드레스는 누가 봐도 장인이 직접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만들었을 정도로 퀄리티가 좋았다.

그러한 생각과는 달리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럼 자의로 찾아왔다는 거야?”

“응.”

청명은 너무나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왜……?”

“널 만나려고.”

“그래서 더 의문인 거지. 대체 왜?”

“네가 이미 말했잖아. 반했냐고.”

“진짜 반해서 찾아왔다고? 날?”

“응.”

혹시나 싶어 몇번을 더 물어도 돌아오는 답은 똑 같았다. 계속 같은 것을 물어보니 청명에 표정에 불만이 어렸다. 몇번이나 물어봐야 되겠냐는 듯 미간을 찡그리는데.

당보는 뭔가 쉽게 받아드릴 수 없었다.

“허, 참 나 어이가 없네…….”

자신도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지만, 청명은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의 외모만 보고 생각을 함부로 추측할 수 없지만 그래도……. 저 청명이라는 여인은 다른 이유로 당보를 찾아온 것 같았다.

당보가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청명도 조용히 있었다.

먼저 말을 걸지 않았고, 어떤 큰 행동도 하지 않았다. 다른 곳에 있던 시선을 원래대로 돌려놓자 당보는 처음으로 처음으로 다른 곳을 보는 모습을 봤다.

그러고보니……. 청명은 항상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걸 방금 깨달은 당보는 조용히 청명의 옆모습을 관찰했다.

바른 자세로 앉아 있는 청명의 모습은 강단 있어 보였다. 그러다 문득 식탁 아래로 내려가 눈에 보이지 않는 청명의 손이 궁금했다.

그의 손은 어떤 모습일지가. 아까 포크를 들고 있었을 때는 관심이 없어 제대로 보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저 청명의 대해서 알고 싶었다.

손은 많은 정보를 담고 있으니까. 굳은 살이 박혀있는 손을 가졌을지, 아니면 부드러운 귀한 집 소저의 손일지 궁금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청명의 얼굴을 보자. 청명은 조용히 식탁을 향해 시선을 향해 눈동자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먹고 싶다는 건가?’

하긴, 여기에 앉고 포크를 든 이후 청명이 뭔가를 먹는 모습을 보지 못 했다.

보통은 자신이 또 새로 시키고 그러는데. 먹기 싫어서 안 먹나 하기에는 너무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아니면 옷이 너무 딱 붙어서 못 먹는 건가?

하나쯤은 먹어도 괜찮을 텐데. 결국 당보가 먼저 권하기로 했다.

안 썼던 포크로 스테이크를 하나 찍어 청명 앞에 놓인 빈 접시에 올려주었다.

그러자 마주친 청명의 눈동자에서 무언가를 찾아냈다. 다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고 그저 몇 가지의 것들을 더 올려주었다.

자신이 먹지 않았던 다른 반찬들, 청명이 한점 올려줬었던 회과육까지.

먹으라는 듯 포크까지 여인에게 주며 자신이 쓰던 포크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 먹을 생각을 안 하고 당보만을 쳐다보았다.

청명의 눈이 나른하게 떠진 아까와는 달리 조금 커졌지만, 무표정인 것은 변함이 없어서 영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뭐해, 안 먹어? 고기 싫어해?”

“……아니.”

“나 이런 거 잘 안 주니까 줄 때 먹어. 그거 말고는 안 줄 거야.”

마지막 꺼낸 말이 쪼잔했으나 애당초 누군가에게 먹을 것을 권한 건 어머니 이후로 처음이었다.

게다가 먹고 싶다면 더 시키면 되는 일이고. 많이 못 먹겠다면 남기면 된다. 그 어떤 것도 문제가 되질 않는데 정작 청명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접시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당보도 청명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정확히는 궁금증이 생겼던 눈동자를 바라본 것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본 청명의 눈동자는 붉은 색이 아니라 핑크색에 가까웠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쩐지, 색이 묘하다 싶었다. 레스토랑이 어두워 잠시 붉게 보였을 뿐, 자세히 들여다본 눈동자는 의심할 수 없는 분홍색을 띄고 있었다.

‘저리 분홍색 눈동자를 가진 사람도 있었네.’

사람들은 대부분 저만의 눈 색을 가지고 있었지만 저렇게 선명한 분홍색은 또 처음이었다. 분홍색의 눈동자 색을 가진 사람이 이 세상에 없지는 않았지만 청명의 눈 색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차를 타고 오면서 봤던 막 봉오리가 핀 꽃이 생각 났다.

그래, 저 눈동자 색은 인위적인 분홍색이 아니라, 자연에서 나오는 분홍색과 닮았다. 진한 색을 띄지만 부담스럽지 않는 그런 색깔.

너무 빤히 쳐다봐서일까. 그새 다 먹은 청명이 당보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눈이 마주치면 당황할 법도 한데, 저 투명한 눈동자를 오히려 자연스럽게 바라보았다.

당보는 몇 가지 반찬을 청명에 접시에 더 올려주었다.

접시와 당보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무슨 생각인지 읽을 수 없었지만 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알 것 같았다.

다시 청명이 먹는 것을 보면서 턱을 괴고 생각을 해보았다.

결국 청명은 당보를 반해서 찾아온 것이다. 물론 그런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게 참 애매하기는 한데.

반해서 찾아온 게 맞다면…….

‘거절해야겠지. 지금까지 쭉 그래왔던 것 처럼.’

턱을 괸 손으로 볼을 두드리면서 저번에 프랑스에서 만났던 사람을 떠올렸다.

영재에 천재 소리를 듣고 자랐지만 싫은 것과 굳이 기억할 필요가 없는 일에 대해서는 당보의 너무나 쉽게 망각하는 편이라 떠올리는데 고생을 좀 했다.

아마……. 이탈리아 유명한 기업에 막내딸이었는데 흔치 않은 금발이었을 것이다.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잊었지만 곱게 자란 티가 나는 미인형으로 기억한다. 물론 당보의 취향은 아니었고 별 관심도 없었고.

이탈리아 로마에 레스토랑을 돌아다니며 놀고 있을 때 였나? 반해서 찾아왔다며 앞 자리를 차지해서 앉고는 볼을 붉히는 모습에 당보는 언제나 처럼 똑같은 말을 먼저 내뱉었다.

자신은 사천그룹에 후계자가 아니고, 돈도 먹고 싶은 거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만 있을 뿐,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그 말에 여자는 당황 했다가 이내 진정하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며 자신은 순수하게 좋아해서 그런 거라 말했는데…….

‘그때 내가 뭐라 했더라?’

내 어디에 반해서 물어봤냐 했던가? 보통 그렇게 물어보고 상대가 얼굴에 반했다고 하면, 얼굴만 보는 사람은 싫다고 거절하는 레퍼토리를 썼으니까.

당보는 그랬다. 온라인에 떠도는 어느 짤 마냥, 스테이크 썰러 가자고 하면 채식주의자라 말했고. 샐러드 먹으러 가자고 하면 고기만 먹는다고 답하는. 그리고 거기에 누군가 태클을 걸면 사실 자신은 요정이라 이슬만 먹고산다는 개소리를 마지막에 끼워 넣었다.

보통 한 구할은 이렇게 말해주면 아주 좋아 죽겠다며 바로 떨어져 나간다.

‘뭐 이런 미친놈이 다 있지?’ 하는 경멸의 눈길로 쳐다보지만 당보는 그 반응을 즐겼다.

아마 그때 그 여자한테도 똑같이 했었을 것이다.

그 중간에 무슨 대화를 하는지는 페스츄리와 수프를 음미하는데 정신을 쏟아서 기억이 잘 안 난다.

가장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결국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화난 상태로 나갔다가 한 정장의 사내랑 부딪히면서 눈 맞고 손 잡고 레스토랑을 나간 것 정도?

거기까지 기억해내자 당보는 그 여자는 자신한테 고마워 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잊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

또 중간에서 이상한 곳으로 빠져나갔던 정신 알고리즘이 겨우 원점 돌아와 '어떻게 청명을 거절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다시 시작했다.

청명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라면 그냥 빡치게 해서 제 발로 나가게 할 텐데…….

그 사람들과는 다르게 청명에게는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합당한 말로 납득을 시키고, 얌전히 돌려보내고 싶었다. 이왕이면 상처도 좀 더 덜 받는 쪽으로.

‘상처도 안 받을 것 같긴 한데.’

얼마 없는 편한 상대를 냅다 쫓아낼 생각도 필요도 없었다. 이왕이면 저녁 식사는 같이 하고서 서로 손을 흔들며 굿바이를 하고 싶었다.

살면서 만나본 사람들 중 이렇게 신비한 사람은 또 없었고.

게다가……. 저 얼굴에서는 슬픔이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사심이 있는 것도, 그런 쪽의 호감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당보는 그냥 청명은 무표정과 슬픈 표정보다는 웃는 표정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또.’

초점을 벗어난 생각을 자각하고는 다시 머리를 굴렸다.

청명도 어느새 마지막 조각을 입에 넣고는 시선을 당보에게 던졌다. 지금까지 쭉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살짝 눈썹을 휘면서 표정으로 의문을 드러내고 있었다.

“음 일단…….”

다물고 있는 입을 달싹거리다 당보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의 것을 골라서 입을 열었다.

“난 결혼할 생각이 없어. 내가 좋아서 왔다고 해도 마찬가지야.”

앞으로의 가능성을 먼저 차단한다. 비록 청명에게 그쪽에 호감이 생기더라도 이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사실 누구한테도 그런 감정을 못 느낀 거 보면 연애도 일단 그른 것 같긴 하지만…….’

설령 언젠가 나중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더라도 결혼은 안 할 생각이다.

결혼하는 순간 사천그룹에서 개입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다 연인이나 자식에게 뭐라고 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난 마음에 담아둔 사람이 이미 있어. 난 그 사람이랑 평생을 살 거야. 이미 약속까지 했지.”

그런 사람이 나한테 있을 리가. 라는 생각과 달리 거짓말은 쉽게도 나왔다. 거짓말은 당보에게 너무나도 쉬운 것이라서 이 정도는 들킬 걱정도 들지 않았다.

이미 임자가 있다는 소리가 제일 상대방의 관심을 끝내기 좋으니까.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래서 너와 어떻게 될 수 없다는 가장 간단한 거절의 말.

“날 찾아온 게 당신 의지든 아니든 이건 어쩔 수 없…….”

“그게 누군데.”

어쩔 수 없고, 변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마음을 품고 있다면 접으라고 하려고 했다. 그러나 말은 전부 이어지지 못 하고 단호한 목소리에 끊어진다.

힘이 들어간 목소리에 청명의 얼굴을 보았다. 변화 없는 무표정은 여전했지만 눈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노려보는 것 같은 눈빛이 분명한데. 왜…….

“마음에 담아둔 사람이 누구냐고. 보여줘.”

낮아진 톤의 목소리로 강경하게 말하면서 노려보았다. 조금은 화난 것 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투명한 눈동자는 도저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을 수 없었다.

‘그런데 왜 저 말이 거짓말하지 말라는 말로 들리는 거지?’

어째서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인지 당보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걸 내가 왜 보여줘?

거짓말이라는 것을 청명이 알 리가 없다. 부모님도, 친구들도 그 누구도 당보의 거짓말을 믿어버리는데. 본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는 저 사람이 뭘 안다고.

순간적 올라오는 불쾌감에 미간을 찡그리고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소중한 사람이야. 보여줄 수 있을 리가.”

“거짓말.”

“뭐?”

“있었으면 처음부터 그렇게 거절했겠지.”

“내가 숨기고 있다가 사실을 말했다는 생각은 안 해?”

“응, 거짓말이니까.”

뻔뻔하게 말을 했지만 청명은 믿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는 당보의 말을 완전한 거짓말로 취급하고 있었다.

분명히 좋게 대화하고 끝내고 싶었는데 왜 일이 이렇게 되는 거지?

짜증을 내고 싶은 것도 이렇게 말다툼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난 애인이 있고, 상대는 그걸 듣고 알겠다 하고 밥을 마저 먹는 것을 상상하고 말했을 뿐인데.

만약 다른 사람이라면 그냥 믿기 싫어서 잡아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청명이 하는 말은 진실을 알고 하는 말 같았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거짓말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사실을 말 하든, 말 안하든 변하는 것은 없을 테니까.

“네가 그걸 어떻게 알…….”

되려 짜증을 담고 소리를 높이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청명의 뒤로 공간이 일렁거리더니 점점 검은색으로 변해갔다.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오는 청명에 따라 더 뒤틀리고 어두워져만 갔다.

“잠, 잠깐 이건……!”

당보는 문뜩 마주친 분홍색의 눈동자가 변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분홍색 홍채에서 옅은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동공의 도마뱀의 눈동자와 같이 세로로 찢어져 있었다.

도망간다는 선택지를 겨우 생각해내고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했으나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검은색에 무언가는 한 발자국을 옮기기도 전에 세상과 함께 당보를 삼켜버렸다.

“ — “

어둠 속으로 흐릿해지는 정신에 청명이 무슨 말을 한 것만 같았지만 이해를 하기도 전에 정신이 끊어졌다.

───※ ·❆· ※───

매니저님-. 하고 부르는 소리에 중년에 여성은 이제야 조금씩 일에 적응을 하고 있는. 얼마 전에 들어온 신입을 돌아보았다.

손목에 시계가 어느덧 아홉 시 반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슬슬 마감 시간이라 한산한 홀을 돌아보니. 신입은 행주를 놓고 다가와 어느 한 자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저기 자리가 비어 있는데 손님이 가셨나 봐요.”

치워도 되는 걸 까요? 시간이 좀 지났는데. 혹시 다시 올지 몰라 잠시 지켜보고 있었다는 신입에 말에 여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리가 아무도 안 왔었는데?”

끝쪽에 6인 의자가 있는 창가 자리는 어지간해서는 안내해주지 않는 자리였고, 안내를 해주었어도 그가 직접 해줬을 텐데. 그는 최근 시간에 저 곳으로 누군가를 안내해준 기억이 없었다.

“어머, 정말이네…….”

그러나 신입이 말했던 자리에는 상에는 많은 음식이 식은 채로 올라가 있었다.

“한 가족이 왔다 급하게 가셨나? 다 남기셨네.”

입은 댄 흔적이 보였지만 깔끔하게 하나를 다 먹은 건 스테이크 한 접시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보다 의아했던 것은.

‘코스요리라 이렇게 나오기가 쉽지 않은데……. 뭐지?’

이곳에 메뉴들은 양식과 중식이 섞여 코스로 나오는 메뉴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따로 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은 얼마 없고 아는 사람도 적었다.

“결제는 다 하고 가셨더라고요…….”

그 사이에 영수증을 가져왔는지 신입이 불안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자신이 뭔가 실수를 했나 싶어 움츠러든 모습에 일단 영수증부터 확인했다.

“누구 나가는 건 못 봤고?”

“네 저도 못 봤어요.”

“희한하네…….”

결제가 된 것은 맞았지만 이 금액을 다 현금으로 계산했다는 게 의문스러웠다. 현금이었으면 더 기억하고 있었거나 전달 받은 사항이 있었을 텐데……. 왜 기억에는 없는 건지.

게다가 앉았던 자리도 이상했다. 이 정도의 양이면 한 가족이 왔을 텐데 정작 쓰인 앞접시도 두 개, 흐트러진 의자도 두 개 뿐이다.

가만히 상을 바라보던 여성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신입에 어깨를 토닥이며 네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다독여 주었다.

상이나 치우자며 트레이와 행주를 가지러 가자며 자리를 벗어났다.

결제가 되었다면 딱히 문제가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 아까 정신 없을 때 못 보고 지나친 것이겠지.

“아, 그러고 보니 그거 들었니?”

“네? 어떤 거요?”

“이번에 도련님이 회사에 인턴 부터 시작하고 있데.”

“저번에 왔었던 그 둘째 도련님?”

신입에게 이야기를 해주며 문득 도련님의 대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십년 전에 첫째 도련님이 항상 음식을 저렇게 시키는 걸로 기억하는데…….

물론 프랑스에서 출국한 지 얼마 안 된 도련님이 여기에 있었을 리가 없지만.

도련님이라는 소리에 아까 의기소침한 모습은 어딜 가고 신입은 다시 눈을 빛냈다.

하긴, 저번에 도련님 앞에서 실수했을 때 웃으면서 괜찮다며 너그럽게 넘어가 주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을 것이다.

“응, 전에도 한번 봤었지?”

“시간이 벌써 그렇게 지났나요?”

“그래, 시간 참 빨리 가지 않니?”

둘쨰 도련님에게 관심을 보이는 신입에게 도련님의 대한 자신이 알거나 경험해본 이야기를 해주었다.

근무시간에 과한 잡담은 안 되겠지만 이제 홀에 손님도 없어서 괜찮았다.

다시 카운터에 도착 할 때 까지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정리 도구를 챙기는 순간.

“매니저님……. 큰, 큰일 났어요……!”

잠시 주방에 들렀던 직원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돌아왔다.

겁에 질린 것 같은 표정으로 입까지 덜덜 떠는 모습에 일단 어깨를 토닥이며 진정을 시켰다.

“무슨 일인데 얼굴이 그렇게 사색이 된 거야?”

“그게…….”

직원은 여성의 덜덜 떠는 손으로 들고 있던 핸드폰에 담긴 한 기사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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